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문화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황평우
지금 청계천엔 썩은 정치의 물만 흐른다.
- 청계천 막개발 2년에대한 단상-
가짜(fakelore)가 정통(folklore)을 밀어내는 세계적인 현상(코카콜라와 맥도날드 햄버거와 함께 침범한 디즈니랜드 류의 hyper culture)이 우리에게도 어김없이 침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 시절의 천박한 자본주의로 인한 개발지상주의를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재평가하고 살펴보자는 활동이 시민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도 이에 편성해서 온갖 정책에 문화나 전통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가장 첨예한 대립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청계천복원 공약이었다.
청계천 난개발이라는 매직 쇼(매직 쇼는 겉은 화려하고 그럴 듯하지만 결국 허무한 쇼 일뿐이다. 관객은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고도 모르면서 환호하기 바쁘다. 지금의 청계천은 가짜로 범벅된 매직 쇼 일뿐이다) 이후 전국 곳곳에서 훼손되고 사라져간 문화유산에 대해서 「복원」이라는 용어가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문화재에 대한 원형복원은 불가능이라고 단언한다. 복원이라는 단어에는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고 싶은 인간의 탐욕과 오만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극히 폭력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지자체)들이 청계천 역사․문화 복원을 이루었다고 주장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욕심을 역사․문화 복원이라는 미명으로 감추고 있다. 그러나 조선후기 최고의 권력가인 흥선대원군조차 경복궁을 다시 지으며 ‘경복궁 중건’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청계천은 조선시대 이전에도 자연하천으로 존재했다. 따라서 퇴적층까지 발굴조사를 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역사이전의 유물 발굴조사도 이루어져야 했으며, 근대이후 청계천 주변의 변화(1900년~1940년대 일제강점기, 해방이후, 군사정권시대까지 포함)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겨야하며, 보존할 것은 보존해야했었다. 조선시대 역사만 역사가 아니라, 사람이 존재하며 살아가는 방법이나 모습도 모두 역사의 기록으로 소중하게 다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청계천은 조선의 중심인 한양의 도성궁궐과 함께 600년의 역사가 흐른 곳이다. 그런데 청계천을 겨우 2년 넘은 공사로 복원(?)을 했다고 야단법석이다.
청계천 시점부에 자리 잡은 모전교는 원형을 완전히 무시한 이명박식 다리가 되었으며, 광통교는 제자리를 떠나버린 외로운 섬이 되어버렸다. 광통교 중건 공사 중에는 콘크리트 하수관로 때문에 몇 백 년 전해온 광통교의 바닥 돌을 무단으로 깎아버렸고, 서울시는 호된 질책을 맞고는 하수관로를 이동시켰다.
중건한 광통교를 살펴보면 조선시대 화강암 조각의 기법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소개할 수 있는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적 가치는 상실되어있다. 또한 조선시대 다리공사의 토목기법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으며, 1800년경 확장된 광통교의 흔적을 살리지 못해 역사성마저 상실한 광통교가 되고 말았으며 기존 광통교 부재를 원위치에 정확하게 위치한 것이 아니라 옛 부재를 인테리어 마감재 수준으로 부착하고 말았다.
청계천 시궁창 밑에서 마치 고대 그리스 유적의 신전처럼 당당히 나타났던 양측면의 석축들은 이리저리 그라인더로 가공되어 신형부재들 사이에 초라하고 지친 모습으로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다.
콘크리트옹벽에 부착한 정조 대왕이 수원화성으로 행차한 모습을 그린 “반차도”는 원래 광통교 주변에 있어야만 당시의 역사를 알 수 있으나 지금은 장통교 옆에 부착했다. 이것은 시민이나 학생들로 하여금 역사를 왜곡해서 인식할 수 있는 중대한 실수가 되는 것이다.
수표교의 경우는 문화재 위원회에서 “원위치에 온다”. 라는 결정을 통보했지만 서울시는 다른 공사는 2년에 마치면서 수표교의 안전성 검사를 핑계로 대며 아직까지 검토결과를 공식적으로 보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표교 남측의 교대(다리벽) 매입에 몇 백억이 든다는 모호한 숫자공포주의를 흘리며 수표교 제자리 찾기에 핑계만 대고 있다. 시장 한마디에 몇 십 억 원을 써가며 모전교의 디자인을 바꾸는 이율배반을 보이면서 말이다.
오간수문 역시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방식의 표식이 되어야 했지만 청계천 도로에 표시된 지저분한 붉은 아스콘이 청계천 막개발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실로 반세기만에 시멘트구조물 아래 갇혀있던 청계천이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에는 의미가 있는 일이다. 청계천 재건은 단순히 고가도로를 뜯어내고 물을 다시 흘러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난 시대 한국사회의 유물이었던 개발과 성장위주의 도시정책에서 역사와 문화, 환경을 먼저 고려하는 인간중심적 정책으로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했어야했다. 즉 청계천에 있는 국적 미상의 다리 중 하나도 1960년대 청계천 복개부터 시기를 지나가며 도로 포장을 했던 한국토목공사 역사의 층위를 보여주는 기존 청계천 상판의 모습을 보여주는 근대 교량의 흔적을 남겨야 했었다.
서울은 일제 강점기 이후 본래의 모습을 잃고 파괴되어 왔으며, 개발독재시대에는 시멘트로 대변되는 회색 빛 도시였다. 이러한 왜곡된 근대 서울의 모습을 바로잡고자 청계천 복원이 논의되었으며 시작되었다. 이는 애초 서울시에서 내건 청계천 재건사업의 의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재건사업을 실시하면서 청계천 재건사업은 ‘600년 고도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성 회복’, ‘자연과 인간중심의 친환경적인 도시 공간 창출’을 통한 ‘21세기 문화 환경도시 서울’을 조성하는 것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러나 이제 청계천 중건이 2년 된 시점에서 과연 서울시가 이러한 취지와 의미를 얼마나 이루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서울시의 청계천 재건공사는 애초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또 다른 개발주의일 뿐이었다.
