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의심스럽다

순수한 남자 2011. 1. 4. 11:27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의심스럽다
번호 225420  글쓴이 조기숙 (brightmagic)  조회 1239  누리 168 (173-5, 8:27:1)  등록일 2011-1-4 10:37
대문 12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의심스럽다
여론과 민심의 방정식

(서프라이즈 / 조기숙 / 2011-01-04)


새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50%가 넘었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높은 상태를 유지해왔습니다. 35%를 넘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와는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별로 믿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왜 그럴까요?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P&C리포트

첫째,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대통령 지지도를 측정하는 여론조사는 집 전화로 하기 때문에 표본오차가 심각하고 또 응답률이 10%도 안 된다고 하니 이 대통령 지지자가 열심히 응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문항목도 참여정부가 5점 스케일이었다면 이 정부에서는 4점으로 하니 중간층이 없어지면서 긍정적인 답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둘째, 이 정부의 강압 통치에 국민들의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합니다. 혹시 가해질 불이익이 두려워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독재시대에는 운동권 지도자를 투옥하고 고문했지만 이 정부는 촛불시위에 나와서 구경하거나 뒤따라가던 사람을 잡아서 벌금형을 때립니다. 공권력의 공갈·협박이 통하는 힘없는 시민을 공략한 결과 효과를 보는 것이지요.

셋째, 원래 언론을 얼마만큼 통제하는지에 따라 지도자의 지지도는 정해집니다. 북한에서 지지도 조사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90% 이상 나오겠지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70%를 유지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선거 때 사이버규제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미네르바, 천안함 사태에서 보듯이 사이버 통제까지 하는데 지지도가 50%면 그리 높은 성적이라 보기는 어렵죠.

그러나 여론과 민심은 다릅니다. 여론조사기관은 단지 표면적인 여론을 측정한 것이고 바닥에 흐르는 민심은 여론조사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바닥에서 민심을 읽으니 속이 타는 것이고 청와대는 여론만 보고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자 간의 인식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여론조사와 선거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홍보수석을 하면서 여론과 민심에 대해 글을 쓴 것이 있습니다. 그때 보셨을 분도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다시 올립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 상황에 있지만 역사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고 이명박 대통령은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론과 민심의 차이점을 이해하면 풀리게 됩니다.


빙산과 얼음조각


빙산이 바다에서 떠내려가는 것을 보신 적이 있나요? 저도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물리학자인 남편이 해준 말에 따르면 거대한 빙산 덩어리와 주위의 작은 얼음 조각은 반대방향으로 흐른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거대한 빙하는 바다 깊은 곳의 해수 흐름의 영향을 받고 작은 얼음조각은 바다 표면의 해수 흐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랍니다. 지금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것은 표면적 여론의 반영일 뿐이므로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남편이 저를 위로하는군요.

“진정한 민심은 거대한 빙산과 같은 것이며 심연의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민심의 향배를 예견할 수 있어요. 깊은 역사에 대한 통찰과 미래에 대한 혜안이 있는 지도자만이 심연의 흐름을 꿰뚫을 수 있어요.”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보, 걱정 말아요.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그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선거판의 흐름을 미리미리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사적 통찰력과 이론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여론조사 결과는 여론의 표면적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 민심의 심연은 놓치고 맙니다.”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민심을 존중하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 평생 노력해 오신 분입니다.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로는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신뢰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유전과 행담도 사건 때 한나라당에서 정략적 공세를 위해 청와대에 자료를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참모들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한다는 이유로 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한결같이 모든 것을 공개하라고 지시합니다. “국민에 대한 신뢰 없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결국 우리는 자료를 하나씩 공개했고 언론은 이것을 마치 큰 비리인 것처럼 대서특필했습니다. 우리를 아끼는 학자들은 청와대가 대처를 서투르게 했다고 안타까워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신념은 한결같습니다. “국민들에게 꼭 지금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가. 옳은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 또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국민을 믿어야 한다.”


여론의 포로는 장기적으로 성공 못 해

표면적 여론의 포로가 된 지도자나 논평가 모두 장기적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여론은 그야말로 시류의 반영이거나 이해관계의 표출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설문이나 여론조사 절차가 정확하다면 여론조사도 여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춤추는 것 같은 여론도 따지고 보면 다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나타난 여론마저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그건 그 당시에 어떤 사안에 대한 좋고 싫음(선호)의 표현일 뿐입니다. 만일 여론조사에 나타난 여론이 모두 옳은 것이므로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면 평상시 여론조사에서 1등 하던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경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여론조사가 맞으니 선거결과를 무효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국민을 변덕쟁이라고 비난해야 하나요.

