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꽃다발
노혜경
들쭉날쭉한 것들에 대해 명상하라
우울한 저녁 지는 해를 바라볼 때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
긴 웃음이 잦아들며 침묵으로 변하는 순간
노란 꽃 옆에 빨간 꽃 옆에 보라색 꽃 옆에
하얀 꽃 옆에 큰 꽃 옆에 새끼손톱 옆에
머리 헝클어진 미친년 같은 꽃다발
반쯤 말라 반쯤 시들어
쓰레기통을 가득 채운 꽃다발
아무 데나 껴안고 다닌 낡은 가방 같은 꽃다발
넌,
알고 있지?
얼룩진 것들에 관하여
없었으면 싶은 친구에 관하여
못생긴 손톱에 관하여
특별히 못생긴 손톱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건네지 못하고
결국 내 방 창문턱에 먼지 뒤집어쓰고 앉은 꽃다발
시들어 갈수록 고와지더니
마침내 향기로 들어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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