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만화, 80년대 ‘반공만화’ 같아
의혹 제기 기자들 편향·무능 기자로 표현
(참세상 / 김용욱 / 2010-09-14)
국방부가 13일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발간과 함께 제작한 만화 내용에 천안함 사건의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을 편향적이거나 무능한 기자로 표현한 대목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의혹을 제기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들과 단체에게 색깔론을 제기하고, 국론 분열의 책임이 있다는 식의 인식을 심어주며 결론을 지었다.
국방부가 만든 이 만화는 교양만화 성격으로, 국방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12개의 쟁점 및 의혹사항을 대화식으로 전개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32쪽 분량으로 제작하여 배부한다”고 밝혔다. 만화의 이야기 전개는 강호룡(남) 이라는 기자(記者)가 여자친구에게 사건에 대한 취재결과를 대화하는 형식으로 설명하며 의혹을 정리해 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만화의 내용을 전개하면서 나오는 주인공과 여자친구의 대화 속에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과 과학자, 시민단체들에 대한 색깔론과 인신공격성 내용을 담았다는 데 있다.
만화는 앞부분에선 천안함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을 무능하거나 편향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했다. 5쪽에서 쑈킹과 특종을 원하는 부장이 천안함 의혹 취재 지시를 내리자 강호룡 기자가 “쑈킹 특종 하면 김잘난 기자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부장이 “어~허. 그 친구는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안 돼. 이번 천안함 사건의 실체는 그야말로 좌우가 아닌 자! 정말 물증만을 근거로 추측기사는 절대 쓰지 않는 최고의 기자가 써야 한다구. 자네는 작년에 주간신문 최우수 기자상까지 받은 명실공히 기자 중의 기자가 아닌가?”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천안함 사건의 실체에 문제를 제기했던 기자들이 마치 정치적으로 치우쳐 있거나, 팩트 없이 추측기사나 쓰는 실력 없는 기자인 것처럼 표현했다. 심지어는 문제점을 지적한 기자들에게 던지는 경고성 메시지도 담았다. 12쪽에선 여자친구가 강호룡 기자에게 “존경하는 서방님아 확실한 증거 없이는 기사 함부로 쓰지 마라. 워낙 험한 세상이라 잘못했다간 한방에 가는 수가 있다”는 대사를 날렸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공기 중 폭발인지 수중 폭발인지를 구분 못 하고 있고, 미국의 이모, 서모 교수들도 이를 헷갈려하던데”라며 두 교수가 기본적인 것도 구분 못 하는 것처럼 묘사했다. 또 “미국의 이 모 교수가 알루미늄이 폭발되어도 비결정질의 알루미늄이 될 확률은 없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는데 그 사람 실험은 제대로 한 것 맞니?”라며 재차 깎아내리기도 했다. 만화에 언급된 이 모, 서 모 교수는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 교수와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교수로 천안함 흡착물질의 비과학성을 주장하며 과학적 논쟁을 벌여보자고 제안했던 교수들이다.
만화는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두고 국방부의 해명을 사진과 도표 등으로 시각화 했지만 결론은 과거 독재시대의 반공만화로 흘렀다.
주인공은 여자친구에게 의혹을 제기한 여러 집단을 두고 “사실을 근거로 말해야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억지성 주장과 여론몰이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훈계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저지른 이유로 국내 좌우 갈등을 유발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속셈이라고 규정하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과 단체들이 국론분열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결론을 냈다. 또 참여연대가 UN에 천안함 서신을 보낸 것도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다고 단정 지었다.
천안함 만화는 http://www.cheonan46.go.kr/96 에서 보거나 다운 받을수 있다.
출처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8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