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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강화가 먼저다

순수한 남자 2010. 9. 6. 18:51

개헌?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강화가 먼저다
번호 198115  글쓴이 조국  조회 256  누리 72 (72-0, 1:10:0)  등록일 2010-9-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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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강화가 먼저다
(hook / 조국 / 2010-09-03)


이재오의 ‘특임’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이자 여당 최대계파의 수장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각 정당을 돌며 개헌론을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개헌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궤를 잇는 행동이다. 과거 이재오의 특별임무는 한반도 대운하였다면, 이제 그의 특별임무는 개헌이 된 것 같다. 이전에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주도했던 ‘헌법연구자문위원회’(위원장 김종인)와 186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미래한국헌법연구회’(공동대표 이주영·이낙연·이상민 의원)가 개헌을 제안했고,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재오 장관의 움직임은 정권 실세가 팔을 걷어붙이고 지금까지의 이론적 논의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기에 주목이 필요하다. 게다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면 응할 것”이라고 화답하기까지 하였으므로.

현재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나누는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 정·부통령제가 주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는 친이계는 이원집정부제를,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하는 후보가 있는 친박계는 정·부통령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야당의 경우 분명히 입장이 없는 상태에서 국회의원의 성향에 따라 견해가 갈리고 있다. 학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 필자도 승자독식과 무한투쟁을 반복하는 정치를 고치려면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개헌을 하여 권력독점에서 권력분점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 동의하고 있다.


현시기 개헌론은 친이계의 집권연장책

그러나 필자는 이명박 정권하에서의 개헌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헌법상 2012년 대선이 예정되어 있고 2011년이면 대권 레이스가 시작될 것인바, 개헌을 하려면 2010년 말 2011년 초까지는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그 기간 동안 모든 정치·경제·사회적 쟁점은 개헌논의로 빨려 들어가 없어지고 말 것이다. 주권을 제약하고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는 한미 FTA, 청년실업, 주택,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늘리기, 보편적 복지 구현 등 한국 사회의 향방을 가르고 대중의 고통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들은 다 밀려날 것이다. 국회가 이러한 과제보다 개헌에 매달려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둘째, 지금 논의되는 개헌론은 친이계의 집권연장책,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다. 박근혜에 맞먹는 후보가 없는 친이계로는 박근혜의 단독집권을 막아야 한다. 박근혜의 단독집권은 친이계에게는 ‘복수혈전’을 예고하는 악몽이므로. 따라서 이들은 개헌을 통하여 박근혜와 연합하거나 또는 보수야당과 연합하여 권력을 유지·재창출하고자 한다. 예컨대, 이재오와 박근혜가 밀실협상을 통하여 ‘박근혜=대통령, 이재오=총리’를 합의하고,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나갈 수도 있다. 원수처럼 지내다가 박근혜 앞에서 90도로 인사하는 이재오의 속마음을 짐작해본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이 자유선진당과의 합당을 주장하면서 ‘보수대연합’을 제창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친이계가 권력을 연장하기 위하여 헌법을 이용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모욕이요 능멸이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했을 때,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다음과 같은 논평을 발표했다. “민생에 전념하고 국정을 안정시켜 달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은 아랑곳없이 오로지 재집권을 위한 당리당략에만 골몰하고 있다. 개헌론은 경제위기, 안보위기 등 총체적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지지율 회복을 위한 정국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정략적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 한나라당은 개헌에 관한 일체의 논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청와대와 여야 모두에게 상기시키고 싶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대폭 강화가 먼저다

셋째, 개헌안은 국회가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데, 현재의 국회의석 분포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 아래에서는 엄청난 사표가 생기는 반면,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이 독과점적 지배를 만끽한다. ‘후후(後後)삼국 시대’라 할 만하다. 그 특정 지역에서는 공천이 바로 당선이고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되기에 민심보다는 그 지역 ‘맹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함량 미달의 인사, 지역주의 논리와 당파성에만 철저한 인사가 득세한다.

이러한 퇴행적 현상을 끝내려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지역구 의원 수를 대폭 줄이고 정당투표로 할당되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대폭 늘리는 선거구제 개편을 이루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한 선거구에서 3인 이상의 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 하에서는 지역별로 확실한 제1당과 다수의 군소정당이 자리 잡을 것인바, 현재의 지역주의 정당의 폐해는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정당별로 확보된 지분이 있으므로 당내 계파 ‘보스’의 목소리만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은 반대한다. 한편, 권역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특정정당이 한 시도에서 당선자가 없을 경우 지역구 출마자 중 가장 아깝게 떨어진 사람을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도 의미가 있으나, 이는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전제로 하면서 부분적 보정(補整)을 꾀하는 것이기에 한계가 있다.

요컨대, 이념과 정책에 따른 정당정치의 안착을 위해서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대폭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선거구제 변화는 한국 정치구조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즉, 첨예화되어 있는 각 계급·계층·집단의 대립과 갈등을 정치권으로 수렴할 수 있기에 ‘거리의 정치’를 줄이고 사회통합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과잉우편향’의 정치지형이 교정되고, 근로대중과 사회·경제적 소수자 및 약자의 목소리가 보다 충실히 국회에 반영될 수 있다. 사표 없이 유권자의 표가 온전히 의석에 반영되므로 권력분점과 연합의 정치의 기초가 만들어진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제 수정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대폭 강화하는 선거구제 수정이라고 본다. 이러한 선거구제 개정이 있고 이에 기초하여 2012년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 후 그 새로운 국회에서 또는 그다음 제20대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해도 전혀 늦지 않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이다. 일정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올해 개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좀 더 묵혀도 좋다. 우리 정치의 문제 중 헌법 그 자체에서 생긴 것보다는 반헌법적·탈헌법적 법률, 실무, 정치행태에서 비롯한 것이 더 많다. 개헌이 왜 필요한지 주권자 국민이 충분히 납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주권자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대의제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개헌은 특정 정파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기 십상임을 기억해야 한다.

 

조국 / 서울대 법대 교수


출처 : http://hook.hani.co.kr/blog/archives/11911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9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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