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야 정치 지도자는 지금이 국가재앙사태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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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 / 2011-01-13)
일별해 보아도, 13일 현재 벌써 살처분 매몰 대상 가축은 3천695개 농장 150만623마리, 백신 대상 가축은 1300만 마리가 되었다.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전남, 전북, 경남, 제주 지역에 불과하다. 구제역 발생 보고 후 40여 일만의 일이다. 여기에 AI가 경기와 충남, 전북, 전남지역 6개 시·군에서 발생하여 매몰 처리한 닭과 오리가 324만2216 마리에 이르고 있다. 규모가 이쯤 되면 이것은 전쟁이다. 축산농가의 시름이나 먹거리 파동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끔찍한 국가적 재앙이다. 대통령은 구제역 문제를 국가재난사태에 준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여야는 대권다툼이나 정치공방 이전에 국민들의 지금까지의 고통뿐 아니라 다가올 끔찍한 재앙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사태인가를 아직도 잘 깨닫지 못하는 정치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 구제역 걸린 소들뿐 아니라 나머지 모든 소와 돼지들을 예방적 차원에서 다 죽인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사태가 해결되는가? 네티즌들의 허탈한 수군거림처럼 한우가 다 없어지고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면 문제가 사라지는가? 구제역은 더 이상 가축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가 되었다. 생존의 바탕을 빼앗겨버린 축산농가들의 고통이야 말할 것도 없고, 고깃집 치킨집의 막막함이야 옆에서 보아 아는 일이지만, 수만명의 공무원들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 죽이는 일에 동원되어 심리적 상처를 입고 있다. 살처분한 소들의 배가 가스로 가득차, 낫으로 찔러 터뜨리다가 젊은 방역수의사들이 피범벅이 되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수의사들이 더 이상의 가축살해를 못하겠다고 사표를 쓰고, 연일 격무에 시달리다 공무원이 과로사를 하고, 가족처럼 여기던 소돼지를 묻고 피눈물을 흘리다 기진하는 농가들이 속출한다. 예방적 살처분이니 매몰이니 하는 어휘들이 실제로 살아있는 짐승을 인간이 죽여 없애는 일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 국민들이 죄책감과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린다. 심리적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의 구제역 살처분과 매몰방식의 방제가 불러올 또 다른 재앙은 아무도 생각조차 않고 있다. 반드시 죽여서 해결해야만 했나 라는 질문은 다음에 하기로 하더라도, 이미 죽여버린 짐승들을, 죽였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제 봄이 오고 날씨가 풀리면, 매몰된 가축들의 살이 썩고 얼었던 피가 녹는다. 그야말로 천지간에 악취와 병균이 창궐하게 될 것이 확연하다. 구제역은 인수전염병이 아니지만, 봄이 오면 구제역보다 더 무서운 역병이 창궐하게 될 시한폭탄이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벌써 가축들을 매몰한 장소에서 핏물이 배어나와 인근 지하수를 물들인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일들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가 보이지 않는가를 묻고 싶다. 구제역과 AI는 더이상 농림수산식품부만의 업무가 아니다. 환경오염, 주민 건강, 피해주민 지원을 위한 예산마련, 그리고 그 외 각종 지원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구제역과 AI는 정부 모든 부처가 관련된,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현안이 되었다. 전 국토에 걸쳐 시한을 예상하지 못할 2차 환경오염이 예고되고, 지역 주민들의 현재와 미래 건강이 문제되는 상황보다 더한 국정현안이 어디에 있겠는가? 사태가 이처럼 확산된 1차적이고 가장 큰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에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통해 이명박 정권은 안보무능, 인사무능, 외교무능에 이은 방역무능 정권임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무섭고 끔찍하다. 이런 사태가 되도록 사태를 방치하는 대통령은 도대체 뭐하자는 대통령인가. 4대강에 매몰되어 오로지 삽질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구제역걸린 소돼지들도 삽으로 땅파서 묻으면 된다고만 생각하는 것인가! 4대강이 벌겋게 핏물로 물들고 천지간 들판이 죽은 가축의 시체로 뒤덮이면 그제야 큰일났구나 라고 할 것인가? 