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돈'을 따라가 본 통일비용의 진실
- 통일비용은 대결과 냉전시대의 이야기일 뿐이다.
'돈'만큼 '똑똑한' 것도 없다. 위험(risk)과 수익(return)의 함수관계를 희한하게 잘도 따져 흘러가고 이동한다. 개인의 재테크는 물론이고 기업과 정부 모든 경제주체의 투자는 유무형의 수익을 찾아 움직인다.
아무런 직접적인 이익이 없어 보이는 기업의 연말 사회공헌이나 정부의 공적자금도 알고 보면 장기적인 고객창출이나 경제회생 같은 거대한 효과(수익)를 내다보고 들어가는 일종의 투자다. 투자 단계의 기대수익과 일정 시점에 손에 쥐는 수익(효과)의 차이가 있고 여기서 단기적 평가가 갈릴 뿐 들어가는 돈에는 분명 그만큼의 뽑아내는 이익 있기 마련이다.
설사 일정 시점에서 마이너스 수익(손해)을 냈다 하더라도 적어도 투자의 학습효과 같은 무형의 수익은 건진 것이고, 여기에 마이너스 수익도 어느 시점엔가 플러스로 돌아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는 '시간 개념'까지 적용하면 적어도 투자의 원리로 보면 '퍼주기'라는 말은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익이 없는 곳에, 손해가 명백한 곳에 '똑똑한' 돈이 흘러들어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2007 남북정상선언이 가진 '한반도 평화경제'의 비전과 남북 경제협력의 '투자학'을 정확히 알고 나면 퍼주기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지극히 과거지향적인 고정관념을 떨치고 나면 경협사업 투자의 재원과 비용에 대한 오해와 통일비용을 둘러싼 괜한 억측도 투자의 선순환 방정식으로 바뀐다.
1. 장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협은 비용 아니라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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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우리가 '대결의 사고'가 아닌 '평화 공존의 사고'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통일 비용은 없다. |
돈을 더 벌 목적으로 하는 지출행위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투자는 장래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자본 투입 행위다. 민간의 돈이든 정부 재원이든 일단 돈이 들어간다는 것만으로 경협이라면 무조건 '비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래가 유망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투자하는 것을 비용이라고 하지 않듯 기대 수익을 찾아 자본을 투입하는 행위인 경협 사업도 분명 투자다.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북측에 쌀과 비료를 지원하고, 철도와 도로 같은 인프라를 닦는 것도, 미래 어느 시점에 그것이 보상받을 것(return-수익)이라는, 나아가 무형의 더 큰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선진국이 저개발국가에 하는 무상원조조차 적어도 국가 이미지 제고와 영향력 증가, 미래 시장 창출이라는 큰 수익이 기다리는 투자행위인 시대에, 돈과 기술과 물자가 흘러가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3통)을 치우고, 군사적 긴장 때문에 막혔던 곳을 뚫고, 물류 수송 인프라를 깔고, 기업가(투자자)들이 원하고 바라는 투자환경을 하나하나 깔아놓는 작업이 손해나는 장사일 수 없다.
이런 바탕 위에 자선사업가가 아니라 이윤을 좇아 사막까지 간다는 민간 기업들이 북한과 교역을 하고, 금강산과 백두산에 리조트를 개발하고 골프장을 짓고, 싼 인건비로 생산 원가 면에서 세계 경쟁자를 제치는 것을 두고 퍼주기라고 하는 것은 ‘똑똑한’ 돈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주장이다.
2. 불확실해서 경협투자 못 해? 돈 벌 뜻 없다는 이야기?
모든 것이 '확실한' 투자는 없다. 이 '똑똑한' 돈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지만, 역으로 불확실성이 없으면 수익도 없다. 불확실성이야말로 누구 돈이 진짜 똑똑한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일종의 시장환경이다. 모든 것이 확실하고 분명해 이익이 빤히 보이고 모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아무도 돈을 벌거나 수익을 낼 수 없다.
일부에서 투자는 수익이 날 것이라고 예측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남북 경협은 불확실성이 높아 그런 예측을 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원론적 이야기 같지만 오히려 모두가 불확실하고 위험하다고 말할 때 수익을 미리 내다보고 예측할 줄 아는 눈과 지혜가 큰 수익을 만든다. 남들도 다 아는 수익의 근거는 더 이상 투자의 원천이 되지 못한다. 모든 것이 보장되는 '리스크 제로'(risk zero :무위험)의 투자는 세상에 없다.
불확실성 때문에 경협 투자를 못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맞는 것 같으면서도 틀린 말이다. '똑똑한' 돈들이 움직이는 모든 시장은 늘 '불확실성'이라는 아슬아슬한 비탈을 타고 움직이기 마련이고, 이 불확실성이라는 구름을 걷어내고 누가 더 기대 수익을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를 행동으로 옮기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 '불확실성'만을 두고 투덜대는 것은 돈 벌 의사가 없다는 것과 같다.
