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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틀 폭격대 vs 신풍 특공대.

순수한 남자 2010. 10. 28. 17:22

둘리틀 폭격대 vs 신풍 특공대.
번호 210271  글쓴이 내과의사  조회 922  누리 284 (306-22, 15:40:3)  등록일 2010-10-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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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틀 폭격대 vs 신풍 특공대
(서프라이즈 / 내과의사 / 2010-10-28
)


둘리틀 폭격대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 태평양 함대는 사실상 전멸한다. 그 후 반년 가까이 일본은 태평양과 동남아시아를 휩쓸고 다녔고, 미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은 일방적으로 일본군의 샌드백 신세가 된다.

당시 전황은 암울했다. 태평양은 물론이고, 유럽 전선에서도 연합군 측은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결정적 승기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유럽과 태평양 양쪽에서 고전하던 미국에게는 ‘승리’가 절실했다. 하다못해 자국민과 군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1942년 4월 18일, 둘리틀 중령이 이끄는 16대의 B-25 폭격기 편대가 항모 호넷에서 이륙하여 도쿄를 비롯한 일본 주요 도시를 기습 폭격한다. 진주만에서 난타당한 미군에게 쓸 만한 해군 전력은 항공모함뿐이었고, 미국은 이를 이용하여 일본의 의표를 찌르는 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둘리틀 편대의 공격은 자살행위였다.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해 폭격기의 자위용 기관총까지 제거하고, 함재기가 아닌 B-25 폭격기를 항모 갑판에서 이륙시키기 위해 선발된 조종사들은 목숨을 건 훈련을 반복해야 했다. 게다가 기습 함대가 발진 예정지에 도달하기 전 일본 초계함에 발각되는 바람에 그들은 당초 폭격 후 일본 열도를 가로질러 중국에 착륙한다는 계획마저 포기하고 출격을 결행해야 했다.

군사 전술상의 관점에서 보아도, 둘리틀 편대의 폭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작전이었다. 16대의 경폭격기로 일본의 여러 도시에 폭탄을 떨어뜨려 보았자 얼마나 큰 피해가 나겠는가. 하지만 미국의 목적은 군사적인 것이 아니었다. 작은 의미로는 진주만에 대한 복수였고, 크게 보면 우리도 하면 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자국민과 군인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퍼포먼스적인 의미가 핵심이었다. (둘리틀 폭격대의 이야기는 영화 ‘진주만’ 후반부에 자세히 나온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개전 후 연이은 승리에 기고만장하던 일본은 자국 수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폭탄을 얻어맞자 경악을 금치 못한다. 폭격대원의 상당수는 일본군에 붙잡혀 전범으로 처형되기도 하고, 종전 때까지 전쟁포로 생활을 해야 했고, 그들의 무사귀환을 도운 중국 민간인들 역시 일본군의 무자비한 보복에 큰 희생을 치러야 했지만 작전의 결과를 접한 미국은 열광했다. 일본은 별것 아니라고 무시하려 했으나 일본이 받은 타격은 상징적이고 심리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미군의 항모 전력에 의해 언제든지 자국 영토가 폭격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조바심이 난 일본은 전선을 확장하기 위해(미군 아이들을 한 치라도 일본열도에서 멀리 몰아내기 위해) 무모한 작전을 계획하게 된다. 그 결과가 1942년 6월에 벌어진 미드웨이 해전이다. 여기서 암호해독으로 작전의도를 미군에게 완전히 간파당한 일본 연합함대는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된다. 

2차 대전에서 연합군이 승기를 잡은 결전으로 독-소 전의 스탈린그라드 공방전, 아프리카 전선의 엘 알라메인 전투, 그리고 태평양 전쟁의 과달카날 전투를 꼽는다. 모두 1942년 후반 ~ 1943년 초반에 치러진 전투이다. 하지만 그 이전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이미 일본의 불패신화는 무참히 무너졌고, 미드웨이 해전의 이면에는 패배에 주눅이 든 미국인들에게 뜨거운 승리의 믿음을 심어준 둘리틀 폭격대의 분전(奮戰)이 있었다.