구제역과 각종 전염병 창궐국가로 낙인찍혀 관광객들이 끊기고, 농촌에 사람들이 발길이 뜨음해지면 그제야 대국민성명을 내어 이 모든 것이 농민들이 조심을 안 한 탓이라고 미룰 생각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가장 심각한 국정현안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2002년 김대중대통령이 왜 그렇게 신속하게 군대까지 동원하여 긴급조치에 나섰는지를 생각해보라. 피눈물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우리 아들들을 산짐승 죽이는 일에 동원했을 그 심정의 반의 반만이라도 본받았으면 정말 고맙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뿐인 친서민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이 땅에서 땀 흘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을 생각하기 바란다. 즉시 4대강 예산을 축산농가 지원과 환경오염, 주민 건강 대책 예산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관련부처 장관에게 지시하라. 예산이 없어 관계부처 장관들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대통령과 정부만 신경써야 할 일인지를 여야 지도자들에게도 함께 묻고 싶다. 한나라당의 실세이자 차기대권주자 박근혜 전대표가 복지를 이야기했다. 복지가 뭔가. 복지는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사는 것이다. 복지는 국가가 국민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다. 구제역 걸린 소를 속수무책으로 죽임당하고 땅이 꺼져라 한숨쉬게 만드는 게 복지인가? 박근혜 전대표는 복지를 이야기하면서도 한나라당의 날치기 예산통과 때 복지예산에 대한 말 한 마디 한 적이 있는가? 60여명에 달하는 한나라당내 친박계 의원들에게 “복지예산 반드시 확보하세요”라는 말 한 마디만 했더라도 형님예산 사모님예산대신 복지예산이 확보되었을 것이다. 이미 그때 벌써 재앙수준으로 창궐하는 구제역에 대한 방역예산 확보하자는 말 한 마디라도 한 적이 있는가? “구제역도 신경씁시다” 한 마디만 하면 될 일 아니었나? 미래권력을 꿈꾸는 자로서의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다. 한나라당 출신 현재권력도 국민의 고통에는 아랑곳없고 한나라당 차기주자도 국민의 고통에 대해 복지 복지 하고 말만 입에 바르고 있다. 한나라당 실세 겸 차기주자 박근혜 의원은 입이 아닌 행동으로 복지를 실천해야 한다. 정치인의 진정성은 행동에서 확인된다. 구제역 문제부터 발벗고 나서라. 지금이 대선행보 할 때인가? 대선행보 열심히 하는 동안 국토는 오염되고 국민건강은 악화될 대로 악화되며, 축산업은 붕괴되고 농가는 절망에 빠지고 파산에 이를 것이다. 복지를 말하면서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진정 차지주자를 꿈꾼다면 지금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요청한다. 더 이상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무능을 즐기지 말고, 행동으로 복지 주장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야당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자가 국민을 위해, 서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가적 재앙에 직면한 지금, 우리 국민과 후손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은 나쁜 정권”이라는 홍보가 아니라 국가적 재앙이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을 막을 ‘대책’마련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정도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는 현 상황이 축산분야를 넘어선 국가적 재앙임을 인지하고, 지금 즉시 국회로 들어가 환경, 재경, 교육, 국방 등 모든 상임위를 개최하여 종합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을 포함한 여야 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박근혜, 손학규 등 모든 정치 지도자는 더 이상 농업축산인들의 피눈물을 외면하지 말고 범정부 차원, 범국회 차원에서 파격적인 피해보상과 재활대책을 마련하라. 현재의 살처분 방식이 불러올 환경적 재앙에 대한 예방대책을 마련하라. 정부와 여야 지도자들은 정략과 정파적 이익을 떠나 현 사태가 단순한 농림축산업 분야만의 일시적 문제가 아닌 국가적 재앙사태임을 인지하고 즉시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수립할 여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 또한 초기 방제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즉각 파면시키고, 기타 책임자들을 문책할 것이며,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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