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왕차관’ 박영준, UAE 원전 100억 달러 마련에 동분서주
유대 자본 유치 시도에 이어 공기업 주식 출자, 외환보유고 동원까지 검토
(민중의소리 / 조태근 / 201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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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이 지난달 20일 열린 한-중동 신년경제교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공사비 186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100억 달러를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지원키로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2009년 12월 수주 이후 이명박 정부의 실세인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이 자금조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박 차관은 지난 2009년 12월 말(당시 총리실 국무차장) UAE 원전 수주를 전후로 UAE 현지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며 수주를 위한 제반 업무를 맡았으며, 이후에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100억 달러 자금조달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차관은 지경부로 온 뒤에는 본격적으로 100억 달러 자금조달을 위해 중동을 오가면서 다양한 인사들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차관이 임명된 지난해 8월 당시 한국은 UAE 원전에 지원할 100억 달러뿐만 아니라, 터키 원전 수주를 위한 자금조달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이었다.
UAE 원전의 경우 수출입은행은 당초 100억 달러 마련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이 참여한 대주단(채권단 모임) 구성을 3월까지 마칠 예정이었지만 전혀 진척된 게 없었다. 국내외 금융기관들이 위험성이 높은 원전사업에 28년이나 되는 장기대출을 꺼렸고, 잘 알려진 역마진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터키 원전의 경우에도 지난해 6월 정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7월 들어 터키 측이 한국에 원전 건설비 자금조달을 요구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민중의소리>의 취재 결과 박 차관은 이처럼 원전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자 다양한 루트로 국제금융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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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6일 청와대에서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
지난해 9월에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미국 건설플랜트 업계의 거물급 인사를 만나 UAE 원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도움을 요청했으며, 국제금융계를 움직이는 유대 자본을 설득하기 위해 이스라엘 고위 인사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박 차관은 결국 자금조달에는 실패했고, 중동에서 직접 오일머니를 조달하는 쪽으로 선회해 지난해 10월에는 UAE에서 중동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투자설명회에 직접 참여하는 등 애를 썼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한편 최근 들어 정부는 UAE 원전 자금조달을 위해 ‘올인’하다시피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박 차관의 행보가 눈에 띄고 있다.
UAE 원전 수주 꼭 1년 만인 지난해 12월 2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차관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건설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자금 조달의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지 고민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도 완전히 손을 놓을 수 없으니 국내 금융도 참여하게 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예고했다.
급기야 올해 들어 지난달 박 차관 주재로 비공개로 열린 원전 수출 금융대책회의에서는 UAE 원전 자금 마련을 위해 공기업들 중 한국석유공사와 광물공사, 도로공사의 주식을 수출입은행에 현물 출자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며, 연기금과 생명보험사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까지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외환보유고를 원전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외환보유고의 원전 투자는 지난 2009년 말 UAE 원전 수주 당시에도 거론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 밖에도 이 회의에서는 중동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안도 논의됐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서 관련 부처들은 법률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이런 안들에 대해 난색을 표시해 향후 추가로 논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UAE 원전 ‘본계약’ 체결을 위한 약속 이행을 각 부처에 독려한 마당에 UAE 원전 사업 수주 당시부터 깊숙이 발을 담가 온 박 차관이 100억 달러 마련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박영준 차관은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으로 시작해 이명박 정권 창출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실세 중의 실세’이기도 하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617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