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MB를 향한 한 마디,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맞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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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일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앞으로 모든 리더는 젊음 외에도 리더십과 창의력이 있어야 하고, 21세기 새로운 문화에 적응을 빨리, 잘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2일 멕시코 출장길에 오르면서 ‘젊은 조직론’을 화두로 던졌었다. 이 회장이 공항을 떠날 때 한번, 그리고 돌아올 때, 다시 한번 던진 말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삼성그룹 ‘노땅’들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 회장을 기다렸다가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느낌을 받았을지 모르겠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한 가장 일반적 해석은, 그것이 삼성그룹 조직 내부를 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고 싶다. 역대 정부마다 이 회장의 발언은 ‘다른 뜻’으로 해석되곤 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북경에서 “기업은 2류, 관료조직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후 정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삼가했지만, 그의 발언은 항상 정치적으로 해석됐다. 예컨대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이 회장은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 회장은 기자들이 둘러싸고 ‘한 말씀’을 요구하자 기업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말을 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은 그의 말을 ‘샌드위치론’이라는 독트린 수준으로 격상시킨 뒤 이를 근거로 참여정부를 격렬히 물고 늘어졌다.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기업의 총수가 이렇게 나라를 걱정하는데, 도대체 정부는 뭐하고 있냐”는 식으로 말이다. 이처럼 작은 건수만 있어도 참여정부를 몰아붙이던 언론이 이번만은 잠잠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경분리가 확실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청와대 비서관이 기획재정부 과장에게 주먹을 날릴 정도(관련기사 :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614642)로 위세 등등해져 기가 죽었기 때문일까. 솔직히 필자는 이 회장 발언에 대한 정치적 독법(讀法)에 더 솔깃하다. 지금까지 기자, 논설위원, 참여정부의 국정홍보처장 등으로 일한 감으로는 그의 발언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읽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삼성 내부의 세대교체라면 굳이 외부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자신의 의지대로 하면 된다. 특별한 걸림돌이 있어 여론을 이용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냥 인사조치를 하면 언론이 알아서 해석해주지 않는가.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회장이 언론을 향해 두 번씩이나 같은 요지의 발언을 흘린 것은, 의도적으로 이 정부를 노린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예컨대 “이 정부 사람들, 21세기에 안 맞죠. 나이가 문제가 아닙니다. 하는 짓이 구태예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세대가 나와야 합니다”로 말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처음에 ‘비즈니스 프랜들리’을 높이 내걸고, 대기업을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했다가, 어느 순간 ‘친서민 중도실용’ 깃발로 갈아 달고는 별의별 간섭을 다하지 않았는가. 이 회장으로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심정이었을 것이고, ‘구태의 영원회귀’가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물가 잡는다는 이유로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가 ‘MB물가’가 오히려 더 오르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또 대기업을 향해 적정이윤을 내야 한다며 ‘용감하게도’ 기업활동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대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 보수정권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기업친화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보수정권을 자임하는 이명박 정부는 레토릭으로는 ‘친시장’을 외치면서 실제 하는 짓거리는 정반대다. 진보정부였던 참여정부 때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시장과 기업활동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았다. 구태도 이런 구태가 없다.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맞죠”. 이 말을 둘러싼 해석은 다양하다. 필자는 이 말을 이 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구태를 향해 날린 독설로 해석하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김창호 / 전 국정홍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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