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코리아 그랑프리, 외면하거나 깎아내리거나…
(블로그 ‘Finding Echo’ / 虛虛 / 2010-10-25)
말 많고 탈 많은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어제 끝났습니다. ‘황제’ 슈마허의 복귀로 화제를 모았던 영암 서킷의 초대 챔피언은 스페인의 알론소(페라리). 한국에서 첫 번째 치러지는 대회치고, 그것도 가장 낙후된 지역 중의 하나인 전남 영암에서 개최된 대회치곤 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셈입니다.
결승전에만 8만 이상의 구름 관중이 몰려든 것도 그렇고, 장대비가 쏟아진 상황에서 강행된 빗길 레이스에서 9명의 리타이어가 속출돼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 것도 그렇고, 또한 이를 통해 F1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폭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항목들이었지요.
대회 초반 여러 가지로 불만을 터트렸던 외국 관계자들이나 해외 언론에서도 “훌륭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을 정도.
“지금까지 500여 차례 그랑프리에 다녀봤다. 경기장은 어느 대회에도 뒤지지 않는다. 서킷은 도전적이고 변화가 심해 흥미롭다. 드라이버들에게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다 만족한다고 했다.” (밥 콘스탄두로스, 국제자동차연맹 FIA 장내 아나운서, 영국)
“첫 대회는 어느 나라에나 모험이다. 수많은 신생 대회에 가봤지만 완벽하게 준비한 대회는 없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아그네스 카를리에, F1 그랑프리를 27년간 취재한 스위스 기자)
물론 좋은 점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열악한 숙박시설과 교통 편의, 미숙한 운영, F1과 연계할 수 있는 부대시설의 미흡 등 지적받을 점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스위스 기자도 짚었던 것처럼, 첫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할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전하는 한국 언론들의 태도는 흥부를 대하는 놀부 마누라의 마음씀씀이만큼이나 박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F1 레이스가 우리 땅 영암에서 개최되는데도 차갑게 외면하거나 혹은 외국 언론에 잡힌 부정적인 면들만 부각시켜 “국제 망신”이라며 손가락질만 해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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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0월 24일자 조선닷컴 메인 면 |
국내신문 가운데 여론전파력 1위를 자랑하는 조선일보부터 보시죠. F1 결승 레이스가 펼쳐진 직후 캡쳐한 조선일보 인터넷판 메인 면 모습이 이러합니다. F1 관련기사를 눈 씻고 찾으려도 안 보이지요? 아마 이것만 보시는 분들이라면 F1 레이스가 이 땅에서 펼쳐지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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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0월 25일자 경향닷컴 메인 면(24일자 메인 면과 거의 동일하다) |
그런가 하면, 경향신문은 “국제망신” “한국서 왜 하는지” 등을 제목으로 뽑으며 F1을 깎아내리기에만 급급했습니다. 한쪽은 무관심하고 다른 한쪽은 입거품 물고 비난하는 환장할 짝꿍이 연출된 겁니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 외에도 영남 F1을 헐뜯는 기사를 여러 편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그러는 것일까요?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왜 이렇게 못 깎아내려서 안달하는 걸까요? 이게 F1이 아니라 올림픽이나 월드컵이었어도 반응이 이랬을까요? 아니, 이 대회가 전남 영암이 아니라 수도권이나 다른 도시에서 치러졌더라도 반응이 이랬을까요?
알다시피 영암 F1 그랑프리는 올해 한 번만 하고 그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닙니다. 향후 7년간 이어질 대장정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세계 6억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만큼,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대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가홍보나 신인도 제고 등 유무형의 경제적 가치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럴진대 외국 언론에 뜬 몇 줄의 부정적 기사를 경전처럼 떠받들며 험담과 독설만 퍼부을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따뜻한 격려의 말과 응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아가 어디서 하는지 관심도 없는 G20에만 목숨 거는 정부의 미개한 인식과 인색한 지원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虛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