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의 대권 3수, 노욕인가 노망인가
- 국민을 제물로 삼으면 충무공이 벌 내리시네
이 기 명(칼럼니스트)
방금 이회창의 대선출마 기자회견이 끝났네. 처음부터 지켜봤는데 혼자서 이런 자문자답을 해 봤지.
드디어 이회창이 출마를 했군. 왜 나오지/ 대통령 하려고./
명분이 뭐지./ 좌파정권과 햇볕정책을 확실하게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네./
노무현정부가 빨갱이란 말이군./ 그렇다는 얘기지./
노무현 찍은 국민들 빨갱이란 말인가./ 그렇게 됐네./
대쪽은 어떻게 되지./ 대쪽은 무슨 대쪽./
죄인 된 심정으로 국민한테 엎드려 빈다면서?./ 대법관 지낸 사람이 빌 짓을 왜 해./
이명박은 어떻게 되나./ 땅 치게 생겼지./
대책은 있나./ 그냥 당할 수만은 없잖아./
진흙탕 개싸움 되겠군./ 세상 지저분하게 되는 거지./
차떼기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안면몰수인데 그런 거 상관 있나./
대선자금 쓰고 남은 거 있다던데./ 없다면 그만이지 누가 봤어./’
당선은 되는 건가./ 귀신인들 알겠나./
좋은 말은 다 골라 썼더군./ 말이야 누군 못해./
아들 대신 장가간다고 했더군./ 홍준표의 해학이 일품이야.
'스나미'를 천재지변이라고 하는가. 단숨에 해변을 휩쓸고 간 뒤에 남은 것은 폐허와 눈물과 한숨이지. 인간의 힘으로 막을 방법이 없네.
인재가 뭔가. 인간이 저지른 재해네.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간 유태인들, 200만 명을 학살한 폴 포트의 '킬링필드'. 미국개척시대의 인디언 학살. 이것이 바로 인재일세.
관동대지진은 천재와 인재가 합친 재앙이었지. 천재는 도리 없이 당해야 하지만 인재는 막을 수가 있네.
이회창의 출마로 한나라당이 당하는 재앙은 천재인가 인재인가. 하늘이 벌을 내렸다면 천재고 사람으로 해 비롯된 것이면 인재겠지.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이야 인재라고 하지 않겠나.
앞일을 얘기하면 귀신이 웃는다고 원로 정치인이 말했네. 세상에는 귀신이 웃을 일도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이번 일은 귀신이 울어야 하네. 대쪽이 저럴 줄을 귀신인들 알았겠나.
죽었다 살아나는 게 바둑이라고 하는데 인간도 죽었다 살아나더군. 이회창이네. 왜 이회창한테만 시비냐면 그는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 그리고 대통령 후보로 두 번이나 나섰던 사람이 아닌가.
확실히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났어. 은퇴라는 이름으로 죽었다가 살아났네. 살신성인이라네. 참 많이도 써먹는군.
운동선수가 나이를 먹거나 심한 부상을 당해 더 이상 선수생활 못하게 되면 은퇴를 하네.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경기장에서 은퇴식을 하고 눈물지며 퇴장하는 모습은 감동적일세. 그럼 이회창이 정계를 은퇴할 때 성명을 재생해서 들어보세.
"이제 저는 정치를 떠나고자 합니다. 6년 전 정치에 들어온 당시의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패배의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이제부터 동지 여러분은 뭉쳐서 희망의 새 길을 찾아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은 간절히 이를 원하고 있습니다. 환골탈태하여 국민의 마음에 가까이 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꼭 만들어 주십시오. 여러분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대한민국의 국가안전을 지키고 그리고 경제안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재무장하고 자기혁신을 해주십시오.
진정 건전하고 합리적인 개혁의 길을 간다면 언젠가 국민들은 여러분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저 이회창, 비록 정치를 떠나지만 언제 어디에 있든지 국민 여러분과 동지 여러분과 늘 함께하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02년 12월 20일)
그럼 오늘 대선 3수 출마를 하면서 이회창은 무슨 소릴 했나. 결론만 간단하게 소개하지.
