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MB 인사 난맥’ 예고된 파탄
ㆍ도덕성·자질·여론 무시한 ‘마이웨이’
ㆍ12·31 개각, 측근·회전문·보은 인사 결정판
(경향신문 / 이주영 / 2011-01-11)
‘전관예우’ 논란과 독립성 시비에 휩싸였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0일 낙마 상황에 처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난맥이 다시 표출되고 있다.
국민 정서나 도덕성·자격 논란을 무시하고 충성도 위주의 측근 중용과 돌려막기 식 인사를 반복하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인사 방식이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강화되고, 줄줄이 민심의 역풍에 맞닥뜨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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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과 퇴장 사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서 퇴근해 차에 오르고 있다. |
지난해 마지막 날 전격 단행된 ‘12·31 인사’는 측근 중심, 회전문 인사의 특징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정 감사원장 후보자는 대통령직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간사를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청와대 참모 출신이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 수장에 적합하냐는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된 지 8개월 만에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된 최중경 후보자 역시 인수위 출신의 ‘회전문’ 인사로 꼽혔다. ‘왕의 남자’로 불리는 박형준 전 정무수석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각각 상근직 대통령 사회특보와 언론특보로 복귀했다. 김대식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2007년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외곽조직(선진국민연대)을 만들었고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거쳤다. 한 번 마음에 둔 측근은 다시 쓰고, 핵심 참모는 여기저기 기용하는 돌려막기 식 인사의 집약판인 셈이다.
임기 말로 가면서 충성한 사람은 확실히 챙기는 ‘보은 인사’도 되풀이되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퇴진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지난해 말 각각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과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복귀시켰다.
‘용산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일본 오사카 총영사에 내정됐다. 지난달 임명된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은 이 대통령과 동향(경북 포항)이자 대통령의 모교(동지상고) 후배라는 점에서 특정 지역·학교 출신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측근·회전문·보은 인사’가 반복되는 것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및 판단 기준에 문제가 있는 데다, 궁극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인사관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후 “ ‘공정한 사회’에 걸맞게 역량·경력·도덕성·평판 등에 관해 실질적이고도 질적인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임태희 대통령실장)며 인사검증 시스템 개혁을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제2, 제3의 김태호’를 막겠다던 교훈을 망각한 듯, 청와대는 또다시 국민 정서와 괴리된 인사를 단행했다.
결국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 측근과 연고주의에 기댄 이 대통령의 인사방식 앞에선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과 잣대 자체가 무용지물인 셈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인사를 할 때 아래에서 위로 올려 재가를 받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일단 지정하면 아래에서 검증하는 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대통령 의견에 누구도 반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미국처럼 후보자에 대한 모든 검증자료가 의회에 제출되고 여러 기관에서 상호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1102203555&code=9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