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선체 하부의 손상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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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평택의 천안함을 조사하러 갔던 4월 30일,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천안함의 함수, 함미, 절단부 및 스크루 프로펠러 등을 가능한 한 최대한 면밀히 조사하였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행하는 ‘hull & bottom Survey’였습니다만, 과거 조선소에서 신조선 감독으로 근무하며 열 세척의 대형선박을 건조할 당시 7년여간 거의 매일같이 행하던 일상의 업무였었지요. 제가 감독을 맡았던 업무는 선체(구조검사), 선장(각종설비 및 장치), 도장(페인트)과 항통장비(항해 및 통신장비)였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요하고 힘들었던 업무가 바로 선체 및 도장(페인트) 감독하는 일이었습니다. 배 한 척이 완성되려면 대략 2~300개의 블록으로 나누어 조립을 하게 되는데, 매 블록마다 조립검사 후 전처리(샌딩) 및 수차례(3~6번)의 코팅을 매 단계마다 검사해야 합니다. 조립검사 시 중요한 것은 설계도면에 맞도록 제작되었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고, 도면에는 없더라도 현장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보강재(Stiffener)나 프레임(frame)을 덧대도록 지시를 하게 되는데 상부갑판상 설치되는 장비 등의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조립검사에서 중요한 것은 용접선 검사입니다. 핀홀(바늘구멍)은 없는지, 용접이 과하거나(오버랩) 모자란 곳(언더컷)은 없는지, 스패터나 슬래그는 없는지, 크랙은 없는지 등 면밀히 살펴야 하고, 중요한 부위엔 비파괴검사까지 동원하여 결함을 찾게 됩니다. 이러한 결함들은 나중에 페인트를 칠하고 난 이후 피막이 벗겨지거나 구멍이 생겨 부식이 급속하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한번 부식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서 부분적으로 마치 크로와상 빵처럼 몇 겹의 딱지가 겹쳐진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여 약간의 외력에 의해서도 떨어져 나가는 손상을 일으킵니다. 신조선에서는 새 배를 건조하기 때문에 언제나 깔끔한 새 철판을 사용하였었고, 낡은 배에 대한 수리는 해군에 근무하는 동안 늘 모래톱에 들이박는 상륙함을 타고 서해 5개 도서 수송업무를 하면서 한 번씩 수리를 하였을 때와 상선을 타면서 정기 및 임시수리를 하였을 항해사로서 감독을 하곤 하였었습니다. 상선 나가서 첫 배가 프랑스에서 건조된 선령 25년짜리 선박이었습니다. 그 배는 칩핑머신(chipping machine. 깡깡이 기계)을 들이대기가 무서울 정도였는데, 녹을 다 벗기면 구멍이 날까 봐 적당히 때려내고 페인트를 칠해야만 하는 정도였다고 할까요. 물론 이후 얼마 안 가 폐선했습니다만… 정작, 소위 말하는 ‘깡깡이’라는 것은 실습항해 시절 대양항해를 하면서 신물이 나도록 했습니다. 당시 실습선이 낡아서가 아니라 교육목적으로 깡깡이와 페인트를 반복적으로 시켰는데 ‘선박은 녹과의 전쟁’이라는 것을 골수에 심어주기 위한 교육이었습니다. 천안함의 원인 규명에 있어서 관련 전문분야에 계신 분들의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견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지식과 경험만으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충분하다고 단언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이 사건 속에 전반적으로 내재해 있습니다. 그 이유의 첫 번째는, 천안함이 분명 (외부의 고의든 내부의 과실이든) 사고를 당했음에도 그 사고의 성격과 과정을 규명하는데 당연히 제공되어야 할 기본적인 정보들이 모두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거짓된 정보들이 제공되고 가공되어 실제인 양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필요한 요소를 강제적으로 나열해 보라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1) 관련 정보 수집 및 취득 - 30% 따라서, 해운이나 선박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분께서도 열심히 정보를 수집 취득하는 가운데, 전혀 문외한이었다 하더라도 관련 지식을 새로이 습득하면서 끊임없이 분석을 하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확률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해운이나 조선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정보취득에 소홀하거나 분석을 하지 않으면 사건의 실체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수치적 정의가 주관적이긴 하나 그 속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시리라 믿기에 하는 말이기도 하구요. 또 다른 의미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실체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이며, 그러한 분들이 정보를 열심히 수집하시고, 분석까지 해 주신다면 이번 사건의 실체를 풀어가는데 천군만마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현재 조선소에서 근무하고 계신 가운데, 관련 자료와 함께 ‘아푸님’께서 올리신 분석은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저 역시 발품을 팔아가며 수리조선소를 돌아다니며 부탁하고, 구하고, 수집해야 할 자료입니다. 그만큼 함께 해야 할 노력을 공유하고 시간을 절약하는 셈이지요. 욕심을 더 내자면, 수리조선소의 경우 좌초로 인한 손상을 수리하러 오는 선박이 많고, 그러한 경우 수리 전 손상된 상태의 사진을 반드시 찍어두기 때문에 스크루 프로펠러 손상의 경우 관련 사례를 구하려고 맘만 먹으면, 아니 제공하려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쏟아져 나올 자료이기에 제가 ‘확고하게 좌초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입니다. 