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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에서 '협박'으로 입장 바꾼 경찰청장 조현오

순수한 남자 2010. 12. 27. 13:31

'사죄'에서 '협박'으로 입장 바꾼 경찰청장 조현오
번호 223614  글쓴이 부천사람사는세상 (ymchi)  조회 6458  누리 1443 (1448-5, 78:191:1)  등록일 2010-12-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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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에서 ‘협박’으로 입장 바꾼 경찰청장 조현오
(서프라이즈 / 부천사람사는세상 / 2010-12-26)


무릎 꿇고 사과한다고 말한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 지난 10월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조현오 ⓒ오마이뉴스

이런 사람이 치안총수로 있는 나라에서 법과 질서가 바로 잡힐 수 있겠는가? 경찰청장 조현오의 중앙선데이 인터뷰를 읽고 든 첫 생각은 그것이었다. 차명계좌에 대한 그의 변명을 여기서 전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겠고, 자신에 대한 1인 시위를 한 문재인 비서실장에 대해 그는 ‘할 말은 많지만 참겠다’며 마치 가소롭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번 인터뷰 내용은 그동안의 ‘사과’하겠다는 태도와는 너무도 다른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 8월 말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장에서는 ‘노 대통령 묘소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10월 말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11월 內로 차명계좌 발언 관련하여 사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11월 사과발언과 관련해서는 ‘사과에 시기가 있느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조현오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가? 그는 수사라인에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 수사를 총괄했던 전 중수부장 이인규가 ‘틀린 얘기’라고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이인규는 ‘서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건 틀린 얘기이고, 정상문의 계좌를 포괄적 차명계좌로 볼 여지는 있을 것’이라는 애매한 발언을 했었다. 정상문 차명계좌는 이미 법원에서 노 대통령과 아무 상관없음이 판결문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조현오의 발언은 모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이 끝난 사안이다.

그런데 조현오는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는 대신에 ‘할 말은 많지만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고, 진위 여부에 대해 말하면 큰 물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오히려 노무현 재단을 협박하고 있으니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조현오가 비겁한 결정적인 2가지 이유

자기 말에 책임도 못 지고 치졸하게 입장을 바꾸는 사람이 경찰청장이라니 안타깝다. 그뿐인가 오히려 ‘내가 입을 열면…’ 식으로 큰소리까지 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비겁한 인물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2가지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멍석 깔아줬는데 뒷담화로 일관하고 있으니 비겁하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문재인이 노무현 대통령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조현오의 조사가 4개월째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이 1인 시위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이 나라의 법치는 무너졌다. 그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변호사인 문재인은 ‘형사소송법상 고소·고발 사건의 3개월 내 처리원칙’을 적시하면서 조현오의 소환조사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조사에 응하면 된다. 조사에 응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들었던 모든 것에 대해 공개하면 된다. 그것이 명예훼손이라면 처벌받으면 되고, 아니면 무혐의나 무죄 판결이 날 것이다. 이것이 법치국가의 일반적인 형사사건 해결 방식이다. 그런데 중앙선데이나 불러서 ‘내가 입을 열면 말이지…’ 따위의 뒷담화로 일관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고소·고발 건에 걸려 있는 경찰총수가 그와 같이 대답하면 기자라면 ‘수사에 응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후속 질문이 있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인터뷰한 기자는 조현오의 답변에 “실수거나 잘못된 정보에 의한 발언은 아니라고 믿고 계신 거네요.”라고 심경을 추가로 말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해줬다.

2) 민주당 앞에서만 상황 모면용 ‘사과’를 언급했다

국민참여당에 국회의원이 있었더라도 조현오가 저렇게 자기가 내뱉었던 말을 손쉽게 뒤집을 수 있었을까. 지난 8월 말과 10월 말 그가 사죄하고, 묘소 앞에 가서 무릎 꿇겠다고 말한 것은 모두 국회의원들 앞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했을 리 없으므로 그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저자세로 일관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큰소리칠 수 있는 힘 있는 자리의 사람들 앞에서만 사과를 언급했다는 것이 비겁하다.

경찰청 국정감사를 담당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존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전면에서 뒤집은 조현오를 항의방문해야 마땅하다. 이것은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다. 여러분들에게 약속한 것을 뒤집은 것에 대해 인격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민주당의 움직임을 지켜보고자 한다.


조현오 앞으로는 ‘사과’란 말 꺼내지 마라

▲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일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그의 말에서는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몇 달 전에 했던 말을 손쉽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사람이다. ‘사죄에서 협박’으로 입장을 바꾸는 데에는 불과 4달이면 족했다. 진정성 없는 사람이 한 말에 주목할 필요는 없다. 이인규조차도 ‘틀린 얘기’라고 했는데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저런 태도를 취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참여당 당원들은 경찰청사 앞에서, 노무현재단도 검찰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데 말이다.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는 참으로 놀랍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어 이런 모습이 낯설지는 않지만, 법집행을 담당하는 치안총수가 자신에 대한 고소 건에 대해 수사에 응하기는커녕 진행되는 수사 건에 언론플레이를 하는 ‘무법상황’을 만드는 데까지 이를 줄이야. 한나라당에는 법률가들이 없는가. 지금 이 모습이 그대들 보기에는 정녕 정상으로 보이는가.

조현오의 사과 발언을 받았던 민주당 의원들의 즉각적인 항의방문을 요구하는 바이다. 그리고 조현오 절대 사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다시 심경이 바뀌어 사과한다고 입장을 바꾸는 경우, 그런 사과 받는다면 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한 인격체로 더러움을 느낄 것 같기 때문이다.

 

부천사람사는세상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2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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