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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 처음으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순수한 남자 2008. 1. 2. 12:51
대통령께 처음으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번호 194728  글쓴이 torreypine (torreypines)  조회 1999  누리 636 (646/10)  등록일 2008-1-2 07:37 대문 32 톡톡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우려

연말에 이명박 특검법이 공포되고, 1일 청와대가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대법원에 공식 요청함에 따라 대법원장은 2명의 후보를 3일까지 추천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검사에 누구를 임명하느냐 하는 일은 총선전까지 있을 어떤 정치적 이벤트보다도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되는 데 크게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어제 한겨레는 관련 기사를 통해 대법원은 지연 학연 성향 등을 고려하여 중립적인 인사 중에서 검찰과 비검찰 출신 변호사를 한 명씩 추천할 방침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공정성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고대 출신이나 영호남 출신은 가급적 피한다는 설명도 곁들여서요. 여러 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삼성 특검 후보 추천 때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가장 많이 추천되었으나 '중립성'이란 똑같은 이유 때문에 탈락한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은 이번에도 그가 호남 출신인데다 참여정부 쪽 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유로 특검 후보로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왜 여기까지 왔습니까? 그 말조차 더듬거리는 돼지새끼가 권력에 엎어지는 수사를 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 검찰은 중립성이고 공정성이고 다 내팽개치고 한나라당 조카를 수사책임자로 임명해도 문제가 안 되고, 대통령과 대법원은 중립적인 인사만 특검검사에 임명해야 한다는 논리는 누구 좋으라는 논리입니까?


특별검사에 '중립적' 인사는 안 된다

중립성, 공정성을 논리라고 가져다 붙이면 어디 한번 논리적으로 따져보죠. 이명박을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으로 뽑은 얼빠진 국민도 60% 이상이 수사가 잘못됐다고 할 정도로 검찰의 수사는 공정성을 잃은 수사였습니다. 애당초 중립성을 잃은 임명의 결과죠. 이번엔 반대로 참여정부 또는 민주개혁 쪽 성향의 인사가 수사를 해서, 한쪽에만 무겁게 달아 놓았던 저울의 추를 반대쪽에도 좀 나눠 균형을 잡아 놓는 게 진짜 중립성이고, 공정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검 후에는 재판이라는 절차도 있고 총선과 같은 국민의 판단이라는 절차도 있습니다. 양쪽 결과를 가지고 그때 가서 판단하는 게 정말 공정한 거죠.

꼭 우리 편을 넣어 그 돼지새끼가 수사했듯이 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소위 '중립적' 인사 중에라도 어느 누구보다도 더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수사를 공정하고 확실하게 해 줄 사람이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떤 '중립적' 인사가 그럴 수 있겠습니까? 무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어차피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면 중립적인 인사보다는 민주개혁 인사를 임명하여 검찰 수사가 피해간 모든 것을 까 보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수사의지만 있다면 특검법에 적시되어 있는 혐의를 모두 물증을 가지고 입증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검찰조차 차명이라고 한 도곡동 땅 판돈이 이명박의 재산이 아니면 도대체 누구의 것이라는 말입니까? BBK에 대해 공부도 꽤 했고 글도 여러 번 썼습니다. 이명박이라면 상판대기조차 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주가조작 등의 연루를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원래 체질이 제 자신이나 가족도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하고, 반대편이 잘했으면 잘했다고 합니다. 제대로만 수사하면 혐의 입증하는 데 문제없습니다.


총선과 특검법

특검에서 혐의를 입증한다고 해서 대통령 취임을 막을 수 있다거나 금방 끌어내리기는 어렵겠죠. 그리고 특검은 칼의 양날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이대로 가면 민주개혁 세력의 궤멸이 불을 보듯이 빤히 보입니다. 이명박이 개같이 살았다고 해도 머리까지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머리가 좋으니까 그렇게 더러운 삶을 살고도 대통령에 당선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가 총선 전에 친재벌, 친기득권 공약을 과감하게 정책화할 바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총선 후가 문제지요.

이번 총선은 개헌저지선까지 얘기될 정도로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총선에서까지 '압도적'인 결과가 나오면 향후 4년이 어떨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어떻게든 국민으로 하여금 견제심리가 발동하게끔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특검만큼 총선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없어 보입니다. 특검에 올인하자는 얘기가 아니고 신당 쪽에서도 해야 할 일이 태산이죠. 그러나 특검에서 일단 혐의는 입증하고 봐야 됩니다. 그리고 누구를 검사로 임명하느냐가 특검 결과를 좌지우지할 것 아니겠습니까?


생전 처음 대통령께 드리는 부탁

노무현 대통령님, 글 쓰면서 대통령께 무엇을 부탁드려 본 적이 없는 데 이번엔 꼭 좀 부탁드려야 하겠습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특검 검사는 한점의 남은 의혹도 없이 밝혀줄 사람으로 임명해 주십시오. 대법원장이 추천한 2명이 그런 사람들이 아닐 우려가 있으면 대법원장하고 사전 조율이라도 하십시오. 모르는 사람도 아니지 않습니까? 왜 이쪽에서는 총리, 장관도 못 할 하자가 저쪽으로 가면 대통령 되는 데도 문제가 안 됩니까? 왜 대통령께서는 항상 본인에게는 더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려 합니까? 저는 대통령 같은 성인이 못 돼서 이해가 안 되고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번에 특검에서 또다시 수사도 제대로 안 하고 위장 면죄부를 주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최근에 이제 더 이상의 정치적 역할은 없다고 말씀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정치현실에 실망하셨으면 그런 생각을 하셨겠습니까? 저도 이제 그만큼 고생하셨으면 그냥 일반 자연인처럼 즐기실 것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퇴임하시더라도 아직 대통령을 대신해서 민주개혁 세력을 끌고 갈 사람이 없습니다. 대통령 밖에는 못 믿겠다는 제 이기심 때문에 안 되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퇴임 후에도 할 일이 많으십니다. 특히 후임 대통령이 잘 아시다시피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더 합니다. 다행히도 대통령께서는 퇴임 후에 재평가를 통해 진짜 존경받고 원하시면 실제로 권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민주개혁 세력에서 대신할 사람이 떠오를 때까지는 구심점 역할을 해 주실 수밖에는 없겠습니다. 그리고 그 총대를 메는 상징으로 이번 특별검사 문제를 꼭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은 이렇게 드리지만 피를 토하는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