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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섶 칼럼] 이해찬과 유시민 의원의 탈당과 가치의 정치

순수한 남자 2008. 1. 16. 21:19
[데섶 칼럼] 이해찬과 유시민 의원의 탈당과 가치의 정치
번호 201202  글쓴이 하승주   조회 743  누리 194 (199/5)  등록일 2008-1-16 17:14 대문 6 톡톡


국~민통합 노무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가장 유명한 구호는 "국민통합 노무현"이었다. 노사모(노무현 대통령 팬클럽의 약칭)의 회합마다, 노무현 후보의 유세마다 '국~민통합 노무현'은 군중의 외침으로 들려왔다. 노무현 후보의 국민통합은 '상식과 원칙'을 기반으로 지역과 계층을 넘어선 통합을 이루자는 가치를 분명히 표현하고 있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그 가치를 충실히 이행하여 왔다.

그러나, '국민통합'의 구호에도 불구하고 2002년 당시의 민주당은 전혀 통합되지 못했다. 설렁탕 한 그릇 제대로 못 얻어먹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끊임없이 노무현 후보를 공격했으며, 선거 직전까지 후단협은 당을 분열시켰다. 김민석 의원의 탈당이 이루어졌고, 한나라당으로의 탈출까지 감행한 의원들도 부지기수였다. 정당은 분열을 거듭하였으나, 노무현 후보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결국 통합을 이루어 대선승리를 이루었다.


한국정치의 미스터리, 김한길 전 원내대표의 탈당

2007년 정초부터 열린우리당은 시끄러웠다.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23명의 의원이 느닷없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는 21세기 한국정치사 최고의 미스터리 사건이 발생했다. 탈당의 변은 "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 탈당한다는 것이었다. 통합신당을 이루려면, 당 밖의 인사들이 당으로 통합되어야지, 당 안의 인사들이 당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어떻게 통합이 된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던 탈당은 김한길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자마자 이루어졌다.

그 이후, 23인의 탈당의원들은 민주당과 잠시 합당하기도 하였고, 그 민주당과 다시 갈라지기도 하였고, 스스로 신당을 창당하기도 하였고, 무소속으로 남아 있기도 하였다. 대선을 앞두고 다시 대통합신당으로 합류함으로써 기나긴 여정을 거쳐 완벽하게 2007년 2월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당은 대선을 앞두고 다시금 통합을 이루었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합류하였다. 당명도 '대통합신당'이 아니던가.

그러나 국민들은 도대체 왜 저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대통합"을 이루어야 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열린우리당 +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것 아닌가. 어쨌건 당의 통합은 이루어졌다. 그러나 국민통합은 전혀 이루지 못했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마법의 단어는 'BBK'와 '통합'이었다. 두 단어는 대선에서 마법을 발휘하지 못했다.


통합과 가치

2008년 정초, 손학규씨가 당대표로 선출되자 또다시 '통합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그 대상은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이었다. 이해찬 의원이 탈당하였다. 즉각적으로 통합이 저해된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2002년 노무현의 통합은 '국민통합'이었고, 원칙과 상식에 기반한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기반한 것이었다. 2007년 신당의 통합은 '대선승리를 위한 통합신당 건설'이었고, 국회의원들의 어지러운 탈당과 복당의 반복을 통해 이루어졌다.

1월 10일 이해찬 의원이 탈당했고, 1월 16일 유시민 의원이 탈당했다.

이해찬 의원은 "내가 어떠한 어려움에도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존엄성, 성숙한 민주주의, 그리고 한반도평화공동체의 가치는 법률이 아닌 정신과 정체성에 있었다"고 탈당 성명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3가지 가치를 대통합신당에서 지킬 수 없다는 판단이 들자, 즉시 탈당하였다.

유시민 의원은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대의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 신당이 어떤 가치와 세력을 대변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두 의원의 탈당은 '정당의 통합'이라는 2007년의 트랜드에는 반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대통합신당이 잊고 있었던 것을 상기하게 해 준다. 바로 '정당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가치의 정치가 오기를…

정당은 권력획득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국민은 왜 정당이 권력을 획득하고자 하는지 알기 원한다.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이 바로 정치이다.

정당의 가치는 강령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대통합신당의 강령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대통합신당에 표를 주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대통합신당은 '정당의 통합'이라는 방법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왜 대통합신당이 권력을 획득해야만 하는가에 대하여 설득당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해찬과 유시민, 두 사람은 다시금 "가치"를 말하고 있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정공법을 취한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 성숙한 민주주의, 한반도평화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권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국민을 설득해 가는 과정이 바로 정치일 것이다. 이 정당과 저 정당이 합당함으로써 지지세력들이 합쳐지기 때문에 통합이 되었다고 선포하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그 허망함에서 벗어나 진정한 가치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의원의 '가치'가 성공적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과정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의 복원이기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