기업이 자신들의 사업계획을 밝히고 투자자들 모집하듯, 시장에서, 또는 투자를 유치하는 쪽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할만한 조치들을 하나하나 취해나갈 때 그것이 의미하는 미래의 시장 변화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투자다. 기업이 내놓는 사업계획을 놓고 무조건 '불확실하다'며 외면한다면 처음부터 투자가 불가능한 것처럼, 남북이 합의한 여러 가지 경협계획에 대해 과거 방식의 불확실성 잣대만을 들이대서는 미래의 수익을 챙길 수 없다.
특히 그동안 북한 투자에서 불확실성의 가장 큰 부분이 평화의 이슈라면, 현명한 투자자는 오늘날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핵-평화-경협의 선순환 흐름이 주는 전략적 의미와 메시지를 정확히 읽고 투자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3. 우리는 이미 경협투자 성공모델에 참여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활용해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성공모델이 창출되면 후속 투자의 기회와 규모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미 투자의 문이 열린 금강산에는 골프장이 들어서고 리조트회사가 들어갔다. 개성공단에는 더 많은 기업들이 줄을 서고, 심지어 중국 기업까지 공장부지를 달라며 달려오고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에게 북한은 저렴한 인건비와 대륙으로 향하는 수송 인프라를 갖춘 투자 기회의 땅이 된 것이다.
상징적이긴 하지만 자동차 조립회사가 진출해 있고, 세계 1위의 우리 조선산업이 북한 남포와 안변에서 또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 점점이 놓였던 기회들이 서쪽벨트로는 해주와 남포, 동쪽으로는 안변, 백두산까지 선과 면을 따라 넓어지고 있다.
경협이 단순 지원이 아니라 투자의 성공모델이라는 사실은 이미 경협 회사들이 우리 증시에 상장돼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북한과의 거래나 경협 사업을 하는 상장사는 이미 수십 개에 달한다. 시계-액세서리 회사에서부터 의류업체, 리조트사업체 여행업체까지 다양하다. 대기업의 지주회사도 있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일정부분 간접적으로 경협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금강산 골프장을 오픈하는 한 유명 골프장-리조트 운영회사 주가는 1년 사이 2배나 뛰었다. 이 회사 주식을 소유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이미 경협의 성공모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경협의 성공모델 여부를 대기업으로만 국한하는 것도 잘못된 시각이다. 위험과 수익의 함수로 보면 '모험적 자본'(벤처)이 먼저 움직이기도 하고, 불확실성의 정도와 위험 선호냐 위험 회피냐의 투자성향에 따라 투자규모가 달라진다. 새로운 기회와 시장환경, 투자 패러다임 변화는 굳이 대기업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새로운 대기업을 창출할 수도 있다. 그것이 경제다.
일부 대기업이 경협에 뛰어들지 않는 것을 두고 경협이 돈이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그 대기업의 사업모델을 들여다보지 않았거나 투자성향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일 뿐이다. 어느 시장이나 성숙 단계별로 적절한 사업모델이 있기 마련이고, 시장이 변하면서 성공모델이 달라질 뿐 '돈 되는 투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판에 박힌 '퍼주기 이데올로기'는 이런 투자 메커니즘과 한반도 평화경제의 비전을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며 과거의 낡은 잣대를 고집하고 있다.
4. 기회와 투자의 장기 레이스…통일비용 무색
결국, 투자를 아는 사람들은 새로운 '경협 업그레이드'가 국민 부담이 아니라, 수많은 기업과 민간 자본에게 더 많은 투자 기회라는 점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경협 돈? 우리 자본시장이 그 정도는 되는 거 아닌가요?" 여의도에서 만난 한 이코노미스트(경제 분석가)는 남북 경제협력 투자의 재원과 비용에 대한 논란에 대해 이렇게 반문했다. 과거 고위험 투자였던 경협이 서서히 투자위험을 낮추면서 광범위한 기회와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과정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정도로 우리 시장경제와 자본시장이 성숙된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더 많은 투자자들이 이제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이 고비용·고령화·저투자 등 우리 경제의 숙제를 풀어줄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우리 자본시장은 그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성숙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다. 가령 북한의 항만이나 물류 시설에 투자하는 인프라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자본시장을 통해 민간 자금을 얼마든지 끌어내고 그들에게 투자 기회와 수익을 안겨 줄 수 있다.
이미 외신들은 남북 경협의 업그레이드와 서해평화벨트구상, 나아가 경제공동체 구상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한 거대한 기회가 될 것이며, 북한 경제의 잠재력을 잘 활용하면 저비용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첨단 기술의 일본도 앞서갈 수 있는 한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일해야 되기 때문에 할 필요 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고 동북아의 경제 중심이 되는 그런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투자다.