"저로 인해 분노하고 상처받는 당원 동지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동지 여러분의 돌팔매를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떠나는 것은 풍전등화와 같이 위기에 놓인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이 길밖에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구국의 결단이네. 어디서 들어 본 말 같은데 어떤가. 감동을 느끼나. 탈당 후 출마라면 대선배인 이인제의 말을 한번 들어 볼까.
"이 전 총재는 나보다 더 죄질이 나쁜 사람이다. 1997년 대선에서 나는 적어도 아들 병역 문제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7%까지 내려간 뒤에야 나왔다. 아직 지지율이 내려가지도 않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가정하고 대안으로 나온다는 것이 무슨 명분이 있느냐."
도토리 키 재기네. 이인제를 그토록 비난하던 이회창은 이인제에게 뭐라고 할까. 정말 난형난제가 벌리는 블랙코미디지.
원래 정치인의 말을 믿는 국민들은 별로 없는데도 죽도록 팔아먹는 건 역시 국민이네. 국민이 만만한 졸이기 때문인가.
왜 국민들은 정치인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를 못할까. 도무지 신뢰를 못 할 인간들이기 때문이지. 신뢰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여론조사를 보면 가장 믿을 수 없는 인간이 정치인이란 결과가 번번이 나오니 보나 마나 낙제점수라고 생각하네.
정치인들을 너무 똥 친 막대처럼 취급한다고 할지 모르나 모두 자업자득이니 누굴 원망하겠나.
정치인의 은퇴성명은 가짜수표지. 완벽한 사기네. 허접한 정치인이야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이회창이 누군가. 그러나 이제는 같은 허접한 패거리가 됐네.
대통령선거에서 두 번 떨어진 뒤 정계은퇴 성명을 냈을 때 '나 이회창은 이제 정치인으로 죽었습니다.' 딱 이렇게 국민에게 신고한 사람이 살아났네. 드라큘라 백작인가. 차라리 은퇴를 할 때 '저는 잠시 쉬다가 기회를 봐서 다시 나오겠습니다.' 이렇게 했으면 거짓말은 아니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진영은 불이 났네. 그럴 수밖에 없지.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꼴이 아닌가. 받아 놓은 밥상이라고 생각한 대통령 자리가 엎어질 판이 됐느니 미칠 노릇이지. 이명박 등에 창이 박혔네.
땅을 치고 통곡을 해도 소용없네. 배는 뱃고동 울리고 떠나고 버스도 출발했네. 야속하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측은 차떼기에다 대선 3수생인 이회창을 결사적으로 비난하지만 사실 원인제공자를 찾으면 할 말이 없을 것일세.
이회창의 '차떼기'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지. 그러나 보다 더 공감을 얻자면 자신의 흠결에도 맹성이 있어야지.
도곡동 땅 차명보유의혹, BBK 주가조작의혹, 그 밖에 온갓 의혹과 특히 BBK의 경우 이명박의 해명과는 다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불안을 느끼게 한 것이 사실 아닌가.
이명박은 문제만 터졌다 하면 정치공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놔야 되는데 아직도 진행형인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냐는 것이지. 이유 있는 불안일세.
이회창의 3수 대권도전이 대의도 명분도 없는 일이라는 이유 있는 비판을 하면서도 이 지경까지 오게 한 데는 이명박이 이회창과 함께 책임을 져야 하네. 공범이지.
높은 지지율에 눈이 멀어서 정치력도 포용력도 보이지 못하고 울 수 있는 핑계만 찾고 있는 박근혜를 향해 "지금도 경선인 줄 아느냐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갈 협박을 늘어놓았고 그 결과 얻은 것은 이회창의 출마라는 벼락이었지. 누굴 원망하겠나.
이회창은 대선 3수 출정식에서 출마의 변을 낭독했네. 한껏 비장한 목소리로 성명서를 읽으며 이회창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경선에 불복하고 대선출마를 해서 자기를 물 먹인 이인제를 생각하고 있었을까. 어쩌다가 땅 떼기와 차떼기가 한데 얽혀 이중주를 연주하게 됐을까 하고 운명을 한탄했을까.
경제부패와 정치부패의 난타전이라는 여론의 비판과 비난을 견뎌낼 비책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국민의 선택으로 당선된 대통령과 그를 지지한 국민을 좌파로 몰아붙이며 국민이 정권교체를 갈망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이회창의 출마 성명은 과연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 것일까.
