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총궐기다.
언론은 물론이고 정치인, 지식인들 할 것 없이 모두 다 들고 일어서서 대통령에 몰매를 퍼붓고 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왜 그는 맞아야 하는가?
사람이 가벼워서? 바른 말을 잘 해서? 튀어서?
가벼운 걸로 따지면 한나라당 의원님들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술병으로 사람을 치고,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KTX에서 술 취해 난동을 부리고......, 인간에 대한 조금만이라도 묵직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해 놓고서 얼굴 들고 살아가기 괴로운 일이다.
바른말 잘하는 사람 또한 몇몇 대표주자가 있다. 그 중에 홍준표 같은 사람이다. 바른말이라고 하는 것이 그 내용에 있질 않고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 하는 사람을 일컫는 경우가 더 많다면 한나라당에는 홍준표, 김용갑, 김영선, 박계동, 주성영.. 등등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바른말쟁이들 많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렇듯 언론과 지식인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지 않다. 그러니 바른 말 하는 것도 그다지 큰 이유가 못된다.
그럼, 튀어서?
튀는 인물도 얼마나 많은가? 토론에 나와 콧방귀 뿡뿡거리던 조선일보 기자님과 우리 동네엔 군부대 때려 죽여도 안된다고 살아있는 돼지를 말 그대로 찢어죽이던 이런 사람들 얼마나 튀나? 다분히 선정적인 몸짓과 기사로 얼마나들 자주 언론에 이름 석자 올리냔 말이다. 위에 언급했지만 연설도중 쓰러져가면서까지 튀던 김용갑옹과 굳이 호텔방에서 묵주를 주고 받았던 정형근은 또 얼마나 튀었나. 그런데 그들은 지속적으로 얻어터지지 않는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대통령이 이렇듯 언론과 지식인들에게 얻어터지는 이유는 딴 데 있는 것이다.
바로 그의 '이탈'이 그 이유다.
지금껏 지식인들과 언론은 '그들만의 울타리'에서 서로 공생하며 살아왔다. 그 안에서 원하는 바를 획득하기 위해서 서로에게 조금씩 정보와 기사를 나눠주고 그만큼의 이익을 할당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울타리만 벗어나지 않으면 까주는 척하다가 뒤 돌아서서 술집에서 만나면 어깨동무하고 거나하게 볼 발그레 취하며 내일을 함께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울타리를 벗어났다.
대통령이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낮추고 낮추더니 국민의 눈높이에 내려 앉아버린 것이다. 울타리 안에 있던 것들에게 이것은 반역이다. 차라리 나라를 팔아먹으면 팔아먹었지 그들만의 울타리를 차고 나가 높은 사람이 낮아지면 울타리 안의 것들도 동반하강감을 느끼며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친구가 되어버렸다. 정치인은 본래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다. 가볍게 손 정도만 울타리 밖으로 내놓아서 그 귀한 용안을 멀찌감치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울타리 안의 그 묘한 기대감과 성스러움을 유지시켜야 했는데, 대통령은 울타리를 빠져 나가 버린 것이다. 아니 아예 진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 그렇게 그는 반역을 꾀했고 그것이 울타리 안의 것들, 언론과 정치인과 검사와 판사와 의사와 지식인들에게는 괘씸죄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괘씸죄. 이건 그 어떤 죄악보다도 죄질이 나쁜 범죄인 것이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된다. 총칼로 시민을 학살해도 된다. 저주를 해도 되고, 경제를 말아먹어도 그다지 큰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권위를 내팽개치거나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도발은 세상이 두 쪽 나도 행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래서 울타리 안의 것들은 울타리 밖에 서 있는 대통령을 개 패듯 팬다. 그래야 다음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울타리 밖으로 또다시 나갈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저 울타리 안에는 말 안해도 저들끼리 통하는 룰이 있다. 그 룰을 깨면 지금 보듯 대통령처럼 얻어 맞는다. 그것도 아주 집요하고 줄기차게.
그리고 그들이 패는 것은 대통령 뿐만이 아니다. 내가, 바로 내가 줘 터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얼굴만 살짝 숙여도 몸통만 살짝 비틀어도 그 각목과 쇠파이프는 나의 머리와 나의 복부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과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대통령만이 아닌 바로 나에게 린치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울타리로 나간 놈 조지면서 울타리로 들어오는 놈 또한 조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들이 그렇게 지키고자 하는 울타리는 점점 썩어들어가고 있다. 울타리 안의 어떤 것들은 그걸 알고 있고 짐짓 그것을 밖에 서 있는 우리에게 들킬까봐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다.
대통령과 나는 이렇게 맞고 있다. 그런데 불쌍한 건 울타리 붙잡고 고래고래 악쓰는 저것들이다. 참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