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절규하며 내뱉은 대사, 기억나세요? 오늘은 우리도 한 번 이 말대로 해보기로 해요. 어디로 돌아가냐구요? 바로 이 곳이죠.
2011년 4월.
“쿵쿵, 뚝딱뚝딱, 위잉~”
굴착기가 땅 파는 소리, 용접하는 소리, 망치질 소리... 온갖 소음이 난무하는 이 곳. 여기는 수원 복개천 복원 공사 현장입니다. 2011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땀 흘리고 있는데 현재 67%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답니다.
수원 복개천 복원 공사는 그동안 복개구조물로 인하여 죽어있던 복개하천을 되살려 자연친화적 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공사인데요. 국토해양부와 경기도에서 303억원을 지원 받았답니다. 수원천이 복원되면 수해상습지에서 벗어남은 물론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역사성 회복도 이루어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니 기대가 되네요.
복개에 복원에 몸살을 앓고 있는 수원천. 수원천은 어쩌다 이런 복원 수술을 받게 된 걸까요?
2010년 4월.
복개구조물 철거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수원천을 덮고 있던 두터운 콘크리트화장이 벗겨지고 수원천의 맨살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화장 밑에 죽어있던 수원천은 매교에서 지동교 사이의 790m구간이라는데요. 하천으로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였죠.
복개구조물 밑에서 수원천은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그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인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그들 덕분에 수원천은 재생의 기회를 얻었답니다.
1996년 1월.
수원천 복개 반대 성명서가 발표되고 복개 반대 시민서명운동이 전개됩니다.
2월. 수원천 살리기 시민토론회가 개최되고, 수원지역15개 시민단체 대표 40명이 수원시장을 방문, 복개 반대 의견을 전달합니다. 문화재 관리국에 화성 남수문 구간 복개공사 중지 및 원형 복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고, 문화재 관리국으로부터 수원성곽 보호를 위한 수원천 복개공사 중지통보를 받아냅니다.
1996년 5월. 마침내 수원시의회 임시회의에서 수원천 복개공사 2단계 구간 철회를 발표합니다.
약 6개월에 걸친 시민들의 반대운동 결과, 이미 복개가 완료된 1단계 구간(매교에서 지동교)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의 복개공사가 철회된 것인데요. 이렇게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그 의견을 수렴, 공사를 중단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예라고 하는군요.
1996년 복개중단과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으로 수원천은 점차 생기를 되찾아갔고, 이를 계기로 수원시민들의 물과 하천에 대한 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죠. 이런 의식의 변화는 이미 복개된 구간에 대한 복원 사업으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2008년 3월, 복원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2009년 7월, 공사가 착공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원천은 복개되었던 걸까요.
1994년 7월.
매교에서 지동교까지의 1단계 복개공사가 준공됩니다.
1995년 3월엔 2단계 연장구간(지동교~매향교)이 착공되죠.
1990년 2월.
도심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복개계획이 수립됩니다. 복개된 구간은 차도와 주차장으로 이용됩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산업화와 소득증대, 인구 증가로 하천은 오염되고 교통난이 심각하여 수원천을 복개, 도로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1960년대 이래,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하천은 직선형으로 바뀌고 제방은 콘크리트로 쌓이면서 하천의 형태와 생태계가 파괴되어 하천으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하수천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하천의 자연적 기능보단 복개의 인공적 편의성에 더 솔깃했던 것이죠.
1950년대.
화성 북수문 근처의 모습입니다.
1950년 6.25 한국전쟁과 함께 수원의 주요산업이었던 섬유업체가 수원천변에 무질서하게 난립되어 수원천을 오염시키기도 하였지만 평동으로 이전 후, 수원천은 화성과 함께 어우러져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이었죠.
이 모습을 보면 자연하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현재 수원천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철썩철썩 빨래 두드리는 방망이질 소리와 함께 동네 아낙네들 질펀한 수다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자연천이었던 수원천은 수원시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실어 날랐죠. 그 도도한 흐름은 조선시대로 이어집니다.
수원천은 광교산(582m)에서 발원, 상광교, 하광교를 흐르다가 광교 저수지에 모여 제법 큰 물줄기를 이룬 후 영화동, 북수동, 남수동, 팔달로 등 도심을 남쪽으로 가로질러 경기도 태안읍의 황구지천으로 흘러드는 연장 14.45Km의 준용을 자랑하는 하천입니다.
수원천은 조선시대 계획도시였던 수원의 도심을 통과하며 그 중심을 이루어왔죠. 화성은 이 수원천을 가로지르며 축성되었는데요. 수원천의 자연적 조건을 고려하여 축조되었죠. 북수문(화홍문)이나 남수문, 방화수류정 같은 뛰어난 건축물들이 수원천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것입니다.
화성을 축조하면서 연못을 만들어 홍수 시 물의 흐름과 양을 조절하는 기능 또한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하천 주변엔 버드나무를 심어 하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등 주민의 편익을 고려한 흔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수원천은 화성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자연문화재인 것입니다.
우리의 ‘Back to the Past’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가 여행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죠.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선 과거의 내 모습을 알아야 하니까요.
2011년 12월.
수원천 복원사업이 준공된 뒤 모습입니다.
복개구조물이 철거되는 자리엔 지동교, 구천교, 매교, 수원교 등 5개소 차도교가 재가설 되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동시장교, 영동시장교, 구천동 보도교 등이 건설된다는군요.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인위적 시설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 제공과 식생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하천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한답니다.
