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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새통선생) 국무총리로 뽑힌 사람의 첫 변명 - 그 참을 수 없는 파렴치

순수한 남자 2008. 1. 30. 08:26
북새통선생) 국무총리로 뽑힌 사람의 첫 변명 - 그 참을 수 없는 파렴치
번호 206294  글쓴이 aa   조회 788  누리 376 (376/0)  등록일 2008-1-29 23:54 대문 17 톡톡

K야! 오늘은 너무 착잡한 심정이야. 왜 우리는 이런 걸까? 왜 우리 지도자층은 이런 걸까? 너무 슬퍼진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까? 오늘 한승수씨를 국무총리로 임명한다는 확정적 발표가 있었어. 그 분 학력과 경력을 보면 과연 능력은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드네. 서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면 난 그와 아주 친하게 지낼 수도 있고 그의 삶에 동조하고 위로하고 같이 나눌 수 있을거야.  

 

그런데 말야 그는 국보위 출신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변명을 해. 나라가 어려워서 도우러 갔었다고. 어쩜 그렇게 황당할 수가 있지? 자신의 허물을 나라를 위한 충절로 바꾸어서 핑계를 대더라. 차라리 멋모르고 출세욕에 그랬다고 솔직하면 좋겠는데. 차마 자신도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는가봐?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국무총리의 자질은 날라가는 거니까. 인수위의 이경숙씨도 국보위에 참가했었다더라. 그리고 이명박 당선자는 20년 전 일이라서 아무 문제 없다고 넘어갔데.

 

K야! 정말 국보위 문제가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는거야? 27년 전이니 까마득하기는 해.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도 있어. 그런데 난 참 슬퍼진다. 아주 더 먼 이야기도 내 머리 속에는 가득해. 이완용이라는 사람. 내가 살았던 적에 같이 살아있던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아주 매력적이었다더라. 서화에 능통하고 그 당시 학문으로는 따라갈 자 없이 출중하고. 그런데 그런 뛰어난 사람이 나라를 들어서 일본에 받쳤다는 거잖아. 어찌 그러했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뛰어났던 능력이 한일강제병합의 수단으로 전락한 거야. 그는 한번도 자신 스스로 목적이 되어봤던 적이 있을까? 단지 나라를 팔아먹는 수단의 소모품 중 하나였을 뿐이야.

 

그런데 이런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의 변명이 그 시절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거야. 일제 군국주의 총칼이 무서운 강압 앞에서 살 길을 찾을려면 이럴 수 밖에 없었다는거야. 우리 할아버지 일본이름 있었어. 일제시대에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컸어. 초등학교에서부터 일본어로 교육받아서 나 어렸을 때 메이드 인 저팬의 약품에 나온 설명서를 쭉쭉 읽어내려가시는 모습도 봤어. 그 당시 필부에 불과한 우리 할아버지 일본식 이름 있었던 거 이해할 수 있어. 평범한 필부가 세상의 강압에 맞춰사는 것마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냐. 그렇게 우리 국민 80% 이상은 다 일본이름 있었다잖아.

 

그렇지만 한 국가의 총리였던 이완용 같은 사람이 그런 필부의 변명을 한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그것도 창씨개명 같이 개인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국가를 팔아먹는 일에 그런 필부의 변명을 하고 있는거야. 나라를 짊어진 자가 백성을 책임지는 자가 자신이 마치 한 촌락의 평범한 농사꾼처럼 핑계를 대는거야. 그럼 수많이 일제에 끌려가 죽고 농락당했던 우리 할어버지 할머니들 정말 평범한 필부들은 누구를 믿었어야 했던거야? 그런데도 참 파렴치하게도 전국민 80% 이상이 일본식 이름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바로 그 장본인이 책임은 온데간데 없고 그 80%의 이름없는 평범한 백성 속에 잘도 숨어들어가네.

 

K야, 국보위는 무소불위 통치기관이었어. 헌법도 짓밟은 채 국회도 아닌 기관이면서 법률을 만들었던 곳이야. 이경숙씨, 한승수씨가 젊은 시절에 나라를 위해서 일했다는데, 그 당시 젊은이들은 분개해서 들고 일어났다가 군화발에 머리통 터지고 찔리고 절뚝거리고 심지어 죽기까지 했던 바로 그 시기야. 잡혀가서 두들겨 맞고 피똥싸며 어쩔 수 없이 동료를 불고 자신을 저주하던 바로 그 시기야. 젊은이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열정 하나만으로 그렇게 죽어나가던 시절에 그 똑똑하다는 젊은이들은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일했다는거야. 이제 나라를 짊어질 사람들이 그런 한심한 변명을 할 수 있는거야? 우리는 누구를 믿고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는데?

 

군부의 총칼이 무서웠던 시절이라도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라면 곧 죽어도 아닌 것은 아니어야지. 멋모르고 그랬다면 반성이라도 하던지 미안한 기색이라도 보여야지. 그런데 자신은 나라를 위해서 그랬다네. 그 무서운 시절에는 어쩔 수 없었다네. 국가의 지도자로 나서겠다는 자들이 자신이 필요할 때는 서슴치 않고 일반 시민의 힘없는 핑계 속에 숨어드는거야. 국민이 위험에 처하면 그 앞에서 국민을 보호해야할 자들이 어느새 국민의 뒷꽁무니에 붙어있네. 그리고 위험이 끝나면 슬그머니 앞에 나타나 국가를 위해서 그랬다고 어쩌면 그렇게 태연하게 핑계를 할 수 있을까?

