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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도 좀 도와주지 그랬냐. 씨바들아

순수한 남자 2007. 12. 27. 21:32
노대통령도 좀 도와주지 그랬냐. 씨바들아
번호 192552  글쓴이 황포돗대 (bwtomato)  조회 4534  누리 1336 (1336/0)  등록일 2007-12-27 09:29 대문 59 톡톡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태안 주민들이 시름에 잠긴 지 열흘 만에 사상 최악의 대통령 누출 사고가 또 터져버린 2007년 12월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1달' 후보로 손색이 없다. 태안에서 누출된 기름은 방제작업으로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후자는 거의 치유불능이다. 내 예상으로는 아마도 5년 내내 누출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리되는걸 바라지 않고 그리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태안 기름유출 책임의 상당부분은 삼성이지만 대통령 누출 사고의 책임자는 우리 국민이다. 이명박에게 죽어버린(?) 대한민국 경제를 회생시킬 책임을 부여한 이들이 바로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는 내가 그런 책임을 덤터기 써야 한다는 사실은 조금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딴 놈들 탓 좀 해야겠다. 바로 기자라는 ㅆㅂㄹㅁ들이다.

오늘도 언론 본연의 임무를 위해 불철주야 발로 뛰며 노력하는 기자분들 입장에서 덤터기 쓰는 게 억울할지 모르지만 뭐 세상사는 게 다 그런 거다. 이번 이명박의 당선을 통해 마사지걸을 고르는 삶의 지혜와 더불어 귀중한 인생의 교훈을 얻지 않았나?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는 사람마다 정반대겠지만 말이다.

조선의 박정훈 경제부장이 쓴 '이 당첨자가 해도 될 선의의 위약'이라는 글을 보면 앞으로 정부와 언론의 갈등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울 일은 없을 듯하다. 어미가 자식을 바라보는듯한 따뜻한 시선에 내 마음까지 훈훈(?)해 지는 느낌이다. 몇 구절을 음미해보면서 따스한 온기를 같이 나눠보자.

"예컨대 '10년간 7% 성장'공약이다.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 4%대의 저(低)성장 늪에 빠져 있다. 그런데 이 당선자는 이를 당장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이 당선자의 설명은 이렇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성장률이 올라가는 '이명박 프리미엄'이 1~2%포인트는 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얘기이긴 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데는 노무현 정부의 '불확실성 리스크' 탓이 컸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환경 탓도 있겠지만, 기업이 투자할 아이템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기업이란 돈을 벌 것 같으면 지옥에라도 투자를 한다.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은 근본 원인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이 아무리 미더워도 대통령 얼굴만 보고 경제가 마술처럼 살아날 수는 없다."

5년 내내 노무현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안 하고 경제가 죽었다고 떠들어 대던 조선이 이제 와서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고 한다. 이런 세면발이 같은 대한민국 1등 신문은 다음과 같이 이명박에게 공약 불이행의 면죄부를 준다.

"선거가 급했던 이 당첨자로선 이것저것 가릴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선거가 끝났으니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국민도 그런 '선의(善意)의 배신'은 눈감아 줄 용의가 있다."

이 말에는 나도 동의한다. 다른 공약도 문제지만 되도 않는 대운하 삽질공약은 하루라도 빨리 폐기해야 한다. 이것만큼은 두 눈 다 감아줄 용의가 있다. 사실 이번 대선만큼 후보들의 공약이 이슈가 안된 선거도 처음이다. 지난 대선에는 그래도 수도이전이라는 공약이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번 대선은 공약도 아닌 BBK사건 한 가지에 매몰된 최악의 선거였다. 우리 쪽 선수도 최악이었고.

조선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딴나라당으로 진화하듯이 당당하게 딴겨레로 진화한 한겨레 신문에 성한용이 쓴 “이명박 당첨자를 도와야 한다.”라는 글도 도찐개찐이다. 뭐 말은 좋은 말이다. 이명박은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되고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명박 당첨자는 성공해야 한다. 실패하면 국민이 고통을 받는다. 우리 모두 그를 도와야 한다. 한나라당은 정치적으로 그를 뒷받침해야 한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언론은 무책임한 추측 보도로 혼선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감시해 줘야 한다. 오만해지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메시아가 아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이 글을 읽고 딱 한 마디가 생각나더라. "노대통령도 좀 도와주지 그랬냐. 씨바들아."

그러고 보면 이명박은 참 운빨 하나는 타고난듯하다. 군대 갈 때가 되니 기관지가 스스로 알아서 확장되지, 요즘같이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는 시절에 자식들은 그래도 위장취업이나마 밥벌이는 하지, 각종 불법비리 의혹은 언론에서 철통 같은 오일펜스를 설치해서 확산을 방지해주지, 그래도 줄줄 새는 기름은 검새들이 기름흡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특수떡으로 완벽하게 방제해 주지….

이명박이 앞으로 얼마나 대한민국호를 잘 이끌지 모르겠지만 향후 총리나 장관 기용 대상자 선택의 폭을 넓힌 건 확실하다. 최소한 위장전입이 총리나 장관 기용의 결격사유가 되는 일은 없어졌으니 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도 소망교회에 같이 다니는 전직 국보위 위원이라지? 주권을 찬탈한 두환이 밑에서 부역한 자가 인수위원도 아닌 인수위원장? 조선의 박정훈이 같은 글에서 "노무현 정부의 '무(無)자격자 낙하산'에 5년 내내 시달렸다." 고하던데 이건 무슨 신종 코드인사 모르겠다. 설마 소망교회 담임목사가 낙하산 타고 강림하지야 않겠지.

인수위원장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니다. 고양이가 쥐만 잘 잡으면 되지 키티면 어떻고 도라에몽이면 어떠냐는 흑묘백묘론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녀오기를 표절심의위원회 위원을 시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최연희를 성폭력방지위원회 위원장 시키는 건 좀 거시기하지 않냐고?

이명박 특검법이 발효됐다. 성한용이 기사 말미에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이명박 당선자는 내년 2월25일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했지만 특검 결과에 따라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움직일 수도 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지난번 검찰 수사결과와 같은 결론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본다.

그럼 이렇게 소모적인 특검을 왜 해야 하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의혹을 덮기에 검찰의 신뢰수준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보통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가 2.5% 정도는 돼야 하는데 이건 신뢰수준이 2.5%에 표본오차가 95%라 떡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특검을 해도 의혹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검찰보다야…. 결과가 어찌 나올지 모르겠지만 진실은 감춘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떡으로 기름방제를 철저하게 한다 해도 완벽한 복구가 불가능하듯이 말이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는 무슨 정부라고 명명할지 설왕설래하고 있다. 어디서 보니 경제를 살리겠다는(그런데 이명박은 어떻게 죽지도 않은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낼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다. 일단 죽여놓고...)국민적인 소망을 담아 '소망정부'라고 하는 게 어떻겠냐고 그러던데 듣고보니 괜찮은 작명이다. 소망교회하고 절대 관계없다. 아니면 전 국민의 사기진작을 위해 '사기정부'는 어떨지…. 소망정부 또는 사기정부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명박이 어떤 주문을 외워서 죽어버린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낼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란다. 뭐여? 위장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