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민새, 나 기억하지?

순수한 남자 2007. 10. 6. 20:39
민새, 나 기억하지?
번호글쓴이 아짐씨   조회 22000  누리 7894 (112/42)  등록일 2007-6-13 18:04 대문 184 톡톡

※ 편집자 주 - 지금 이 시간에는 대문편집을 안 하지만, 이 글은 대문에 올려야겠기에, 부리나케 대문에 올립니다. 오타 수정없이 원문 그대로 올립니다. 아짐씨님 포스 짱~~!!

본문 내용중 김민석이 법대 출신이라는 부분은 오류입니다. 김민석은 사회학과 출신입니다.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오류 수정에 대해서는 본 글을 쓰신 아짐씨님이 '본문을 바꾸면 저도 민새 같은 놈이 되므로 오류도 그대로 두겠습니다.' 라고 밝히셨기 때문에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나이는 나보다 한살 많지만 네 녀석이 학교 일찍 들어가는 바람에 학번은 두해 선배더라?

글타고 내가 '형' 하면서 존대어 써 주지는 않을 거니 존심 상해도 찌그러져서 그냥 들어.

너 학교 다닐 때 얼마나 인기 좋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서울대 법대의 미남 총학생회장으로, 연예인보다는 '민주투사'에 더 맘 설레던 의식있는 386 여학생들의 맘을 얼마나 흔들어 놨니?

너보다 몇년 후배인 임종석이가 몇년 후에 너보다 더 큰 선풍을 일으키며 각종 매스컴에 화려하게 데뷔하긴 했다만 사실 너만큼 학벌과 인물이 되지 못했다는 것도 우리끼린 다 알고 있었거든. 이제는 훨훨 날아간 철새들의 학벌과 인물 따져서 뭔 소용 있겠냐만 숭배하던 우상 가수들이 대머리 까진 중년 된 모습 보는 씁쓸함과는 비교도 안 되는 배신감은 애진작에 극복했어.

니가 여의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야말로 부르조아의 자제라는 것도 많은 여학생들의 로망을 자극한 부분이었을 거야. 사실 너도 너의 로망을 그런 식으로 채웠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운동의 시대가 끝난 90년대부터 정석을 밟데? 정치 언저리에서 화려하게 물장구치고, 너만큼 배경 화려한 여자 아나운서랑 결혼하고, 여기저기서 타고난 인물이라고 띄워 주니까 슬슬 본색이 드러나더라구.

2002년에 니가 서울 시장 후보로 나올 때 말이다. 나는 고민도 안 하고 너에게 표 던졌어. 왜 그런 줄 알아? 그때 노무현이 광주 경선을 비롯해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참여 경선에서 1등 먹었어.

나는 정치라면 90년대부터 애진작에 관심 끊고 살던, 남편 돈 잘 벌어오고, 나도 돈  잘 벌면서, 잘 나가던 대한민국 부르조아 아줌마로서 노무현이 1등 될 줄은 전혀 생각도 않고 있다가 그 소식을 접하고 별안간 잃었던 정열이 끓어오르더라.

저런 사람을 1등으로 만들어줄 정도면 민주당은 밀어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던 거야. 87년 DJ와 YS의 그 되먹지 않은 욕심 때문에 우리 손으로 쟁취했다고 믿었던 민주화를 고스란히 노태우에게 갖다 바친 쓰라린 기억 때문에 난 DJ도 대통령으로 생각한 적 없어.

그냥 욕심 많은 영감탱이, 대안 없는 상태의 임시 주인 자리 맡겨 놓았다 정도, 아니 무엇보다 대한민국 정치는 내가 관여할 게 못 된다고 생각했었고, 어떻게든 돈 벌면 외국 나가서 살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

이런 놈의 나라에 있어봤자 나나 우리 가족이 잘 될 거 뭐 있겠나 싶어 애들 데리고 언제쯤 '대한민국 탈출'하나 주판 굴리던 중이었어.

그런데 민주당 후보로 노무현이 줄줄이 사탕 1위를 하는 거야. 마침내 처음으로 지자제 선거 투표장까지 가지 않았겠어. 그리고 너 찍었지.

물론 떨어졌지만 나는 그때부터 민주당이란 정당을 유심히 지켜봤지.

그 뒤의 일들이야 대한민국 민주 시민, 아니 양심 있는 정상인이라면 다 아는 과정이고....

제목에서 나, 기억하지?라고 물어본 건 말이야.

2004년 3- 4월 탄핵 시기였을 때야. 하필이면 악연이라고 이사 온 동네가 니 놈 선거구더라구.

