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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유연한 진보세력의 티핑 포인트 1
저는 촛불을 들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유시민 낙선 이후 지금까지 헤매고 있습니다. 한 달 정도, 눈팅만 했습니다.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렇다고 제가 시민광장에 이름표를 단 것도 아니니 부담 없이 그냥 틈틈이 시간 날 때 눈팅하면서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5월 초쯤부터는 먼가, 제 생각의 한 자락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스럽게도 그 실마리가 이명박의 미친 소가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제목의 티핑 포인트가 바로 그런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더 놀랍기도 합니다.
지난 달 초일 겁니다, 우연히 총선이 끝나고 책꽂이를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눕혀져 있는 책이 있길래 세우면서 봤는데 제목이 <티핑 포인트> -저자 : 말콤 글래드웰- 였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하필 총선 후 그 책을 보게 되었는지. 지금도 신기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티핑 포인트>의 발생 원인을 다양한 근거를 가지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매우 재미있는 것은 이 균형이 깨지는 순간, 즉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순간이 아주 우연스러운 동기와 아주 사소한 이유에서 발생한다는 겁니다.
자세한 얘긴 계속 되어지는 글을 통해서 풀어가기로 하겠습니다. 아마도 마케팅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책과 '티핑 포인트'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머 전 그쪽 전문가가 아니라서 깊이 들어갈 능력은 못됩니다.
다만 '티핑 포인트'가 이글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이 글을 겁도 없이 밀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두는 것는 것은 그 책 저자의 아이디어를 많이 차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눈팅하면서 티핑 포인트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의 편린을 머리 속에서만 주섬주섬 잇기도 하고 짜르기도 했지 실제 키보드를 두드려서 저장해 놓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실시간으로 적다 보면 한 번에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길어지면 여러 번 나누어서 본의 아니게 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머, 어느 쪽이 되던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그리 만만한 세상은 아닐 겁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일단 길을 떠납니다. 언제인가 마이클럽에서 이런 문구의 티를 제작해서 판매합디다.
나는 찍지 않았"읍"니다.
참으로 유쾌 발랄한 IT 강국의 네티즌다운 발상입니다. 그런데 이 유쾌 상쾌한 풍자적 문장이 최근엔 풍자를 넘어 분노의 물결로 변해 인터넷을 뒤덮고 있습니다. 시작은 광우병이었는데 여기에 충분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미국 소를 수입하겠다는 이명박의 선언이 기름의 역할을 했습니다.
촛불을 든 대다수가 여중생과 여고생들이라는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10대와 20대가 다수이며 그들의 집회 또한 이전 386의 정치적 집회는 아주 많이 다르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정치단체의 외침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촛불 든 학생들을 보면서 정치권은 주둥이가 백 개라도 그 주둥이를 다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100만의 서명운동을 받아내고 그들이 촛불을 들 때까지 국민의 권리와 주권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여야의 모든 정치인들도 이명박과 같은 공범자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쁜 국민들이 왜 허구한 날 촛불을 들어야 합니까? 국민의 세금으로 수백억씩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술 처먹고 술주정에 성희롱에 온갖 추태는 다 부리면서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갑디다. 이게 정치인가요?
그놈의 민노당도 말은 졸라 민중, 서민 노랠 하면서 하는 꼬라지는 기존 기성정치인과 다를 게 하나 없습니다. 이러니 어린 중고생들도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얼마나 한심하고 믿을 수 없으면 정치판을 향해 야유를 보내겠습니까.
저는 솔직히 촛불을 든 그곳에서 정치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마이크를 잡으려는 사람이 있었다니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 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얼마나 어이가 없으면 중고생들이 촛불을 들고 나섰겠습니까? 이렇게 하니 겨우 정치권에서 부랴부랴 대책들을 내놓는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열기를 시민의 자기 권리 찾기라고 봅니다. 국민의 건강을, 먹거리를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데 정부를 믿을 수 없어 스스로 개인이 지키겠다고 나선 겁니다. 익명의 개인이 넷을 통해 자연스럽게 네트웍을 형성하여 그 힘을 오프로 연결시킨 겁니다.
개인으로서 거대한 정부를 상대할 수는 없지만 개인이 모이면 정부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입니다. 네티즌은 지난 효순, 미선이를 위한 촛불과 노무현 탄핵 반대 운동으로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지켜내고 자신의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주장할 수 있는 게 효율적인지, 이명박식 버전으로 하자면 실용적인지를 학습한 것입니다.
그런데 학습은 안타깝게도 여기에서 멈추어 버렸습니다. 딱 여기까지, 온에서의 열기를 오프로 이끌어 촛불을 드는 것까지는 학습되어 그 경험으로 촛불을 들었지만 그 다음 구체적으로 자신들의 주장과 권리를 어떻게 실현시키는지에 대해서는 학습되어진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촛불을 든 다음, 그 다음은? 없습니다. 정치권에 이용당하거나 조중동의 물타기식 배후설로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민광장의 신중한 태도는 매우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봅니다.
특정 정치세력의 배후설 운운하는 조중동이 겁나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네티즌들이 시작하고 이끌어 낸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것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과 방식에 대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네티즌들은 어떤 이슈를 통해 네트웍을 만드는 힘은 아주 강하지만 그것이 오프로 나오면 약간의 충격에도 중심을 잃어버리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티즌들이 그 네트웍의 힘으로 어떤 정치 결사체나 단체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항상 사안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서 압력을 가하는 것을 반복해야만 하는가. 그 외의 방법은 없는가? 이것이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할 문제, 무거운 숙제입니다.
항상 사안마다 정책과정에서 여론의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그것을 정책입안 과정에 반영하는 시스템, 또는 정당이 있었다면 이 촛불의 열기는 그 정당, 그 시스템으로 달려갔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담아낼 정당, 그릇이 없기에 매번 국민들이 촛불을 드는 겁니다.
최소한 정부정책의 입안과정에 여론을 수렴하는 국민참여 시스템은 커녕 어린 학생들이 건강할 권리를 위해 평화적 권리 찾기의 촛불문화제까지도 불법으로 엄단하겠다는 이~놈의 정부입니다.
결국, 우린 화염병을 들고 각목을 들고서야 그리고 최근에는 촛불을 들고서야 시민의 권리, 개인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세월동안 학습해온 것 외에는 매뉴얼이 전무합니다. 단 한 번도 시스템에 의해 개인의 권리를 개진하고 그것을 정책입안 과정과 집행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없기에 그에 대한 메뉴얼도 경험도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니 허구한 날 정부는 정부대로 삽질하고 여야정당들은 지들끼리 삽질하고 국민들은 허구한 날 삽질한 것 뒷처리 한다고 생업보다 학업보다 삽질하는 횟수만큼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촛불을 들어야 할지 걱정입니다.
언제까지 허구한 날 촛불을 들어야 합니까? 이제 저는 더 이상 촛불을 들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촛불을 들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그런 나라,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까? 그런 나라, 그런 세상을 만들려고 우리가 여기에 모여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여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들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고 그 참여의 열정을 받아내는 그릇이 왜 사무치게 필요한지 그 이유가 촛불을 든 고사리 같은 손들을 보면서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럼 이제 우리가, 그리고 시민광장이 진보세력들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 더 명확해지지 않습니까?
사족.
여기서 멈추어야겠습니다. 쉼 없이 머리 속 생각을 적다 보니 아주 길어진 것 같습니다. 결국 시리즈로 가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세상입니다. 길어도 시간 날 때 찬찬히 보시고 좋은 의견과 댓글을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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