신풍(神風, 가미가제) 특공대
 

1944년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패배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문제가 되었다. (쥐새끼의 몰락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미국의 무서운 전쟁 수행능력은 고양이 모르고 날뛰던 쥐새끼 꼬라지로 일본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1944년 10월 하순 필리핀에서 벌어진 레이테 해전은 사실상 일본 연합함대의 모든 전력을 털어 넣은 결전이었고, 이때 일본은 자살 폭탄 전법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가미가제 특공대를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결사(決死)가 아닌, 문자 그대로 필사(必死)의 전술인 가미가제 특공대는 공격당하는 입장인 미군에게는 무시무시한 심리적 공포를 안겨주었지만 그들이 거둔 전과는 보잘 것 없었다. 대부분 군함에 격돌하기 전에 격추되어 성공률은 6% 정도였고, 그나마 중요한 목표인 정규 항모나 전함에 끼친 피해는 더더욱 미미했다. 그럼에도 3000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신풍 특공대’의 이름 아래 목숨을 바쳐야 했다.

무모하다는 측면과 실제 전과보다 심리적 요인이 더욱 지대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둘리틀 폭격대나 신풍특공대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그들이 태평양 전쟁의 흐름에 끼친 영향을 비교하자면 두 특공대의 의미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난다.

둘리틀 폭격대는 비상식적이고 무모한 방법이었지만 연이은 패배에 지친 미국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고만장하던 일본에겐 이러다가 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의 자신감과 조바심은 실제로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반면 신풍 특공대는 패전이라는 암울한 현실을 감내할 수 없었던 일본군의 자기도취적이고 단말마적인 발악에 가까웠다. 일본인들의 정서로 보자면 가미가제는 무사도 정신의 진수이자 비장미의 절정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는 일본의 패전을 더더욱 명약관화하게 했을 뿐이다. 미군이 겪은 심리적 공포는 작지 않았지만 그것은 미국을 결코 나약하게 만들지 못했고 오히려 가미가제는 일본인 같은 독종에게는 원자폭탄 외에 방법이 없다는 논리의 근거 중 하나가 되었다.

둘리틀 폭격대나 신풍 특공대처럼 목숨 바쳐 싸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숨 바쳐 싸운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대한민국이 오늘날 겪고 있는 치명적 병리현상의 원흉인 쥐새끼 한 마리를 죽이지는 못한다.


지지 마라, 자꾸 하면 습관 된다

어제 미니 보궐선거가 있었다.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 그리고 민주당의 참패로 귀결되었다. 그 와중에 광주 보궐선거에서 신생 참여당을 비롯한 야당 단일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는 소식도 있다. 민주당보다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참여당에서는 의미를 부여하는가 보다. 딱하다. 민주당에 이기면 뭐하나. 어차피 선거에는 졌는데.

한명숙의 패배, 유시민의 패배는 아직도 내 마음에 걸린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온갖 분석과 추측을 동원해서 저마다 패배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가지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일, 나도 그랬다. 아직도 노회찬이라는 종자를 보면 나는 이가 갈리니까. 하지만 그런 짓거리가 결코 패배를 승리로 둔갑시킬 수 없다. 그래서 나도 선거 때마다 조바심 내고 선거 끝나고 나서 열 받아서 입에 거품 무는 일에 이제 신물이 난다.

선거는 이기기 위해서 하는 거다. 지고 나서 룰이 공정치 못했다든가, 유권자의 수준이 문제라든가 하는 따위 타령은 지는 놈이나 주절거리는 푸념에 불과하다. 프로야구 구단 SK의 야구가 쪼잔하고 저질이라고 해도 그들은 반드시 이기는 야구를 추구하고 우승으로 그들의 능력을 증명한다.

“아무 때나 울지 마라. 자꾸 하면 습관 된다. 아무에게나 무릎 꿇지 마라. 자꾸 하면 습관 된다.”

‘패인’을 다량 생산 중인 월화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그중에서도 내 딸아이의 혼을 빼놓고 있는 ‘걸오 문재신’의 극 중 명대사이다. 뭐든 자꾸 하면 습관 된다. 그리고 습관이란 반창고와 같아서 오래 둘수록 떼기 힘들어진다. 이거 진리에 속하는 명제이다.

제발 선거에서 지지 마라, 자꾸 하면 습관 된다. 그리고 지고 나서 온갖 미사여구로 패배를 합리화하는 거, 그것도 이제 그만 해라. 자꾸 하면 습관 되니까.

나는 승리에 목말라 있다. 필승의 믿음을 주는 정치인을 사무치도록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 신명 바쳐 싸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둘리틀 폭격대도 그랬고, 신풍 특공대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신명을 바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그들의 운명을 하늘과 땅만큼이나 가른 결과처럼 말이다.

싸워라! 이기기 위해서, 그리고 이겨야 한다. 자꾸 그래야 습관 되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순수하지 못한 승리’를 두려워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 꼭 쥐새끼와 그 수하들처럼 더럽게 처신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 않은가. 김대중과 노무현, 그 위대한 승리의 역사를 통해서 말이다…….

 

내과의사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1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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