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규제완화 하는데 그 본질을 아는가?
이번 명절에 고향을 다녀온 분들 중 고속버스를 이용해서 다녀오신 분들은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해 씽씽 달리는 기분을 만끽했을 것이다. 일반차선에 줄줄이 늘어선 자가용 이용자들에게 비해 상대적으로 속도를 내는 만큼의 쾌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공공의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에 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자가용 이용자들은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거북이걸음이라는 고통을 감내한 것이다.
주로 대기업 재벌기업이 규제완화를 외친다. 경제발전이 일정 괘도에 올라서면 팽창하는 자본의 탐욕을 일정 정도 제어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때 국가권력이 시장에 개입하여 공정거래라는 이름으로 제반 규제를 만들어 제도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규제를 하는 것이 일반 국민 소비자들에게 더 큰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만든 제도이긴 하지만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도가 하나 있다. 대도시 주변에 그린벨트 지역을 만들어 개발제한구역으로 자연환경을 보호한 것이다. 당장의 개발이익보다는 그린벨트 지역을 두는 것이 후세를 위해서나 몇십 년을 앞두고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이다.
규제완화 좋아하다 망한 동네슈퍼와 재래시장
김영삼정부 시절 OECD 가입을 위해 유통시장을 개방하면서 대기업의 유통시장 진출을 허용한 것이 당시에는 대표적인 규제완화였다. 세계적인 유통회사인 월마트가 국내에 진출하고 국내 재벌기업인 신세계가 대형할인마트인 이마트를 통해 대형할인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 시기이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편의점 형태로 삼성의 방계그룹인 보광그룹의 훼미리마트, LG그룹의 방계그룹인 GS 24시,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이 동네 구멍가게 슈퍼마켓 시장에 진출하여 이제 동네 구멍가게는 씨가 말라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서민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국내소비가 줄어서가 아니라 이들 대기업들이 중소유통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중소도시에 이마트 하나가 출점을 하면 중소 영세상인들의 자영업이 대략 300-400개 이상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래도 이명박 정부가 줄기차게 외치는 규제완화를 지지할 것인가?
지역경제가 초토화되고 서민경제가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규제완화로 대기업의 유통시장 진출을 허용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물론 IMF 이후 자영업 숫자가 급증한 것도 한 요인은 될 수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그동안 제한을 두었던 대기업의 유통시장 진출을 허용한 규제완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규제완화는 부익부 빈익빈 사회양극화를 더욱 더 심화시킨다.
대기업 자본인 훼미리마트와 세븐일레븐에선 김밥, 어묵까지 팔고 있다. 자본의 욕망은 끝이 없다. 대자본의 욕망은 가난한 자의 손에 있는 한 줌의 밥 덩어리까지 욕심을 내는 것이 이치이다.
자본의 제어되지 않는 욕망은 파멸을 부른다. 이렇게 대자본의 욕망을 규제완화라는 허울로 풀어주기 시작하면 일반 서민의 경제생활은 더욱더 악화되고 파멸에 이르게 된다. 일반 국민, 일반 서민이 모두 경제적 파탄에 이르게 되면 도대체 대기업 대자본을 누굴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말인가?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는 일반 국민이나 서민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혁명이다. 그래서 국가권력이 개입하여 일반 국민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뒷받침 해주기 위해 만든 것이 공산주의 방식인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같은 제도적 장치이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같은 것도 비용으로 보일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 산재보험, 고용보험 같은 것도 기업입장에서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4대보험은 일반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위해서 그리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합의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는 최소한의 교통법규 같은 것이다.
교통법규는 원활한 교통흐름과 사고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사항이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사회적 합의가 법규화된 것이다. 그리고 법규화된 규제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다.
물론 각종 규제 중에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것과 국가기관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도 있지만 대개는 그 법률을 만들 때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교통흐름에 지장을 준다고 해서 신호등을 없애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대자본 프랜들리 기업을 내세우는 정권은 이 최소한의 신호등까지 없애자고 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나 재벌 지배구조 개선 같은 것은 제어되지 않는 자본의 욕망을 아무런 부끄럼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에버랜드 창고에 비자금으로 조성한 그림을 수조 원어치를 쌓아놓고도 자본의 욕망은 제어되지 않고 가난한 자의 손에 든 빵까지 갈취하려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감세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1%도 안 되는데 이를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이 이명박정권의 실체이다. 세금이 많아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발상이다. 비자금으로 수십억짜리 그림 살 돈은 있어도 경제발전을 위한 투자할 돈이 없다는 것이 자본의 현실이다.
규제완화 좋아하지 마라. 규제완화는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