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는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갈 생각인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내놓은 건강보험 민영화와 교육부 해체를 통한 대학자율화를 보면 요람부터 무덤까지 10%는 나머지 90%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삶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이제 5년 내내 10%를 위한 정책들이 줄곧 양산되겠지요. 결국,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은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를 고착하고 심지어 대를 이어 물려받게 하겠다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상위 10%에 속하지 못한 90% 국민은 속은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부모로부터 자녀에게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양극화를 심화 고착화시키겠다는 후보를 앞에 두고 양극화를 해결해달라고 뽑아놓지는 않았는지,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는지 이명박 당선자를 찍은 분들은 심각히 고민해 보십시오. 이명박 정부가 상위 10%만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살펴보고 감시하십시오. 한나라당은 양극화를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제 자신들이 초래한 양극화를 더욱더 확대 재생산하겠다는 상위 10%만을 위한 정부를 이명박 당선자가 구상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은 양극화 문제로 노무현 정부를 비난하면서 서민들이 등돌리게 만들어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켰습니다. 하지만, 본래 양극화는 한나라당의 IMF 국가부도사태로 초래되었고 우선 기업부터 살려놓아야 했기 때문에 중산층의 붕괴는 제대로 대처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양극화 문제를 우리 사회의 논의 이슈로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국가 경제가 망해가고 있다는 한나라당의 무조건적인 망국론 비판이 온 수구언론에 도배되던 시절이지요. 한나라당은 부당한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해 선성장 후분배를 주장하면서 자꾸 노무현 대통령이 분배에 눈을 돌려 나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식으로 매도합니다. 조선일보는 언젠가는 1% 성장하게 생겼다면서 국가부도사태를 기정사실처럼 사설로 주장하기도 했지요.
국민은 한나라당 말을 믿었습니다. 신용불량과 경기침체로 국민이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국가가 성장위주로 가지 않고 쓸데없는 분배 논의로 몰두하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믿었지요.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정확히 도려내어 수술대로 끌고 온 것이 바로 양극화 논의였습니다. 국민이 힘든 부분은 바로 국가경제가 망해가는 게 아니라 경제의 분배 구조가 너무 왜곡되어 돌아가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양극화 논의가 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이고 그 해결을 위해 초점을 맞춘 것이 참여정부입니다. 단 아직 진행형인 문제이지요. 이것에 주목한 지 단 1년 만에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까?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양극화에 대한 해결조차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무산되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고착화되는 위기에 놓인 듯 보입니다. 벌써 딱 눈에 들어오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교육 문제입니다.
건강보험의 민영화는 의료분야마저 양극화를 고착시키겠다는 소리입니다. 유전무병 무전유병으로 가는 길이지요. 사랑니 100만 원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릅니다. 현대사회는 양질의 삶을 위해서는 국가의 복지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의료분야는 생존에 직결되며, 행복의 최일선입니다. 아프면 행복의 첫걸음인 웃음을 얼굴에 띄우기 힘들지요. 그런데 이제 의료복지도 국민 개개인이 지닌 땡전의 양에 따라 줄을 세우겠다고 하네요.
이명박 당선자는 교육부를 축소 내지 해체하고, 자립형사립고를 100개 만들고, 대학은 자율화한답니다. 교육은 자녀가 부모의 양극화를 탈출하는 유일의 기회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기회마저 무산시키고 대를 이어 양극화를 물려받게 하겠다는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자립형사립고 100개는 상위 10%의 자녀 수요를 충족하기에 딱 맞추어져 있다고 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의 차별화는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분리된 사회로 나아가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상위 10%의 부모를 둔 자녀가 다른 90%의 자녀와 어울려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공간이 상실되는 것입니다. 상위 10%는 요람부터 무덤까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지겠지요. 부모세대의 양극화가 세대를 뛰어넘어 자자손손 이어지는 시스템이 교육분야를 통해 자연히 굳어지는 것입니다.
재산 300억 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약한 이명박 당선자의 말이 씁쓸하게 떠오르는군요. 국민은 사실상 당장 손에 떨어지는 현금에 약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당장 수중의 몇 푼에 속고 벌벌 떨고 하지요. 미래를 넓게 계획하는 것은 여유로운 사람들의 몫일 따름입니다.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국민은 300억 사탕발림에 속아서 자신의 자녀까지 자신의 암울한 상황을 대물림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기부문화를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지요. 통 큰 기부자들 많습니다. 하지만, 기부도 돈 있는 자의 자유로운 선택일 뿐입니다. 몇몇 양식 있는 사람들의 기부가 과연 국가의 복지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기부문화가 낙후된 국가 복지시스템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덮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지요. 심지어 어떤 재벌의 회장은 감옥에 들어갈 위기에 처하자 기부라는 미명 아래 돈으로 형벌을 대신하더군요. 마찬가지로 기부라는 미명 아래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에 대한 의무마저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자랑하는 미국의 기부문화 아래에서도 서민을 위한 의료시스템은 최악에 가깝지요.
이명박 당선자로부터 흘러나오는 건강보험과 교육에 관한 뉴스들을 접하면서 무전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요람부터 무덤까지 어떤 잘못도 없이 마치 태어난 것이 죄인처럼 낙인 찍혀 양극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심히 걱정됩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돈으로 줄을 세우고 세대를 넘어 고착화시키는 세상이 더욱더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제대로 된 보수의 철학도 없는 이명박 당선자의 천박한 장사치 기질이 국민의 아픔에서도, 자녀의 교육에서도, 심각한 해악을 끼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