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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줄서기? 누리꾼들 떠난다"

순수한 남자 2007. 10. 31. 12:22
"네이버의 줄서기? 누리꾼들 떠난다"
번호 144123  글쓴이 유연칼라 (kjsung1028)  조회 979  누리 468 (473/5)  등록일 2007-10-31 08:55 대문 1 톡톡
"네이버의 줄서기? 누리꾼들 떠난다"
정치기사 댓글봉쇄 이은 특정정당 유리한 편집에 네티즌 분노
 
임동현 기자
 
"아놔,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가게 됐습니다. 지금 네이버 메인에는 이명박 후보의 LKe가 BBK 지분을 보유했다는 기사가 눈씻고 봐도 메인에 없습니다. 다음에는 2천건 넘게 댓글이 달렸는데 네이버는 메인에도 없군요. 댓글도 못달게 할 거면서..."
 
한 누리꾼이 '다음 아고라'에 쓴 글 중 일부다. 실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네이버의 메인에는 BBK 의혹에 관련된 기사가 나오지 않은 채 한나라당이 국감에 불참하지 않는다는 기사만이 아래쪽에 실렸다.
 
"BBK의혹 기사 도대체 어딨어?"
 
▲ 네이버를 풍자한 만평. 네이버가 이명박 후보의 '안전모'로 표현되었다.     © 뉴스툰

포털업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었던 네이버. 한때 누리꾼들로부터 가장 검색이 빠른 포털로 인식되며 다음, 엠파스 등을 여유있게 제쳤던 네이버. 지금 누리꾼들은 그 네이버를 떠나고 있다.
 
'개이버', '제2의 한나라당 사이트', '무뇌이버'. 지금 누리꾼들은 네이버를 이렇게 부른다. 온라인을 통한 안티네이버 운동이 펼쳐지면서 네이버의 댓글 수도 많이 줄었다. 다음이 운영하는 블로그 사이트인 '티스토리'에는 한게임 등 네이버와 관련된 사이트까지 모두 불매운동을 하자는 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인터넷과 누리꾼의 위력이 발휘됐던 지난 2002년 선거패배의 재연을 막으려고 그랬을까. 한나라당은 인터넷 포털에 경고 목소리를 냈고, 이 요청에 가장 먼저 네이버가 화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언론탄압과 줄서기의 망령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누리꾼 배신 조중동식 권력행사"
 
네이버는 대선을 100일 앞둔 지난 9월 10일 모든 정치기사 및 정치관련 사회 기사들에 대한 댓글을 차단하고 '정치토론장' 하나로 일원화 했다. 댓글이 불가능 한 건 아니지만 하나의 게시판으로 연결돼 어느 댓글이 어느 기사의 논쟁인지 알 수 없게 뒤섞어 버린 것. 
 
네이버는 '개별 기사의 댓글을 허용할 경우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 또는 비판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의도하지 않게 공직 선거법을 위반할 수 있다'라고 차단 이유를 밝혔다.
 
댓글을 통해 자기의견을 피력하던 누리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댓글 차단을 '특정 후보 감싸기'라며 네이버 안쓰기 운동을 제창하고 나선 것. 다음, 엠파스 등으로 거처(블로그, 메일)를 옮기고 '개이버'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누리꾼 덕에 포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네이버가 누리꾼을 배신하고 '조중동의 권력'을 행사한다"는 비난성 글들은 누리꾼의 실망과 분노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연찮게도 변양균, 신정아 사건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던 때였다.
 
"수년부터 다음까페의 확산으로 인한 독점을 막기 위해 까페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는 무조건 네이버를 이용했다. 언제부턴가 네이버가 댓글을 통합하는 것을 보고 이들이 팍스무뇌이버를 구축하고자 권력층과 연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난 즉시 네이버를 탈퇴했다. 이런 움직임은 Lke 사건에 대한 침묵으로 이어졌다."(다음 아고라에 실린 글 중 일부)
 
"다음은 폭탄이라  주시하고 있다?"
 
