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일(29일)로
예정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친일인사 발표를 앞두고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의 손길이 바쁘다. 편찬위는 18일 상임위원회를 연 데 이어 20일
지도위원과 각계 원로가 참석한 자문회의와 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막판 정리작업을 벌였다.
사전 편찬위, 매국노·고위직등서 선정
홍석현 주미대사 부친
홍진기씨도 올라
2006년말 2차명단…2007년 인명사전 계획
누가 포함되나?=편찬위는 22일부터 일주일 동안 최종 점검 작업에 들어간다. 일부 상임위원들과
연구원들이 23일부터 합숙을 하며 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1차 명단에는 △합병 ‘공로’로 은사금과 작위를 받은 매국노 △중추원 의원과 제국의회 의원 등 고위직 역임자
△위관급 이상 장교와 경부 이상 경찰 △판·검사 재직자 △국책 경제기관의 간부 또는 군수품 제조업체 운영자 등 4천명 가량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광수·서정주 등 친일 문학인,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 등 그동안 친일 활동이 많이 거론된
인물들은 물론이고, 친일시 발표로 논란이 일었던 위암 장지연과 남인수 등 예상 밖의 인물도 여럿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방응모(전
<조선일보> 사장)·김성수(전 <동아일보> 사장)와, 일제 때 고등문관을 역임한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의
아버지 고 홍진기씨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종의 아들이자 순종의 동생인 영친왕을 넣을 것이냐를 두고는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일본 왕실과
혼인하고 일본 육사를 졸업한 뒤 일본군 소장까지 지냈기 때문에 당연히 포함된다는 의견과, 이씨 왕가의 종친이라는 특수한 자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고 한다.
장지연등 예상밖 인물도
영친왕 포함여부 이견
편찬위 관계자는 “1차 명단이 발표되면 이들에 대한 사전 집필작업과 2차 발표 대상 선정을 위한 조사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며 “내년 말 2차 명단을 발표하고 내후년에는 친일인명사전을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2차 때는 △만주와 일본 등 국외 △밀정과
헌병 △독립군 토벌 군·경 △체육·무용 분야 등의 인물을 검토할 예정이다.
항의·해명
등 전방위 압력=친일인사 선정 작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친일 문학활동 혐의를 사고 있는 청마 유치환의 고향인 통영이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통영시지회, 통영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통영시지부 등 보수단체와 공무원노조 통영시지부와 통영와이더블유시에이(YWCA) 등
40여개 단체는 최근 “한국 시문학사에 큰 획을 그으신 청마 선생님을 흠집 내려고 하는 모든 세력에 맞서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항의서를 민족문제연구소에 보냈다. 박정희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후손인 한 대학교수는 △일본 찬양 글은 잡지사 사장이 이름을 도용한 것
△임정 요인의 귀국을 위해 미군정을 설득 △임시정부 계열 인사들이 발표한 친일인사 목록에서 빠진 점 등을 지적하는 ‘친일행위 보도에 대한
해명서’를 보내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 행사를 다녀온 한 불교계 인사의 유족은 “국가보훈처에서 서훈도 받았는데 왜 친일이냐?”는 항의 메일을
보냈다.
청마쪽 전방위 압력
후손들 항의 부쩍 늘어
편찬위 관계자는 “명단 발표일이 가까워지자 친일 의혹이 일었던 인사들의 후손이나 제자 등의 항의성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친일 의혹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한 인물들이어서 1차 명단에서는 제외됐다”고 말했다.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월간조선 ‘흠집내기’ 보도 논란
“신용하·조동걸 교수 참석한 적 없다” 보도
민족문제연구소쪽 지도위원 회의사진 공개
“악의적 오보
법적대응”
<월간조선> 9월호(19일 발간)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은 그들만의 잔치인가?’라는 제목으로 사전 편찬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를 보면,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지도위원으로서 어떤 활동을 했냐는 질문에
“회의에 참석한 적 없다. 그냥 이름만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도 “(지도위원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겠다. 아마 이름만
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월간지는 사전 편찬사업이 대다수 위원들도 모르게 몇몇 위원들에 의해서만 주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는 21일 친일인명사전 지도위원들이 2002년 1월 1차 회의를 연 뒤 찍은 사진을
공개하고 월간조선의 보도를 반박했다. 사진에는 1차 지도위원 회의를 마친 신용하 교수와 조동걸 교수가 한상범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이만열 국사편찬위원장 등과 함께 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2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도위원에 올리겠다는 요청을 승낙하고 준비모임에도
나갔지만 실무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월간조선이) 그렇게 보도했나 보다”며 “언론사마다 다 입장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당시
지도위원 제안은 친일인명사전 편찬 취지에 동감하기 때문에 응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월간조선 기자와 친일인명사전 편찬과 관련해
인터뷰한 기억이 없다”며 “20일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지도위원 회의에도 참석해 발언도 하고 왔다”고 말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사전 편찬 작업을 방해하려는 악의적인 오보이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