예를 들어 안변과 남포에 조성될 조선협력단지는 한국의 높은 기술과 자본,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부지가 결합돼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추격하고 있는 우리의 주력 산업에 있어서 북한이 하나의 돌파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일방적으로 퍼주기가 아니라 분명히 미래를 열어가는 투자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의 '장기 레이스'는 결국 과거 패러다임에 붙잡혀 있는 '통일비용 추산'을 무색하게 할 것이다. 투자학으로 보면 경협은 투자 회수 기간이 좀 걸리지만 멀리 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면 더 큰 수익을 안겨주는 생산적 투자다. 장기적 시간개념으로 접근하면 한국 경제가 동북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활로가 열리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흔히 말하는 통일비용도 이 비전 앞에서는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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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꾸준히 교류하고 협력하며 기회의 창을 만들고 그 기회를 이용해 투자하고 그 투자에서 이익이 많이 생길 때 그때는 이미 통일에 성큼 다가선 시기일 것이며 통일비용은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
5. 독일식 통일비용, 냉전과 대결시대의 이야기다.
이에 반해 지금까지의 통일비용 논리는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쪽의 부담' '흡수통일' '한쪽이 붕괴될 때'를 가정하는 지극히 냉전적이고 대결적 사고방식의 산물이었다. 어쩌면 우리도 무의식중에 남북관계에서 체제의 우월성이라는 잣대를 대고 '공존의 사고'나 '생산적 투자의 사고' 아닌 끊임없이 적대시하고 무언가 이겨야 하는 '대결의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통일비용을 천문학적으로 추산하는 모든 분석은 독일의 흡수통일의 사례나 어느 한쪽이 붕괴하는 과거지향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계산기를 두드린 것이다. 반세기 분단이라는 인식의 격차 위에 독일 통일의 사례와 냉전의 경험 때문에 통일에는 돈이 든다는 인식이 깊이 자리 잡았다. 단순히 현재 남북의 경제격차가 동독이 서독과 통일할 당시의 경제수준 차이보다 현격히 크기 때문에 통일에 따른 비용이 훨씬 클 것이라는 판에 박힌 이야기만 내세울 뿐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다가가는 과정 속에서 통일이 경제성장을 상당기간 둔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나, 북한의 소득수준을 우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재정투입이 들어간다는 주장 모두 독일의 사례에 기초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통일'에 앞서 '내 지갑'부터 따지는 이기주의가 발동하고 보수언론은 이를 부추기는 판이다.
6. 우리의 단계적 통일 프로젝트, 뜨겁지 않지만 현실적이다.
통일비용은 통일이 준비 없는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찾아올 때 생긴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경제 사회적 부담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마치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처럼 잘못 인식됐다.
지금 우리는 과거 독일의 사례와는 달리 세계에서 유례없는 점진적이며 단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통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고 그 토대 위에서 교류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고 또 북한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되면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통일하는"(2005년 4월13일 노무현 대통령 독일 프랑크푸르트 동포간담회) 방식의 전략적 비전이 있다.
우리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나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 모두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 간 격차를 해소하고 화해협력을 통해 장기적이고 단계적이며 점진적인 통일과정을 상정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부터 꾸준히 교류하고 협력하며 기회의 창을 만들고 그 기회를 이용해 투자하고 그 투자에서 이익이 많이 생길 때 그때는 이미 통일에 성큼 다가선 시기일 것이며 통일비용은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2007 정상선언을 살펴보면 통일에 대한 남과 북의 태도가 그다지 뜨겁지 않다. 그만큼 독일 통일과는 다른 형태의, 현실적인 접근방식을 보여 주는 것이다. 뜨겁지 않고 냉철한 이런 접근이 피를 나눈 민족적 감성으로 보면 오히려 약간 씁쓸한 여운을 남길지도 모르지만 경제협력과 평화는 통일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7. 평화공존의 사고 틀 가지면 통일비용 없다.
통일은 목소리만 높여 외친다고 빨라지는 것이 아니다. 구호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이 자꾸 오가고 물자와 돈과 기술이 오가면서 작고 구체적인 실천이 모아지고 상호 이익이 되는 쌍방향 투자협력이 이뤄지다 보면 어느새 통일이 성큼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경제협력과 평화는 통일로 가는 중요한 징검다리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대결의 사고'가 아닌 '평화 공존의 사고'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통일 비용은 없다는 사실이다. 통일비용에 관한 한 독일이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흡수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어느 한쪽이 붕괴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는 독일식 통일 비용이 우리에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제 대결주의가 퇴조하고 평화·공존이 대세를 형성해 가고 있는 역사적 큰 흐름 속에서 경협투자와 통일비용 문제도 이런 '똑똑한 돈'의 관점에서 생산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우리 미래 세대에게 '수익(return)'을 안겨다 주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