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BBK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경준의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이명박 특검 수사팀이 출범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두 사안 모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언론의 심도있는 취재 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날 같은 시간대에 열린 이명박 당선자의 신년기자회견에 묻혀 외면을 당했습니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결과적으로 '이명박 특검'의 맥을 끊는 것과 동시에 BBK 사건의 국민적 관심에 물타기를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에 서프라이즈 편집국에서 김경준의 첫 공판을 다룬 기사들을 모아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BBK 김경준 혐의 전면부인 "검찰 회유·협박 사실이다."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경준 전 BBK 대표(41)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협박·회유설'과 관련해서도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오)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자신은 유죄가 확정된 사람이 아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검찰 측의 회유·협박설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옵셔널벤처스 자금 319억 원 횡령, 시세조정으로 인한 증권거래법위반, 신고.보고 의무 위반으로 인한 증권거래법위반과 미국 여권 및 네바다 주 법인설립인가서 등의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을 공소사실로 밝혔다.
김씨의 변호인 측은 모두진술에서 "김씨가 검찰 측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일으킨 일시적 혼란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주가조작에 따른 증권거래법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으므로 면소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에 머무른 것이 아니며 미국에서 진행한 송환재판도 구속 전후에 제기된 여러 민사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송환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당시 직원이었던 이모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저지른 것일 뿐 김씨가 지시한 적이 없으며 증권거래법위반에 대해서도 특정 회사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을 매집하면 시장에서 주가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직까지 수사기록을 보지 못했고 내일부터 특검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김씨의 보석 허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찬종 변호인은 "이 사건은 'BBK사건'이 아닌 'LKe그룹사건'"이라며 "검찰이 김씨가 단독으로 BBK, EBK, LKe뱅크를 설립했고 옵셔널벤처스도 인수한 것이라고 단정한 것은 완전히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인은 "김씨가 공소외 이명박씨와 협력해 LKe뱅크를 설립했고 600억 원 가량의 투자금도 거의 대부분 이명박씨가 유치·유도한 것"이라며 "사건 관련자에 대해 서면조사만 실시하고 직접신문, 대실신문을 하지 않은 것은 검찰이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헌법으로 보장된 자유로운 변호사 선임권 및 혐의사실 방어권을 침해하고 앞으로 특검에서 자신들이 받게 될 조사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과 변호사들을 소환조사하고 있다며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대한민국 헌법을 파괴하고 국민의 세금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검찰로부터 "재판은 괜히 하는 것이고 판사는 검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들었고 검찰이 "죄를 인정하면 다 처리해 주겠다"며 회유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처와 누나와의 서신왕래도 금지시켜 미국에서 중요한 증거자료를 가져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전화통화를 할 수 없게 한 것도 회유·협박의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씨는 "더 이상 갈 곳도, 조작할 증거도 없다"며 자신의 보석 허가를 강력히 요청했다.
앞서 김씨의 변호인 측은 모두진술에서 "사건 관련자로 인해 단순한 형사사건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며 재판부에게 선입견 없는 공정한 재판을 부탁했다.
아울러 김씨의 변호인 측은 "미국에서 진행된 김씨의 재산 몰수·압류 소송 및 다스 관련 소송에서 김씨가 모두 승소했고 옵셔널벤처스 코리아 법인이 김씨의 회사자금 횡령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소송도 곧 승소 판결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와 관련된 자료를 증거자료로 모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김씨는 지난해 12월24일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변호인 측의 재판기일연기 신청으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김씨는 2000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외국 투자자들을 유치했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린 뒤 고가매수 주문 등의 방법으로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400%가량 끌어올려 소액투자자 5200여 명에게 600억 원 상당의 손실를 입힌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및 특경가법상 횡령, 사문서 위조 등 4가지 혐의로 지난 5일 구속 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내달 4일 오전 10시 열린다.
뉴시스 이혜진 기자
김경준 거센 항변, "검사들 원칙과 헌법 구기고 있다."
