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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제패한 영국해군과 유명환장관 딸을 통해 본 대한민국

순수한 남자 2010. 9. 10. 17:52

세계를 제패한 영국해군과 유명환장관 딸을 통해 본 대한민국
번호 198984  글쓴이 Crete (Crete)  조회 967  누리 276 (276-0, 13:32:0)  등록일 2010-9-10 12:06
대문 18


세계를 제패한 영국해군과 유명환 장관 딸을 통해 본 대한민국

(서프라이즈 / Crete / 2010-09-10)


유명환 외교부장관과 그 딸로 나라가 제법 들썩했죠? 유명환장관의 사퇴로 결말이 나기는 했지만 이 사건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다양한 층위에서 무척이나 풍부한 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보니 조선시대의 음서제 얘기까지 나오기도 하고... 아버지는 왜 장관이 아니셨나요? (by 아빠늑대) 라는 얘기까지... 사실 따지고 보자면 유명환 장관보다 하나 잘한 거 없는 이명박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보도(서울일보 기사링크)까지 참 우리나라의 언론계의 다양성(?)을 음미하게 해준 한 주였습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보인 격노의 대상은 특채 그 자체가 아니라 특채 사실을 '들킨 것' 이란 견해(격노 by 규항)도 있습니다만....)


바이커님께서는 '유명환의 딸' 이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부자세습, 모녀세습'(북한과 현대가 얘기)의 얘기도 해 주셨고, 계급세습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 나갈 것인가 하는 진지한 고민의 모습도 보여주셨습니다. 지금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특채제도에 대해 강한 반감이 표출되고 있지만, 바이커님의 견해는 고시냐 특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어떤 경지에 이른 인적자원을 어떤 식으로 평가하고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 와 더불어 "특채의 공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생각하는게 더 낫다" 라는 것입니다. 왜 공정성이 중요한 이슈인가에 대해서는 서프라이즈의 '눈뜬장님'께서 잘 정리해주신 글(현대판 음서제도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커님의 글이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런 견해에 더해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계층간 격차를 줄여서 리소스의 불평등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어른이 된 후에 고시를 평등하게 보게 한다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라는 결론을 내려주셨다. 물론 바이커님의 이 표현은 폼이 나기도 하고 뭔가 한단계 깊이있는 시사점을 던져주기는 하지만, 계층간의 자원분배의 불평등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 하지만 유명환 장관과 그 딸의 특채 문제를 계층간의 격차 혹은 계급세습 문제, 더 나가 계층간 가용자원의 차이 문제로 인식한 점은 분명히 탁월한 지적입니다.

아무튼 바이커님의 이런 지적에 한가지 관점을 더해 보기로 하죠.

현재 우리나라의 계층간 격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18, 19세기 영국의 모습과 한번 비교해 보면 어떤가 하는....

아무리 현재 대한민국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크다고 해도 신분제도가 엄연히 두눈을 뜨고 시퍼렇게 살아 운영되던 18, 19세기 영국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런 신분제 사회인 영국에서, 그것도 일반 사회보다 훨씬 더 엄격한 계급이란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영국 해군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지적한 월광토끼님의 최근 포스팅(영국 해군의 어느 장교 이야기)을 살펴보도록 하죠.

File?id=dfxcfzf3_980dzhrprd5_b


사실 스페인 함대가 주름잡던 대서양에서 영국 해군의 역할이란 소소한 해적질 수준이었습니다. 그런 영국해군이 말 그대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깨부수고 5대양 6대주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을 수 있었던 계기야 차고 넘치게 많았겠지만, 월광토끼님께서 소개해 주신 당시 영국 해군의 무척이나 눈에 띄는 특징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 백작각하의 아들도 런던 빈민가를 거닐던 선원과 동일한 규범과 일과 속에 복무하고 일했던 조직. (중략) 능력과 실적만 있다면 노예의 아들이 프리깃함의 함장이 되고 목수의 아들이 대함대의 제독이 되는 조직.  영국은 그런 해군을 가지고 세상을 제패했다." - 월광토끼

월광토끼님의 본문 내용을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엄격한 신분제 사회인 당시 영국에서 평범한 상선 선원의 아들도, 조선소 목공의 아들도, 더 나아가 함상 시종의 아들도, 심지어 몸종의 아들까지 능력만 있으면 함장이나 해군제독으로 올라갈 수 있는 문화가 있었던 거죠. 심지어 흑인 노예의 아들조차 함장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영국 해군이 세계를 제패하던 시절.... 그냥 물리력이나 조직력의 우세만으론 설명하기 쉽지 않은 틈들을 출신성분과 상관없이 등용해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조직문화가 보완해주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사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우리 사회가 점차적으로 계층간 이동의 채널이 줄어들고 가용자원의 차이가 벌어지며 결국 계급으로 고착되어가는 모습을 비판할 생각이었는데... 이런 저런 일로 바쁘다며 차일피일 포스팅을 미루면서 조금씩 들기 시작한 생각은....

결국 현재 오세훈도 ["산꼭대기 동네에 살면서 호롱불 켜고 우물물 길러 다니면서 학원도 못 다닐 정도"로 어려운 집안 형편](자료출처:위키피디어) 에서 1천만명이 넘는 서울시민을 다스리는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고, DJ나 노통 역시 그리 좋지 못한 환경에서 대통령까지 올라설 수 있던 한국사회의 역동성이 결국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교통상부가 되었건 지방자치단체가 되었건 자신의 피붙이나 친척을 꼼수를 통해 자리에 앉히는 것이 결국 계층의 차이를 극복할 기회를 점차로 좁힌다는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죠.

그냥 한나라당 비판하고 가진 자들이, 있는 자들이 더 하다며 욕하고 끝나기에는 좀 더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해 볼 이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cL) Crete

 

사 족: 그냥 평범하게(?) 영국 해군의 예를 들어 현재 한국사회를 좀 비판해 볼까 생각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당시 영국 해군보다야 현재의 우리 사회가 아직은 더 신분상승이나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가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해도 유명환 장관과 그 딸 문제는 분명히 이런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좀먹는 행동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입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98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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