정동영-손학규보다 민주당 내 친노들이 더 문제
(서프라이즈 / 워낭소리 / 2010-07-29)
민주당의 당권을 누가 가져가든 관심없다. 설령 친노계가 당권을 쟁취할지라도, 정동영-손학규가 상당한 지분권을 가지고 있는 한, 민주당의 수구적인 체질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되지도 않을 민주당의 개혁에 기대를 걸기보다 민주당과의 깨끗한 결별 쪽으로 방향을 잡아나가는 편이 현명하다.
민주당과의 결별. 정동영-손학규는 오래 전 자기 색깔을 드러냈다. 정세균 대표도 7.28재보선을 통해 친노의 색깔을 스스로 지워버렸다. 그래서 이들의 노선을 가지고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다. 평안 감사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듯이, 친노계로 분류되는 게 거북하다는 사람을 붙들고 매달릴 까닭 또한 없다.
문제는, 평소 친노라고 떠벌이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기 색깔을 숨긴 자칭 친노들이다. 난 이들이 정동영-손학규 나부랭이들보다 꺼름칙하다. 정동영 등은 차라리 드러난 표적들이어서 상대하기 수월하지만, 민주당내 자칭 친노들이 색을 위장했을 경우을 상상하면 소름이 돋는다.
그렇다고 친노들이 당권을 가질 역량과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선거에서 민주당이라는 인프라를 이용해 먹을 요량으로 민주당에 빌붙어 살 뿐이다. 친노라는 애칭도 필요에 따라 취한 수단 외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면 민주당의 소굴을 탈출하여 참여당을 만든 이재정-유시민-천호선-이병완, 또 아예 무소속의 광야에다 텐트를 친 김두관이야말로 친노의 색을 잃지 않은 노무현의 적자들이다.
정치를 하려면 색깔만은 분명히 하자. 친노가 싫으면 그만 둬도 상관없다. 하지만 친노가 자랑스럽고 떳떳하다면 태도를 분명히 하라. 괜히 사람들 헷갈리게 하지 말고. 한겨레에서 '노무현 관장사 하지 마라'고 했는데, 위장 친노들이야말로 노무현 관장사로 노무현을 두번 죽인 패륜범들이다.
민주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나면 일은 오히려 쉬워진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소신대로 밀고 나가라.
민주당 당권, 정동영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이 손학규
수구는 한나라당 하나로 족하며, 진보는 민노당-참여당으로 족하다. 민주당이 진보를 포기하고 수구를 지향하는 날부터 전선은 '민주 vs 반민주'에서 '구체제 vs 신체제'로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한나라당에서 보수 대연합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으나, 보수 대연합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이미 이루어졌다. 따라서 앞으로의 싸움은 이 같은 전선의 질적인 변화를 분명히 인식하고 거기에 걸맞은 전략을 세우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전선을 분명히 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 민주당다운, 즉 수구적인 인물이 당권을 거머쥐도록 돕는 것이다. 최적임자는 정동영이요, 그 다음은 손학규다. 정세균 대표 유지론은 십중팔구 동영-손학규-친노들 간의 타협의 산물일 것이고, 이는 오히려 두고 두고 진보진영 전체를 헷갈리게 만들 공산이 크므로 경계할 바이다.
그리하여 민주당의 당권을 정동영 내지 손학규가 틀어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로써 전선은 뚜렷하게 갈라졌으니까 말이다. 그 지점부터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된다. 내가 엊그제 민주당을 뺀, 참여당-민노당 간의 진보 대연합을 제안했던 배경인즉 이렇다. 민주당에 기댈 힘이 있거든, 그 힘으로 진보 대연합에 쏟아라. 그게 진정한 가치실현이요 실용주의다.
민주당은 진보진영을 맘에 둔 적도 없는데, 진보진영은 민주당에 좀 어떻게 해 달라고 매달렸다. 민주당의 꿈과 우리의 꿈이 달랐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이다. 민주당으로선 잃을 게 없으나, 우리로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다.
이런 이유로 난, 민주당 당권 경쟁에서 정동영이가 반드시 이겨주기를 천지신명께 빌 것이다. 그러니 이 시간 이후 정동영과 손학규를 응원해 주자. 민주당 당권을 차지하도록!
MB에게는 친박보다는 오히려 민주당과 손발이 잘 맞는다. 그 동안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손발이 맞지 않은 소이연은 여기에 있다.
7.28재보선은 민주당에 대한 심판
7.28재보선은 야권의 완패로 끝났다. 책임은 야권의 기수인 민주당에 있으며, 따라서 이번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지역구는 논외로 하고, 관심이 집중되었던 은평을의 경우만 보자.
난 은평을의 투표율(40.5%)을 주목했다. 2006년 재보선의 전국 평균 투표율(24.8%)보다 높다는 이유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떠들지만, 6.2지방선거의 평균 투표율(54.5%)보다는 무려 14%가 낮다. 10명 중 4명만이 투표하고 6명이 기권한 수치를 놓고 투표율이 높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유권자의 6/10이 투표를 기권했다는 사실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맨 먼저 무엇이 이들의 투표의지를 꺾었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민주당이 신경민 영입을 없던 일로 하고 대신 급작스럽게 장상 카드를 들이밀었을 때 게임은 끝났다.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은평구 주민들, 그 가운데서도 야권성향의 주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였다고 본다.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굳이 투표소로 갈 이유가 없었고, 40.5%의 투표율이 그 결과치다.
또 40.5%의 투표율이라는 것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장상을 찍으러 간 사람들보다 이재오를 찍으러 간 사람들의 때문에 그나마 높아진 것이다. 다시 말해 이재오의 표가 결집된 수치로 봐야 한다. 야권 지지자들은 기권하고, 이재오 지지자들은 뭉쳤다는 말이 된다.
결론을 내리면 이렇다. 장상 카드는, 단일화하여도 무용지물인 죽음의 카드였고, 이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다. 가장 확실한 카드는 신경민, 그 다음이 천호선이었다. 신경민 영입설이 떠돌 당시, 참여당 당원인 내가 차마 신경민 카드를 들고 나가라는 말은 입에 담지는 못하겠더라. 이래서 글을 쓰려면 당과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내가 언젠가 "정세균, '나도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글을 써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정세균의 정체성인 동시에 민주당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 불투명하고 위태로운 패거리들에게 믿음을 줄 시민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길을 열어주지 못하는 모호한 자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길 시민은 없다.
2012년까지 선거는 없다. MB는 지금, 특유의 썩소를 머금고서 잠시 내려놓았던 몽둥이를 다시 꼬나쥐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맥이 풀린다.
(cL) 워낭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