 

K야! 불현듯 히틀러도 머리 속에 떠올라서 너무 슬퍼. 히틀러의 인종청산은 모두 합법적이었던 거 알지? 모든 게 법대로 처리된 거야. 그는 살인을 하지 않았어. 단지 사형을 집행했을 뿐이지. 몇 백만명 법대로 끌고가서 사형을 집행한거야. 위법은 아니라는 거지. 국보위도 그랬어. 법을 위헌적으로 만들어서 집행하던 곳이야. 그 유학도 하고 잘났다는 정치학자, 경제학자가 설마 권력분립의 기본원리도 몰랐던 것은 아니겠지? 헌법도 무시하고 국회도 아닌 곳에서 법을 뚝딱 만들어내서 전두환 군부가 국민 머리통 으깬 후에 투표도 없이 집권하도록 만들었던 곳. 바로 국보위야. 그래도 위법은 아니라는 거지. 어쨌거나 법은 만들었으니까. 다만 히틀러도 했던 변명일 뿐이지.

 

이것은 사실 위법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야. 잘 만들어 놓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 합당한 벌을 받게 되니까. 위장전입도 위법이지. 그래서 총리될려던 사람들 줄줄이 탈락했잖아. 법을 지키지 않는 자는 나라를 맡을 자격이 없는게 당연해. 그런데 무서운 패악질을 국민에게 할려면 위법으로는 안해. 법까지 맘대로 만들어서 패악질을 해대는 거지. 그게 바로 국보위가 하던 일이야. 총리가 되겠다는 사람이 그 집단에서 국민 머리통 으깨는 군부의 패악질을 거들어놓고 나라를 위해서 일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데 왜 이렇게 슬픈걸까? 히틀러가 인종청소를 할 때도 위법은 아니었지. 그도 독일 제국을 위해 그랬다고 태연하게 말했지. 위법을 저지른 자도 총리에서 탈락하는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위헌적 불법을 했던 자가 태연하게 총리를 하겠다는 거지. 역시나 불법도 크게 한탕해야 면죄부 받는거야? 우리나라가 그랬던 거야?

 

K야, 그런데 오늘날 이 모든 게 머나먼 과거의 아무 것도 아닌 문제처럼 대통령 당선자가 태연하게 말하는 거 어떻게 이해해야해? 그냥 그렇게 내 삶만 바쁘니 나라를 짊어지겠다는 자들이 어찌하던 상관도 하지 말고 편하게 살자고? 타인의 부정한 목적에 강압이 있다면 그에 부합해 자신의 능력을 기꺼이 수단으로 바치는 자들에게 나라를 맡기자고? 강대국의 이익이라면 어느새 우리 모두가 희생되도록 수단으로 사용되는 일에 자신의 능력을 힘껏 발휘하는 자들일 수도 있는데? 더 나아가 그 일에 부끄러움도 없이 파렴치한 변명을 하는 데 대수롭게 넘기자고? 진정 위태로워지면 국민 뒤로 숨어서 자신은 일개 필부였다고 변명이나 해대는 자들에게 그래 벌써 20년이나 지난 일인데 하고 스스로 위안삼으며 참으라고? 그런 자들이 나라를 책임지겠다는데? 한마디 사과라도 했다면 차라리 참기라도 하지, 오히려 나라를 위해서 일했다고 안면몰수하는데?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의 이익이나 도덕, 법을 생각해줄 것 같아? 그들의 이익이라면 우리 머리통이 으깨져도 상관안해. 우리에게 위험이 닥쳐도 먼 산을 바라보는 거지. 오히려 그들에게 이익되는 일이라면 부추길 수도 있어. 그들의 이익에 철저히 부합하는 목적이라면 온갖 수단으로 우리를 압박할텐데, 쉽게 자신의 능력을 국민 머리통 으깨는 수단으로 기꺼이 사용되는데 아무 거리낌없던 자들을 믿을 수 있을까? 그들은 그런 후에도 자신은 일개 필부로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자신의 삶에만 피곤한 국민이나 할 법한 변명이나 해대는 자들인데?

 

K야, 우리나라의 보수라고 자칭하는 자들은 왜 이런걸까? 그 혐오스러운 일본우익조차도 이렇지는 않던데. 국민에게 패악질을 부릴 때는 그 능력을 마음껏 사용하여 국가를 위해서 일했던 거고, 그 책임을 추궁당할 때는 일개 필부의 능력없는 소시민이라는 변명이나 태연스럽게 하고. 난 참 슬프다. K야. 그렇게 인물이 없는 것일까?

 

난 적어도 말야 다른 젊은이들이 머리통 으깨질 때, 자신이 그랬던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고 양심적으로 한마디만 했으면 그 능력이 봉사할 기회를 가만이 지켜볼 수도 있었어. 그 능력이 양심을 최소한 곁에 두고 있다는 것만 보여준다면 양보할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랬던 걸까? K야, 앞으로 우리도 파렴치하게 살자. 변명은 널려있어. 더군다나 우리는 아무거나 정말 그 변명에 진정 기댈 수 있는 필부들이니까. 우리야말로 양심을 한 잔의 술로 달랠 수 있는 필부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