이렇게 되면 하천 주변의 도심 온도가 낮아지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되면서 물놀이, 연극제, 음악제 등 다양한 주민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하천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네요.
앞으로 수원천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과 더불어 관광명소로 개발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2011년 현재.
1996년부터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을 꾸준히 전개한 결과, 수원천은 광교산과 더불어 생태축이 형성되면서 90여종의 식물과 피라미, 버들치, 꾹저구 등 6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는 자연 생태 하천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지금 나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마땅히 가고 싶은 미래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멋지지 않나요?
글·사진 안정민 (수원시 하천관리과 사진 제공 포함)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절규하며 내뱉은 대사, 기억나세요? 오늘은 우리도 한 번 이 말대로 해보기로 해요. 어디로 돌아가냐구요? 바로 이 곳이죠.
“쿵쿵, 뚝딱뚝딱, 위잉~”
굴착기가 땅 파는 소리, 용접하는 소리, 망치질 소리... 온갖 소음이 난무하는 이 곳. 여기는 수원 복개천 복원 공사 현장입니다. 2011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땀 흘리고 있는데 현재 67%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답니다.
수원 복개천 복원 공사는 그동안 복개구조물로 인하여 죽어있던 복개하천을 되살려 자연친화적 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공사인데요. 국토해양부와 경기도에서 303억원을 지원 받았답니다. 수원천이 복원되면 수해상습지에서 벗어남은 물론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역사성 회복도 이루어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니 기대가 되네요.
복개에 복원에 몸살을 앓고 있는 수원천. 수원천은 어쩌다 이런 복원 수술을 받게 된 걸까요?
복개구조물 철거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수원천을 덮고 있던 두터운 콘크리트화장이 벗겨지고 수원천의 맨살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화장 밑에 죽어있던 수원천은 매교에서 지동교 사이의 790m구간이라는데요. 하천으로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였죠.
수원천 복개 반대 성명서가 발표되고 복개 반대 시민서명운동이 전개됩니다.
2월. 수원천 살리기 시민토론회가 개최되고, 수원지역15개 시민단체 대표 40명이 수원시장을 방문, 복개 반대 의견을 전달합니다. 문화재 관리국에 화성 남수문 구간 복개공사 중지 및 원형 복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고, 문화재 관리국으로부터 수원성곽 보호를 위한 수원천 복개공사 중지통보를 받아냅니다.
1996년 5월. 마침내 수원시의회 임시회의에서 수원천 복개공사 2단계 구간 철회를 발표합니다.
약 6개월에 걸친 시민들의 반대운동 결과, 이미 복개가 완료된 1단계 구간(매교에서 지동교)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의 복개공사가 철회된 것인데요. 이렇게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그 의견을 수렴, 공사를 중단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예라고 하는군요.
2008년 3월, 복원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2009년 7월, 공사가 착공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원천은 복개되었던 걸까요.
매교에서 지동교까지의 1단계 복개공사가 준공됩니다.
1995년 3월엔 2단계 연장구간(지동교~매향교)이 착공되죠.
도심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복개계획이 수립됩니다. 복개된 구간은 차도와 주차장으로 이용됩니다.
1960년대 이래,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하천은 직선형으로 바뀌고 제방은 콘크리트로 쌓이면서 하천의 형태와 생태계가 파괴되어 하천으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하수천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하천의 자연적 기능보단 복개의 인공적 편의성에 더 솔깃했던 것이죠.
화성 북수문 근처의 모습입니다.
1950년 6.25 한국전쟁과 함께 수원의 주요산업이었던 섬유업체가 수원천변에 무질서하게 난립되어 수원천을 오염시키기도 하였지만 평동으로 이전 후, 수원천은 화성과 함께 어우러져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이었죠.
이 모습을 보면 자연하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현재 수원천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화성을 축조하면서 연못을 만들어 홍수 시 물의 흐름과 양을 조절하는 기능 또한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하천 주변엔 버드나무를 심어 하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등 주민의 편익을 고려한 흔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수원천은 화성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자연문화재인 것입니다.
우리의 ‘Back to the Past’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가 여행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죠.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선 과거의 내 모습을 알아야 하니까요.
수원천 복원사업이 준공된 뒤 모습입니다.
복개구조물이 철거되는 자리엔 지동교, 구천교, 매교, 수원교 등 5개소 차도교가 재가설 되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동시장교, 영동시장교, 구천동 보도교 등이 건설된다는군요.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인위적 시설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 제공과 식생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하천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한답니다.
이렇게 되면 하천 주변의 도심 온도가 낮아지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되면서 물놀이, 연극제, 음악제 등 다양한 주민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하천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네요.
2011년 현재.
1996년부터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을 꾸준히 전개한 결과, 수원천은 광교산과 더불어 생태축이 형성되면서 90여종의 식물과 피라미, 버들치, 꾹저구 등 6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는 자연 생태 하천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지금 나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마땅히 가고 싶은 미래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멋지지 않나요?
글·사진 안정민 (수원시 하천관리과 사진 제공 포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도청 꽃구경 (0) | 2013.04.28 |
---|---|
수원 복개천과 청계천 (0) | 2013.03.31 |
주말농장 뚱딴지 캐기 (0) | 2012.10.28 |
[주말농장] 물주기 (0) | 2012.10.21 |
달~~ (0) | 2012.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