탄핵한 개 잡년놈들 때문에 새벽 3-4시까지 잠 못 자고 서프를 앞에 두고 부부가 쌍으로 혼잣말에,눈물에, 분노에 치를 떨며 지내던 나날이었어.

아침에 출근하려고 얼굴에 화장품 찍어 바르는데 선거 차량 방송이 들리는 거야. "김민석입니다" 우짜고 해 대는데 립스틱 아랫쪽만 바른 채로 스레빠 끌고 번개처럼 달려 나갔어.

아침 댓바람에 너 또래의 아짐 하나가 스레빠 바람으로 '동방신기 오빠' 보러 달려나가는 소녀팬의 기세로 달려 나오니 넌 얼마나 기뻤겠어?

옛날 팬 하나 맞이한다 생각하고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악을 고래고래 질렀지.

"야, 이 개새끼야! 어디서 386 팔아먹고 지랄이야! 대통령 배신하고, 탄핵한 ㅆ 새끼가 어디서 입을 나불거려! 꺼져, 이 새끼야!"

너 약 2초간 당황해 하데. 그러다가 버벅대며 "탄핵은 너무나 당연한 어쩌구...."라며 즉석 어거지를 쓰기 시작하더라.

멀쩡해 보이는 중년 아짐이 입에서 오만 욕 다 토해 내며 생쑈를 했으니 주변 똘마니들도 퐝당한 표정이었지.

어찌나 분통이 터지던지 출근 준비 다 마치고 주차장에서 차 끌고 나가는데 아직도 방송 중이야. 창문 내리고 다시 한번 외쳤지,

"야, 이 ㅆ새야, 탄핵 무효!!!"

그 당시 내 창 뒤에는 탄핵 무효 문구가 두개나 붙어 있었어.

똘마니들이 내 귀에도 들릴 정도로 그러더라.

"미친 년 아냐?"

그래, 나 미쳤다. 너 같은 놈들 때문에 그때 미쳐서 지금도 노통 이야기 하면 사람들과 껄끄러운 분위기 만들어.

그래도 너보단 내가 훨씬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해. 너처럼 인기가 좋아서 나를 끌어들이려고, 또는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사람도 없지만 어디 가면 돌팔매질 당할 수준의 인생 관리 해 오지는 않았거든.

미국에서 법대 다닌다고 미장원에 굴러 다니던 3류 여성지에서 본 것 같은데 라이선스는 땄어? 한국에 와서 너도 '국제 변호사'라는 정체 불명의 직함 내밀 정도는 돼? 얼마 전 노태우 아들내미도 한국에 그런 타이틀 달고 들어 왔더라.

암튼 라이선스 땄다면 노후 대비를 위해 나쁠 건 없으니 역시 양다리 잘 걸치고 뺀질뺀질 손해 안 보면서 폼 낼 수 있는 삶을 지향하는 너로서는 딱 어울리는 것 같긴 하다.

근데 2002년에도, 2004년에도 니가 몰라서 아마 그렇겠지만, 그리고 2007년인 지금도 여전히 모르겠지만 당분간 너처럼 부르조아 출신, 때에 따라 민주투사 명함, 미국 물 먹은 참신발랄한 엘리트들은 스탠스 잡기가 좀 힘들 거야.

너랑 동기인 원희룡이 성분은 다르다만 별 존재감 없이 현상 유지 하는 것만으로도 살고는 있다만 너처럼 수퍼스타 출신은 대장 대접 안 받으면 그 정도로는 안 될 텐데....

아참, 너 미역국 먹인 고진화 잘 알지? 그때 내가 열린 우리당 얼마나 욕했는지 알아? 얼마나 내놓을 인물이 없으면 그런 5류 인사를 내 놔서 나 같은 인간이 이건 지지도 아니고, 반대도 아니여 라고 말하게 했는지... 투덜 투덜...

암튼 그 고진화도 나 기억할 거다. 당첨되고 나서 울 동네 돌러 왔는데 내가 또 편의점 옆에서 한마디 했거든.

"야, 차떼기. 그저 주워 먹어서 좋으냐? 난 너 안 찍었어!"

흐흐, 그런 고진화나 원희룡이나 딴날 중에서는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나는 안 믿어. 너네 또래끼리 치고 받고 하다 삐져서 대접 받겠다고 그런 당으로 간 놈들은 역사의 배신자니까.

암튼 돌아왔냐? 나 아직 영등포 살거든? 혹시 이 동네 출마할 생각이라면 한번 더 보자고.... 이번에 더 살찐 아줌마로 변신해서 또 한방 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