누리꾼들의 의혹을 현실화시킨 계기는 빅뉴스 변희재 대표가 폭로한 '네이버 평정' 발언 파문이다. 지난달 20일 뉴스콘텐츠저작권자협회의회 회장단과 이명박 후보가 가진 비공개 정책간담회에서 이 캠프의 뉴미디어 팀장인 진성호씨가 한 발언 내용을 변 대표가 폭로한 것이다.
 
변 대표는 이 날 빅뉴스 보도를 통해 "이 후보가 한나라당 공식후보로 확정된 뒤부터 이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는 포털 메인에 올리지 않고 있다"면서 "친정부 성향을 보였던 포털의 뉴스편집이 달라졌다"며 이명박 후보의 '맛사지걸' 발언이 메인에 실리지 않은 것을 예로 들었다.
 
변 대표는 특히 간담회에서 진성호씨가 한 벌언을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밤새 전화를 걸어서 (기사 싣는 것을) 막았다. 네이버는 평정되었는데 다음은 폭탄이라 주시하고 있다. 사장과는 이야기가 잘 되는데 밑에 사람들이 안 따르는 것 같다."

언론탄압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22일 국회문화관광위원회의 언론중재위원회 국정감사에는 홍은택 NHN(네이버) 미디어담당 이사와 최정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미디어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포털의 댓글 일원화와 진씨의 발언에 대해 신문을 받았다.
 
특히 쟁점이 된 것은 네이버의 정치기사 댓글 일원화. 홍 이사는 "진씨 발언 이전부터 댓글 일원화는 예고된 것이었고 선거법 때문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편집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포털 뉴스 편집을 어떻게 정량화할 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생긴 혼선"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증인을 신청했던 한나라당 쪽이 포털과는 관계없는 '취재지원선진화방안' 등에 대한 내용으로 질문을 해 본질을 피하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인기협·대선미디어연대, "불공정 보도"
 
언론단체들도 네이버의 정치적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지난 16일 네이버가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기사를 편집한 사례를 들며 성명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MBC의 '한나라당, 국회일정 중단'이란 기사 제목을 '국감 증인 기습채택 국회일정 중단'으로 고치고 보도 원문까지 고치며 한나라당이 국회일정 중단의 주체임을 숨겼다.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석연찮다. 이 문제에 대한 네이버의 입장 표명을 촉구한다."
 
대선미디어연대가 네이버의 불공정 보도를 지적할 때도 네이버는 "우리는 언론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중심으로 뉴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주요언론이 다루지 않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반박을 했다. 이른바 조중동 등 주요 매체가 다루지 않아 그렇다고 핑계를 댄 것이다.
 
지난 주말 '국감 향응' 파문과 29일 BBK 의혹 관련 기사는 각 언론사와 다음 등 여러 포털에 메인으로 실렸음에도 '언론의 이슈를 쫓아간다'는 네이버 메인에는 이 기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역시 조중동을 따라가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보도 원문과 제목을 고치면서, 그리고 주요매체의 핵심이슈를 따라간다며 중요한 기사를 메인에서 제외하면서 꼭꼭 숨기는 역할을 포털 1위라는 네이버가 하고 있는 셈이다. 포털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실로 무서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누리꾼들의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열어주었던 포털. 이 포털마저 이제 권력에 휩쓸리며 제 역할을 포기하는 것을 보며 누리꾼들은 배신감과 함께 권력에 대한 적개심마저 가지게 되었다.
 
"네티즌들 네이버 탈퇴하며 실력행사..."
 
누리꾼들은 이제 네이버를 탈퇴하면서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 혹은 비난하는 행위라고 치부해버리고 싶을 지 모르지만, 이들의 의사야말로 온라인 여론인 것이다. 결국 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건 대선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게 아니고 무었일까?
 
이 기사를 올리는 동안에도 다음에는 '친이-친박, 또 충돌조짐, 이명박, 강재섭 - 이재오 설전에 진노'라는 기사가 메인 머릿기사로 올라왔다. 비슷한 시간 네이버엔 이 기사가 없다. 메인페이지에 없는 것 뿐 아니라 기사가 아예 실리지 않은 것. '속보'를 중요시하는 네이버가 이런 속보를 놓쳐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건 분명 뭔가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