이제 제목의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선저하부 손상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논의에 직접 뛰어들지 않았던 것은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여력이 충분치 못한 탓도 있지만, 동력이 분산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관련 자료(사진)들로 충분히 설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급하게 여기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천안함의 좌초에 있어 모두가 아시는 바와 같이 모래톱을 파고들었음에도 소나돔이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좌초 당시 천안함의 흘수는 함수보다 함미가 낮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부분이 약간 들려 있는 현상은 대부분 선박에서 공통적입니다. (소나돔 앞부분 손상은 인양케이블에 의한 손상이라는 것을 4.30 합조단과 현장 조사 시 제가 확인하고 인정하였었습니다) 즉, 천안함은 중간 부분과 후미 부분이 강하게 모래톱을 파고들었으며 함수는 비교적 가볍게 터치다운 했다는 뜻입니다. 단, 빠져나올 때는 소나돔 역시 모래톱에 닿으면서 나오게 되므로 소나돔 뒷면의 사진을 확대해서 자세히 보시면 작은 돌 등에 긁혀져 있는 현상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천안함 선저에 발생한 압력흔은 20년 선령에 따른 부분적 노후화로 인한 기존에 존재했던 부식이 해저지반과 조우하면서 벗겨지거나 떨어져 나가고 이후 해수접촉에 의해 부식이 진행된 것, 그리고 좌초 당시 모래톱에 존재하는 자갈, 돌, 기타잡물(어구 등)이 선저하부에 짓눌리면서 발생한 손상에 부식이 일부 진행된 형상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는, 현재의 천안함 상태가 사고 당시의 상태와 동일하다고 보시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국방장관을 고발한 사유 중 하나가 ‘증거인멸’인데, 천안함의 외판(측면과 선저하부)의 상태가 인양 당시와 다르다는 점입니다. high-jet water cleaning으로 어지간한 부착물이나 얕은 부식들은 인위적으로 떨어져 나간 상태라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아래의 아푸님 자료 사진 가운데 fresh water washing 상태의 화면과 현재 천안함 선체의 모습을 비교하시면 유사한 점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발췌 - 선체 부식에 관한 아푸님의 글 선령 15년 handymax 선저부 사진으로 도장면의 손상은 외부 충격 없이 이런 형태로도 발생 가능함. 이 손상의 경우 선박의 2~3년 전 Dry dock 작업 시 선박을 지지하는 block 에 가려져서 정비하지 못했던 부분이며 이런 부분은 선체 전반에 걸쳐 부분부분 관찰됨. 이 부분이 천안함 절단면과 중첩된다면 파편흔이라 오해할 수도 있음. 선령 18년 군용목적 선박 선저부 (한국적 선박은 아님). 250bar의 Fresh water로 bottom Washing 완료한 사진으로, 회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기존 도포된 paint가 제거된 상태임. 만일 폭발압력이 선저부에 미쳤다면 그 압력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으나, 만에 하나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최소한 250bar 이상은 되었을 것이며, 파편이 선저부에 손상을 일으키려면 그 이상의 압력과 버블이 동반되어야 할 것임. 선령 10년 FPSO 구조물 하부. 어패류 부착으로 인한 도장면 손상은 버블압착흔 (파편흔) 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음. 수선 상부의 shell plate 변형이 이렇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음. 하물며, 수선 하부의 stabilizer는 더욱 변형의 가능성이 높으며 만일 이러한 상태의 Shell plate를 bulwark 방향에서 수선 하부 방향으로 누르는 힘이 작용했다면 Stabilizer의 손상 형태와 비슷한 손상형태를 보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음. 이 사진의 손상부는 절대 해수에 1개월가량 노출된 것으로 판단할 수 없음. 도장 완전 탈락부에 부식이 없음을 그 근거로 함. 또한, 파란 사각형 안에서 보이는 원형의 압착흔은 절대 버블흔이나 파편흔으로 판단할 수 없음. 선령 20년 Cape size bulk carrier의 hatch cover 하부. 크리에이터 형상의 부식 발생은 도장 전처리 불량 등의 의해 발생되는 강재 부식 형상임. Chipping (일명 깡깡이) 후 도장한 강재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부식형태임 선령 25년 Vlcc 의 Bilge keel 손상부 : 부연설명 생략 선령 15년 PCC Ballast tank의 slop plate 제가 근무하는 곳의 객관적인 전문가집단의 구성원(한 300명 단위부서에 한국사람은 저밖에 없거든요)에게 천안함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폭발흔 이나 버블압착흔 맞지?’ 하고 물어본다면 아마 저는 앞으로 계속 혼자서 밥 먹어야 할 것임. (실은 일부 막역한 동료 17명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가볍게 물어보니 전부다 우리말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도 말라고 대답함. 전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별로 관심 없는 한국식 직책상 부장급 이상 간부) 물론 폭발흔일 수도 있으나 폭발의 결정적 증거라는 주장은 위험하다는 것임. 진정 ‘선체 하부를 모두 검사해보았는데 다른 곳에는 없는 파편흔이 파단부에만 집중되어 관찰된다.’라는 명제가 참이라면 저도 폭발흔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겠음. 누가 선체 하부를 다 검사했기에 파단부에서만 폭발흔이 발견되었다는 것인지 모르겠음. 다른 곳에서도 분명 소위, 압착흔(파편흔)이라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손상이 발견됨. 정녕 선체 하부를 다 살펴본 이후에 파단부에서만 버블흔(파편흔)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인정이 가능함. 언론사에서 촬영한 사진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내가 올린 선체 하부가 아닌 사진들을 당연히 선체 하부 사진인 것으로 오해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의 판단착오 소지가 분명히 있음. 대략적으로나마 부연설명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아푸
신상철
저는 매우 화가 나는 것 중 하나가, 국제선급관련 5개의 인증(영국 Lloyd, 미국 ABS, 노르웨이 DNV, 일본 NK, 한국 KR)을 보유하고 있는 이종인 대표의 견해에 대해 완전 무시하고 있는 당국과 군의 처사입니다. 바둑 9단이 ‘이것은 패다’ 하면 패가 맞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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