평상시 여론조사는 역사적 심연을 흐르는 민심을 정확히 측정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정보가 균형되게 제공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그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조사기관, 시기, 설문에 따라 설문조사 결과가 둘쭉날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경제가 나쁘면 그 원인을 따지기 전에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다른 모든 부문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으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러한 일시적 평가를 심연에 흐르는 민심이라고 받아들였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어떤 후보는 지난 5년간 대통령 당선 1순위였습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여론에 안주한 결과, 대선패배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민심의 심연을 이해하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는데 게을렀기 때문입니다. 표면적 여론에 급급한 사람들은 선거전부터 줄 서기 하랴, 샴페인을 미리 터뜨리랴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심연에 흐르는 민심입니다.

반면에 선거결과에 나타난 집합적인 민심은 그 상황과 주어진 여건 속에서는 매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거행위는 매우 계산적이고 선거기간에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천여 명의 표본이 아니라 천만 명 이상의 유권자의 뜻이 집합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권자가 합리적이라는 주장은 유권자 한 명 한 명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집합적인 선거결과가 대체로 그렇다는 겁니다. 멀리서 산을 바라보면 썩은 나무, 부러진 나무는 보이지 않습니다. 푸르고 멋진 산만이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민심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민심은 항상 옳은 선택을 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도 부산에서 그렇게 여러 번 낙선하고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심연에 흐르는 민심의 대표적인 예는 국민들의 햇볕정책 지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일부 언론이 그렇게 햇볕정책을 흠집 내고 비판을 했건만 민심을 움직이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70% 정도의 국민은 꾸준히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민심에는 한민족과 대한민국에 대한 오래된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지만 국민들은 일희일비하지 않았습니다. 인내를 가지고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을 지지해주었습니다. 거대한 빙하가 도도한 심연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듯이 민심은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의 성공 뒤에는 이러한 국민적 지지가 있다는 발언을 통해 민심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최근 일부 언론이 매번 달라지는 여론조사결과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지 않는다고 국민을 무시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지난 대선 후, 철없는 국민이 일시적 감정에 휩쓸려 선거를 잘 못했다고 비난을 해대던 일부 언론이, 탄핵정국에서 헌법재판관에게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 판결을 할 것을 촉구했던 일부 언론이 이제 와서 갑자기 여론 제일주의로 돌변하니 진짜로 헷갈립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참여정부가 여론에 춤추는 파퓰리스트 정부라고 목청을 높이니 어는 쪽이 진심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지,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지.


민심과 여론의 차이, 역사가 평가한다

그러면 민심과 여론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차후 역사가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역사의 흐름을 깊이 연구한 사람은 지금도 확신을 가지고 그것을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 주장이 맞는지는 여전히 역사에 맡겨둘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5대0이라는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선수들의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애썼습니다. 대통령도 지난 몇 년간 성장률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애썼습니다. 이제 우리 경제의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라토 IMF 총재도 우리 경제의 앞날이 매우 밝다며 대통령의 그동안의 노력을 존경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은 심연에 흐르는 민심을 꿰뚫는 역사적 통찰력을 지닌 지도자이기에 지지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뚜벅뚜벅 앞을 보고 나갈 것입니다. 우리 국민도 바로 이 점을 높이 샀기에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민심이 노 대통령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인정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믿기 때문입니다.


‘불가사의’한 이명박 지지율, 영남과 장·노년층 지지가 뒷받침 연평도 피격 이유에 대해서 지역적으로는 영남, 세대별로는 50 ~ 60대 이상에서만 ‘현 정권의 대북 강경책’ 때문보다 ‘지난 정권의 햇볕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응답이 더 높았다. ⓒ오마이뉴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빈 곳간 물려받아 튼실하게 채워놓은 덕분에 우리는 세계금융위기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화자찬합니다. 이런 거짓말을 믿는 국민들이 지지도에 반영되었겠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곳간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악성부채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앞일이 참 걱정됩니다.

 

조기숙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2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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