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박사님

[하늘에비친지구] 긴 여정.

순수한 남자 2007. 10. 23. 08:29
[하늘에비친지구] 긴 여정.
번호 140385  글쓴이 뿔껑 (kaebyuek)  조회 332  누리 241 (241/0)  등록일 2007-10-23 00:09 대문 5 톡톡
 
 
참으로 오랜 시간을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뛰어 왔다.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을 완성시키고 세계를 향해 뻗어가려던 세계적인 과학자를 언론과 소외되었던 기득권층의 야합으로 인해 연구조차 못하게 막으려했던 비상식적인 상황에 대항해 양심에 의거해 소신껏 이제까지 싸워왔다.
 
지난 2년은 너무나 많은 기쁨과 슬픔, 끈끈한 동지애와 쓰라린 배신, 생전 처음 당해보는 비열한 음해와 비웃음을 겪어본 해로 기억된다. 가식적이고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학계와 언론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나라 사회가 얼마나 뿌리까지 썩어있고 비열하며 편파적인 사회인지 알게 되었다.
 
논문에 있는 그대로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연할 능력이 있음을 우리나라 최대의 지성이 모여있다는 모교 서울대학교에서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 들었다.
 
명백한 사실들과 증거들을 갖추고도 지금 현재까지 이 사태를 끌어오게 된 것은 초기의 지나친 음모론 대신 철저한 fact 위주로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우리들의 과오도 클 것이다. 명백한 사실들이 확인되기 힘든 낭설 속에서 희석되어갔고, 명백한 미즈메디와 문신용 교수의 잘못과 줄기세포 바꿔치기라는 희대의 범죄 역시 논문조작이라는 포장속에 숨겨져 국민들의 기억속에 잊혀졌다.
 
많은 말들이 오고가고 있지만 누구도 어두운 밤이 끝나면 밝은 태양이 떠오른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PD수첩과 언론들이 그동안 퍼부었던 수많은 거짓말들의 실상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며 그동안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려왔던 언론과 검찰, 일부 학계 인사들은 국민들 앞에 그 잘못을 빌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지난 2년간 줄기세포라는 전혀 생소한 분야에서 짧은 지식으로 조금이나마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좋겠다. 비록 기초 생물학 분야에서의 지식이 부족함때문에 다소나마 잘못된 의견을 개진했던 불찰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로서 이 줄기세포 분야가 향후 많은 환자들의 아픔을 덜어줄 소중한 분야라는 견해는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체세포 핵이식 배아줄기세포 분야의 소중한 기술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기술이며 누구에게 비웃음을 받거나 질책을 받을 하찮은 기술은 절대 아니다.
 
2년간의 싸움은 너무나도 힘들고 처절한 싸움이었던 것 같다. 언론도, 전문가들도 정부도 검찰도 시민단체들도 모두 등을 돌린 상태에서 소중한 민초들이 모여서 그 커다란 세력과 싸워 이겨낸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하나하나 진실이 국민들에게 밝혀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제대로된 싸움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분들이기에 지난 2년간의 앙금을 털어내고 하나가 되어 제대로 된 싸움들을 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까지 내 자신의 양심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 싸움에 뛰어들면서 지녔던 신념대로 싸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쓰기 시작했던 소위 '지지자판'이라고 표현했던 사회 운동 영역에서 이제 더이상 내가 해야 할 역할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의 내 역할로도 어쩌면 내 그릇에 비해 너무 많은 일들을 해 나왔던 것 같다.
 
누구가 말했던 대로 지금 현재 대부분의 이 운동에 뛰어드신 분들은 아직 이슬처럼 사라져서는 안될 시기이다. 이제야 말로 각자의 역량을 다해서 이 잘못된 사회를 개혁하고 그 잘못을 바로잡는데 헌신해야 할 시기이다.
 
지금까지의 내 역할은 닫힌 문을 열고 길을 뚫어내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닫혔던 문이 열리고 막혔던 길이 뚫린 뒤 또 다른 역할을 해내야할 많은 분들이 계실 것이다.
 
앞으로 또 무슨 일들이 닥칠지 잘 모르겠지만 내 목표는 과거나 현재나 미래 역시 동일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대로 아픈 이들을 치료하고 도와야 하는 한 의사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살아갈 것이다. 지난 2년은 소중한 미래 의학의 핵심이 될 기술이 허무하게 사장되는 것을 막고 그 실상을 알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렸해 왔다.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 그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직접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일 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가게 될 것이다.
 
긴 여정...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두운 터널은 지나고 어느새 목표를 향해 질주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목표점에서 다함께 웃고 기뻐할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또 앞으로 본격적인 싸움에 힘을 합쳐 싸우실 모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이제 조금은 나태해진 내자신을 추슬려 최선을 다해 달려보고 싶다.
많은 분들의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그래도 후회없이 이 사건의 진실을 기회가 주어진 이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리라.
 
답답하게 바라만 보았던 이 운동도 새로운 동력을 얻어가고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우리가 그렇게도 힘들게 싸워왔던 권력의 속성들을 닮아가지 않고 순수한 우리들의 모습을 지키며
기쁜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