"저는 6살 때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항상 성실하게 살아라. 도와주며 살아라. 하나님을 믿고 살아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부모님 말씀대로 저는 힘든 과정에서도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중략) 하지만 저는 지금 한국의 검사들에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검사들은 많은 원칙들과 헌법을 구겨버리고 있습니다."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경준(42)씨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사들은 분명히 나를 회유·협박했다"며 "검사들은 내가 이와 관련해 그런 일이 없다고 인정하고, 변호사를 해임했다는 허위 사실을 기자들에게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검찰이 제시한 ▲ 여권 및 법인설립인가서 등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 ▲ 옵셔널벤처스 코리아 자금 319억원 횡령 혐의 ▲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 조작 및 신고 의무 위반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사들이 회유 협박한 것은 사실이다"
김씨는 "검사들이 조사 중에 '재판은 괜히 하는 것이라며 판사는 검사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저의 처와 누나는 공범이 될 수 없도록 처리하겠다고 회유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가족들이랑 서신교환까지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유죄가 확정된 사람이 아닌데 변호인선택권과 접견권, 비밀유지권 등을 보장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검찰은 지금 특검이 시작하기 전 회유 협박 건을 조사하겠다고 지금 저와 변호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의 헌법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또 "특검이 시작되면 피고인 신분이 될 검사들이 이것을 조사한다는 것은 자기 혐의를 자기가 조사해 덮겠다는 속 보이는 일"이라며 "검사들은 자신들의 혐의에 대한 방어와 일부 언론에 제기한 민사소송을 위한 준비를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면계약서 원본도 검사들은 구두로 여러 차례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돌려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서신이 제한된 상태에서 미국의 증거들과 이면계약서를 못 받아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고 나의 혐의를 방어할 수도 없다"며 보석신청을 허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기동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부장 검사는 "서신제한은 서울구치소에서 한 것인데 변호인 측의 오해가 있는 것 같고 이면계약서는 '압수' 상태이니 정식으로 서류를 작성해 절차를 밟으면 돌려줄 수 있다"며 반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중 일부는 공소시효 만료된 것도 있어"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변호인 측은 박찬종 변호사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법률 특보를 맡았던 김정술, 홍선식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오늘 출석한 김기동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부장 검사 외 4명의 검사들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정술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위조사문서 행사, 허위 보고서 제출, 신고 의무 위반 등은 김씨가 출국 이후에 발생한 것이고 사실상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도 있다"며 검찰의 일부 공소사실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 "김씨가 이모씨를 통해 여권 등을 위조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상당한 오해가 있다"며 "김씨는 사문서 위조를 지시한 적이 없고, 이모씨의 경우 자신의 사업을 위해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옵셔널벤처스코리아로부터 청구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김씨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 주식을 매집했고 이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을 매집하면 주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주가조작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검찰의 공소를 반박했다.
"또 검찰은 단지 매수·매도 주문이 동시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가장매매'를 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프로그램 매매의 구조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이다. 또 김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허수매매·가장매매를 한 적이 없다."
"이명박씨 '직접조사'했어야... 형평성 잃은 미완된 수사 비난한다"
다른 변호사들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검찰의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선식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김씨는 명의상 도구일 뿐 횡령 건에 관련해 제3의 인물이 있다"며 "검찰은 미국 법정에서 이미 이명박 측 변호인에 대해 협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오유선, 이진영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씨의 횡령 혐의를 결정지었다"고 검찰의 공소를 반박했다.
박찬종 변호사도 "검찰이 제시한 김씨의 회사자금 용처를 봐도 횡령 혐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득의 의사'가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며 "검찰은 이와 관련해 공모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의 진술은 완전히 믿고 김씨의 진술은 믿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면조사의 공모여부를 묻는 핵심질문에 이명박씨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김씨와 대질심문을 하든지, 직접심문을 해야했는데 검찰은 그러지 않았다. 결국 이 수사는 형평성을 잃어버렸고, 미완된 미진한 수사이다. 이런 수사를 한 검찰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