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BS 채널은 이제 '동물의 세계'만 본다.

순수한 남자 2008. 11. 21. 22:54

KBS 채널은 이제 '동물의 세계'만 본다.
번호 180294  글쓴이 이기명 (kmlee)  조회 1149  누리 438 (438/0)  등록일 2008-11-21 17:30 대문 16 추천


KBS 채널은 이제 '동물의 세계'만 본다.
 - 돈 내고 정신건강 해치니 시청할 이유 없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11-21)


'천상에 띄우는 편지'를 다시 시작하며

데일리서프라이즈에 110회로 중단했던 글을 다시 쓴다. 왜일까. 요즘 언론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이유야 다 아니까 설명하지 않겠다. 죽은 친구가 새삼 그립다. 평생을 언론을 위해 바르게 산 친구다. 친구에게 할 말이 참 많다. 그게 편지를 쓰는 이유다.


다시 편지를 쓰자니 새삼스럽게 자네의 모습이 떠오르네. 도무지 세상이 상식적으로 돌아가질 않고 특히 일부 언론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정도로 상궤를 벗어났네. 눈 질끈 감고 모른 척 살면 편하게 살 수 있을까. 그게 안 되네. 다시 자네에게 편지를 쓰는 내 마음 헤아려 주게나.

며칠 동안 속이 상했네. KBS '시사 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가 사라지고 대신 '시사 360'과 '미디어 오늘'이라는 게 생긴다고 했기 때문이지. 절대로 없앨 수 없다는 PD들의 반발은 꼭 없애야 한다는 KBS 높은 분들의 불퇴전의 의지로 숨통이 끊어졌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고 했던가.

국민들이 KBS를 아낀 이유가 뭘까. 왜 KBS가 신뢰받는 방송 1위로 평가되었을까. 설명하는 것이 구차하겠지. 공정하기 때문이네. 자기한테 유리하면 좋아하고 불리하면 미워하는 것이 인간이라 하더라도 객관적 평가라는 여론조사가 인정을 하면 맞는 게 아니겠나. 조중동이 많이 찍어 낸다고 큰소리쳐도 공정성과 신뢰성에서는 저 아래로 쳐지는 것도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라는 의미네.

'시사 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는 꼭 봤네. 조중동이 아무리 떠들어 대도 '시 투'와 '미 포'를 보면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때문에 지금 논란이 뜨거운 게 아니겠나.

'시 투'가 없어진 후 새로 시작된 '시사 360'을 두 번 봤네. 와글와글 끓더군. '혹시나'는 '역시나'였네. 역시 공정성 문제네. 예감이 적중하면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아주 안 좋은 때도 있지. '시사 360'을 보고 난 다음에 기분은 꼭 쥐 똥 씹은 것이었네.

어떻게 저처럼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왜곡의 극치네. 내가 이러고 저러고 하는 것보다 세간의 여론을 말하는 것이 낫겠지. 작심을 하고 왜곡을 했다는 것이네. 시청자들이 가장 문제로 삼는 것은 '미네르바'와 관련된 부분이지.

경제 대통령이란 말까지 듣는 '미네르바'라는 네티즌은 정부의 눈으로 보면 가시 같은 존재겠지. 정부의 백 마디보다 '미네르바'의 한마디를 더 믿었으니까. 믿을 만 했거든. 그의 경제전망은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했네. 오죽하면 강만수와 바꾸라는 말이 무성했겠나.

'시사 360'이 밟더군. '미네르바'가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을 더욱 조장시켜 우리 경제가 치명적 손실을 볼 수 있다고도 하고 자해에 가까운 분석이라고도 했네. 안순권이란 경제전문가의 말이네.

어두운 공간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중년의 남자. 분위기는 으스스하고 음모나 꾸미고 괴담을 퍼트리는 불순분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영상이네. 김경란 앵커는 익명의 허울 뒤에 숨어 괴담을 유포시키는 듯 맺음말을 함으로서 '미네르바'를 마치 '괴담 유포자'처럼 느껴지게 하더군.

이에 대해 이번 방송을 제작한 아무개 PD는 "아이템은 선배가 제안해 채택된 것이지만 정권을 대변하려는 의도로 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네. 담당 PD에게 물어보겠네. 방송 보면서 아무것도 못 느꼈나. 나도 방송을 제작해 봤지만 방송의 공정성은 만드는 PD가 제일 잘 아는 것이 아니겠나. 자네도 자신이 쓴 기사는 자네가 제일 잘 알았지.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선배의 제안이라 해도 제대로 만들어야지. FRB(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IMF는 구별을 해야지 않겠나. '미네르바'도 FRB 통화교환(스와프)을 IMF 스와프로 왜곡한 것은 보기 껄끄러웠다고 했는데 '시사 360' PD의 수준을 뭐로 봤겠나.

방송 후 <시사 360> 홈페이지 게시판엔 하루 만에 무려 1,180여 건의 글이 올랐다네.

"역시 권력의 개가 된 KBS군요."
"실망스런 KBS"
"신뢰가 안 가니 김경란이 필요했나?"
"생방송 삽질 360일"
"미네르바님이 무슨 범죄자야? PD님아?"
"첫 방부터 티를 너무 내신 듯…"
"역겹다."
"시대가 퇴보하는 느낌이다."
"수신료 거부운동을 하자"
"KBS시청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
"시청자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본다."
"관영방송 KBS의 국정홍보프로그램의 출범을 축하드립니다"

이 같은 부정적 비판을 보면서 KBS 구성원들은 참담했겠지. 그렇지 않은데 왜 저러나 하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도 이건 아니었네. KBS 간부들이 국민들은 틀어주면 틀어 주는 대로 방송을 믿고 보는 줄 알겠지만 잘못 생각했네. 자기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문근영에 대한 '색깔론'을 다룬 부분은 다음에 얘길 하겠지만 도대체 온전한 정신 가진 사람이 어떻게 지만원의 생각을 정상적이라 보겠나. 왜 KBS가 그 인간과 함께 침몰을 해야 된단 말인가.

이제 KBS채널은 애물단지네. MBC와 YTN으로 채널을 돌리다가 KBS가 나오면 난감하네. 다행히 '동물의 세계'가 나오면 그냥 놔두지. 동물의 세계에서는 왜곡이 없더군. 아무리 왜곡의 달인이라 해도 지렁이를 구렁이라고 할 수 없고 도마뱀을 악어라고는 못할 것이 아닌가. 살쾡이를 표범이라 못할 것이고 침팬지를 인간이라고 못하겠지.

동물들이 순수하네.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동물의 세계'를 즐겨 보도록 하겠네. 이렇게 한심하게 됐다네.

 

ⓒ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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