더욱이 사적으로 지정된 광통교 터, 수표교 터, 오간수문 터 주변 건물의 고도제한을 완화해줄 것을 강요하고 청계천 문화재 중건 사업을 감독해야 할 문화재청은 고층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손을 들고 말았다.
재건 이후 청계천 인근 지역은 어떻게 변모되어 가는가. 이미 하이에나 같은 건설업체들이 세운상가 난개발 계획을 비롯하여 황학동, 숭인동 등 일대에서 주상복합 건물을 분양하고 있으며, 일대의 땅값은 하루가 달리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세운상가 4구역의 재개발 계획에 따르면 높이가 130미터에 이르는 최고 30층짜리 건물이 대단위 쇼핑몰로 들어서게 된다. 한술 더 떠 2005년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 기본계획’을 통하여 도심 재개발 구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건물에 대하여 용적률 최대 1,000%, 높이132미터에 이르는 건축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완화하여 버렸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고밀도의 개발을 통하여 청계천 일대가 빌딩 숲에 갇혀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로써 야기되는 고층, 고밀화는 다시 교통난과 환경적 악영향을 불러 올 것이며, 서울의 도심은 더욱 숨 막히는 곳이 될 것이다. ‘이 일대의 부동산 개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개발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는 지역 부동산업자의 말은 차라리 섬뜩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원하는 청계천은 이와는 다르지 않은가. 비록 좁지만 물을 따라 푸른 산책로가 이어지고, 그 양쪽의 건물들도 적정한 높이로 물러나 시야를 터주며, 그 사이사이로 길거리 농구장이든 쌈지 공원이든 도심의 휴식처가 만들어지는 그런 청계천을 바라고 있지 않은가. 막대한 세금을 감내하고, 수년간 공사 먼지와 교통 불편을 참아가며 기다려온 시민에게 100 미터가 넘는 주상 복합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고개를 내민다면 너무도 억울한 일이다.
청계천 재건에 소요된 엄청난 공공예산의 투여로 유발된 경제, 환경적 부가 가치를 개발사들과 토지자본에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는 꼴이다.
높이와 규모로 첨단을 자랑하던 시대는 지나지 않았는가. 수백 년 동안 서울의 역사가 흘렀던 이곳에는 많은 빈틈을 갖도록 다양한 용도가 복합되어있는 저층․저밀도의 개발이 맞다. 소수를 위한 수십 층의 주상복합보다는 시끌벅적한 난장의 혼란이 낫다. 낮을수록 좋다. 작을수록 좋다. 그 나머지는 사람이 채운다. 사람이 모이면 문화가 꽃핀다.
또한 서울시는 청계천에서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의 문화를 도외시하였다. 서울시는 청계천 재건공사를 시작하면서 청계천일대 구간을 ‘노점상 절대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노점상을 동대문운동장에 ‘풍물시장’이란 이름으로 몰아내었다가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공유지 동대문운동장마저 개발이익에 사로잡혀 예상대로의 난개발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풍물시장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가 다른 곳으로 몰아내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청계천에서 오랫동안 삶을 이어 온 서민을 쫓아내고 주변지역의 고층·고밀도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개발 사업은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의 뇌물수수 사건에서 보이듯이 온갖 비리로 얼룩진 것이며, 서울의 문화성 회복이 아닌 구시대 개발주의의 답습일 뿐이다.
서울시는 청계천재건사업에 있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조례까지 제정해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시민위원회에서 심의 거부한 실시 설계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등 시민위원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지난 2004년 9월 16일 일부 시민위원들이 사퇴하는 일까지 일어났었다.
청계천 재건사업은 이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의 행정에 의해 결국 미완의 마감에 이르렀다. 그러나 청계천 재건사업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문화재 훼손에 대한 재수사(이명박 씨의 청계천 문화재 훼손 수사는 끝난 것이 아니다. 당시 경찰은 복원 후 정밀 조사를 해보자고 하여 추후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계천 문화재 훼손에 대한 경찰 수사는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수표교 이전 중건 등 장기과제로 남은 문화재 중건 문제, 국적도 없는 다리 디자인과 일본식 조경, 청계천의 지천과 상류천 복원 및 유지용수 문제, 청계천 변의 좁은 인도문제, 장애인의 접근권과 이동권 문제, 청계천 주변지역의 산업개편과 재개발 문제 등 처리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금 중랑구 하수종말처리장 구석에는 600년 서울의 역사를 간직한 조선시대 최고의 다리 부재들이 오물과 잡초 속에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은 이러한 역사의 이율배반행위를 무엇으로 변명할 것인가 묻고 싶다.
이제 청계천은 우리나라 문화재 재건 공사 중 최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지만 언론은 가짜로 포장된 청계천을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는 복개된 하천을 연 시장이나 도지사는 많다. 이들 모두가 대통령후보가 되어야하는가 묻고 싶다.
그럼에도 청계천에만 지나친 억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 팽배하게 잔존하는 서울중심주의의 발로이자 서울중심정치의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회악이다.
이명박 씨는 이명박식 청계천 재건을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는데 악착같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청계천문화재위원으로서 역사와 문화유산 앞에 죄인이며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황 평 우 -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문화재청 문화경관분야 문화재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