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이만우

광대나물 한층 한층 곱게 쌓아 올리고 그 층마다 동그란 눈이 꽃이 되었네 삐쭉이 올라온 꽃들에게 벌들이 찿아 오겠지 스쳐 지나치면 보이지도 않을 작은꽃이 발길을 멈추고 마음을 정화시켜 주네 나는 꽃들에게 해준 것이 없어도 꽃은 아무말 없이 나에게 기쁨을 주네

꽃다지 파릇파릇 이른봄부터 한잎두잎 겹겹이 쌓여 모이네 꽃대가 올라오고 작고 노랗게 꽃이 피네 꽃은 마음 마음은 꽃

노을 하늘을 노랗게 물들여 가네 흘러가는 강물도 노랗게 물들이네 멀리 멀리 사라져만 가는 저 노을속으로 자꾸자꾸 빨려 들어가는 이 마음 어찌 잡을까 어둠이 깔리면 내 마음이 되돌아 오겠지 노랗게 물들어 가면 자꾸 마음이 울적해지네 잊혀지지 않는 마음속의 느낌 아마도 영원히 ..

여뀌 개울가 얕은 물속에서 물속에 떨어진 낙엽을 뚫고 방긋방긋 환하게 웃으며 새싹이 돋아 나왔네 물위의 세상과 물속의 세상을 모두 겪으면서 꾿꾿하게 자라야지 작지만 우리네 인생과 무엇이 다를까

목련 뽀얀 속살을 수줍움을 타며 살포시 조심조심 드러내 놓구 있네 꽃 그늘 만들어서 책을 읽히려 하네 꽃은 오래버티지 못하고 살랑대는 바람에 아무런 힘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네 순백한 어여쁨을 오랬동안 간직 해야지

금낭화 주렁주렁 매달려 있네 얼마나 무거웠으면 활초런 휘어졌을까 길게 뻗고 있는 줄기는 꽃망울의 하나둘씩 나오는데도 안간힘을 다해 꺽이지 않으려고 꾿꾿하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네 꽃망울이 예쁘게 터지고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네 허리휘는 삶 그래도 보람..

쇠뜨기 삐죽 삐죽 솟아 오른다 땅속 깊이 뿌리박고 힘차게 올라왔네 층층이 쌓아 올린 머리를 살며시 내밀며 세상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며 꽃을 피우고 있네 마디마디에는 잎사귀가 돋아 나겠지

왕버들 길게 늘어진 가지가지 마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솟아나 있네 빨간 꽃술에 꿀이 잔뜩 담겨져 있겠지 벌들이 다녀간 모양이네 고운 자태는 비 바람에 후드득 버닥에 떨어졌겠지 그래도 소명을 다하였으니까 위안이 되겠지 자연은 항상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와 있네

수선화 곱디고운 얼굴 우아한 자태 마음껏 뽐내고 있네 노랑저고리를 입은 어여쁜 새악시처럼 살며시 웃음짖네 그 은은한 미소가 내 마음을 녹이고 포근하게 감싸주네

박태기나무꽃 한알한알 한곳에 뭉쳐있네 서로가 흩어지지 않고 의지하며 기대어 있네 줄가마다 다닥다닥 마디마디에 나와 있네 완연한 봄 날씨에 올망졸망한 눈으로 나를 반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