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 의원과 복기왕 의원의 선거법
2004년 4월 1일 (총선 선거운동 개시일 하루 전날) 민주노동당 조승수 예비후보는 울산 북구의 현안이었던 “음식물 자원화지원 설치”와 관련해 지역주민 대표의 요구로 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그들을 대상으로 “주민의 동의없이 음식물자원화 시설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언급하였다.
이런 사실은 법적으로 매우 심한 처벌을 받는 행위이다.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이후 17대 총선에 조승수 후보는 당선돼 ‘조승수 의원’이 됐었지만, 그로부터 1년5개월 뒤인 2005년 9월 30일,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박탈당하였다.
그 이후 조승수 씨는 울산에서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주민 여러분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입간판 옆에 무릎꿇고 고개를 숙이면서 ‘석고대죄’를 하였다. 도대체 그가 무슨 잘못을 한지는 모르겠으나, 어떻든 그는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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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수 전 민노당 의원과 복기왕 전 열린우리당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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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3월 10일, 대법원에서는 열린우리당 복기왕 의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복기왕 의원은 이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그는 불법현수막 제작으로도 기소를 당했는데, 현수막의 문구가 “이왕이면 복 많이 받으세요”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인 복기왕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다.
그렇게 의원직을 박탈당하면서, 마지막 의원총회를 참석하며 동료의원들에게서 '기왕이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들었다.
이 모든 일은 사실이다. 추상같은 판결은 그대로 집행되었다.
이명박 당선자의 선거법
2006년 이명박 서울시장은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발표한다.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운하를 파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법해석을 거치더라도 사전선거운동이 된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공약을 발표하는 행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없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공약이 아니면 무엇이 공약이고, 공약발표가 선거운동이 아니라면 무엇이 선거운동이겠는가? 선거법 254조 제3항은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하거나 한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우리의 사법부는 이러한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사법적, 행정적 조치도 취한 바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 문의 결과, “이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지만, 국민적 여론형성이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규율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지만, 대한민국 선거법은 이를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선거법
2008년 1월 18일,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소원을 기각하면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은 정치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선관위의 해석에 손을 들어 주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법을 위반하면서 제기한 대운하 공약에 대하여, 국가수반이 이를 비판한 행위가 정치중립의무 위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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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주 경제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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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간략히 정리해 보자.
선거운동 기간 전에 “음식물 처리장 설치를 막겠습니다” 라고 말한 것은 의원직 박탈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행위이다. 선거운동 기간 전에 사무실 외벽에 “이왕이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은 것은 의원직 박탈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행위이다. 선거운동 기간 전에 “15조원을 들여, 대한민국을 동서로 나누는 대운하를 파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은 선거법 위반행위가 아니다. 국가 행정을 주관하며 최고정책책임자인 대통령이 “대운하는 부당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행위이다.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솔직히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불행히도 나는 대학에서 법을 공부한 전공자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