이회창이 무슨 소리로 어떻게 논리를 전개해도 74세 나이에 재수도 아닌 3수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국민은 혹시 노욕이나 노망으로 치부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을까.
이회창은 대권 3수 출마선언을 한 후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묘역을 찾았네. 방명록에 뭐라고 썼는지 아는가.
'당신이 지킨 대한민국 몸바쳐서 세우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망하고 있는가. 한국이 수출대국이 된 걸 알기나 하는가. 외화보유액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한국이 경제대국이 된 걸 아직도 모르나.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모르는가. 유엔사무총장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아는가. 노무현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국민이 흘린 눈물을 아는가.
무슨 소리로 변명을 하고 엎드려 빌어도 자신의 대선 3수가 당원으로서 경선불복이며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는 것이며 도덕적 타락이라는 것을 전혀 못 느끼는가.
그렇기 때문에 노욕이며 노망이며 나만이 옳다는 대권병자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네.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금 북한에서는 핵불능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 햇볕 정책의 결실이네. 여기에다 시비를 걸고 있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의 행동인가.
어쩌겠다는 것인가. 극렬한 대결구조로 한반도를 또 다시 긴장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인가.
한반도의 평화는 사라지고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가도 상관이 없단 말인가.
이회창의 대권 3수 도전을 대한민국의 대단한 언론들은 어떻게 보는가. 재미있더군. 조중동이 한결같이 씹었네.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지 따져 본 모양이야. 그래도 오래간만에 옳은 소리 했더군. 속은 시커멓지만.
"지금 한나라당과 그 후보의 높은 지지율에 이 씨가 보탠 것은 하나도 없다" "밥상이 차려지자 이 씨가 슬그머니 숟가락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끝내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에겐 출마가 '큰 결단'일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에겐 배신과 부도덕의 극치로 비친다.".
"정치 지도자로서 무능하고 오만해 '좌파 10년'을 초래한 당사자가 반성은커녕 보수의 분열을 통해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돕게 된다면 이보다 더한 자기부정이 있을 수 없다"
"한 사람의 대통령병 때문에 민주주의 원칙과 정당정치의 근간이 무너지고 선거판이 패거리 짓기의 구태에 휩싸이게 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중앙일보 칼럼은 이회창에게 억지 명분을 들이대지 말라고 쏴대더군.
"내가 억울해서 꼭 한번 대통령 해 봐야겠다'고 말씀하시라 아무리 이명박·정동영을 봐도 내가 더 똑똑하고 나은 것 같아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싶다고 그렇게 고백하는 게 낫겠다."
"한 가지 분명 것은 그동안 이 전 총재를 현실 정치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이제 가해자의 입장에 선 이상 그런 평가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런 것을 사면초가라고 하던가. 하기야 중학생 정도의 판단력만 가졌어도 이회창의 대선 3수 같은 명분 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
정치에 입문해서 이회창은 숱한 낙수를 남겼지. 기자에게 '서울 대학 나오지 않고도 기자를 할 수 있느냐'고 해서 비서울대 출신기자들을 열 받게도 했고 자신에 대한 비판기사를 썼다고 xx를 뽑아 놓겠다는 험한 소리도 했지.
이회창은 노망이 들었네. 그렇지 않으면 대쪽이라는 사람이 저렇게 명분 없는 일을 할 수 있겠나.
그러나 어쨌든 이제 이회창은 대선 3수에 도전했고 경제부패와 정치부패의 쌍두마차를 상대해 다른 후보들은 대결을 해야만 하게 됐네.
무엇으로 싸울 것인가. 간단하지. 부패와 싸우는 전쟁에서 특별한 것이 뭐가 있겠나. 부패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면 되는 것일세.
그냥 입으로만 하는 공약이 아니라 정말 국민의 가슴에 절절히 전달되는 그런 약속을 해야 된다는 말이네. 이른바 여권후보라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이회창 이명박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나.
늘 하는 말이지만 바른길을 걷기란 그리 힘드는 게 아니네. 진심으로 행하면 길은 훤히 보이는 것일세.
2007년 1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