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강부자 고소영'이 대한민국을 사수할 것이다.
- 목숨보다 더 귀한 재산, 목숨 던져 지켜야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11-26)
임진왜란 당시 부산 동래를 점령한 왜군들이 양민을 학살한 생생한 증거들을 보니 숨이 막히네. 과학적 분석 결과 왜군은 여인들과 어린애들까지 무차별 학살을 했더군. 나라가 망하면 죄 없이 당하는 것은 국민들뿐이네.
우린 역사에서 행주산성을 배웠네. 역시 임진왜란 때 행주에서 2,800명의 조선군사가 왜병 3만 명을 상대로 승리를 했고 이 때 부녀자들이 치마에 돌을 날라 후세 행주치마의 유래를 만들었다고도 하지.
우리가 초등학교 때 국군이 창설됐지. 장교들이 가죽 장화 신고 말채찍 들고 다니는 것이 참 멋지게 보였네. 꼬마들은 군가도 따라 불렀지. '충성가'에는 이런 구절도 있었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
아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가짜 고혈압, 심장병, 자신의 몸을 훼손하면서까지 군대를 기피한 대단히 귀하신 분들이 계신 데 하필이면 왜 그렇게 귀하신 분들 중에 병역미필자가 많으냐고 물으면 나름대로 이유야 대겠지만 이런 분들이 '초개'같이 목숨을 버린 민초들 생각을 털끝만치나 할는지.
6·25 전쟁 전 38선 인근 전투에서 육탄 10 용사가 조국을 위해 전사했네. 온 겨레가 숭앙해야 할 군신들이지.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희생인가. 병역 기피자는 빼고 말이네.
왜 뜬금없이 임진왜란이 등장하고 행주치마가 나오는지, 왜 초개같이 목숨을 버리는 군가 얘기가 나오는지 이상한가. 며칠 전에 하도 기막힌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라네.
그 친구들 한 잔 했더군. 얼큰해졌어. 경제가 어떻고 증권이 어떻고 코스피와 코스닥과 '미네르바'를 말하고 이명박과 강문수와 오바마의 힐러리의 국무장관 임명까지도 거론하며 그야말로 전문 가 뺨치는 실력이더군. 문제는 결론이었지.
"사고 터지기 전에 달러 사 모아야지. 달러 가지고 있어야 돼. 외국으로 도망가도 달러가 있어야 살지."
6·25 전쟁 중에 미국으로 도망친 분들 많이 있었네. 돈 있고 빽 있고 내 목숨 소중해 외국으로 피난 갔는데 왜 시비냐면 뭐라고 하지. 할 말 없네. 그러나 일선에서 총 맞고 '빽' 하며 숨졌다는 말은 전설만 아니라네.
서구사회에서 귀족은 귀한 대우를 받지. 대우를 받는 만큼 귀감을 보이네. 제1차 세계 대전 후 독일에서 '전몰장병의 수기'가 발간됐지. 혹한의 '레닌그라드 전선'에서 독일귀족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기록되어 있었네.
"어머니. 너무 춥습니다. 살이 얼어 옵니다. 어머님의 품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귀족의 명예가 있습니다. 내가 받는 대우만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제가 '레닌그라드' 전선에서 죽는 것은 명예를 지키고 의무를 다한 자랑스러운 아들의 죽음입니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의식은 소름끼치도록 무섭네.
'앤드류' 영국 왕자의 포클랜드 참전, 케네디 대통령은 신체검사에서 떨어졌지만 해군으로 참전했지. 그의 형은 조종사로 전사했네.
벤프리트 장군의 아들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평양 상공에서 실종됐고 신태영 국방장관의 아들도 동두천 전선에서 전사했다네. 모택동의 아들도 한국전선에서 전사했으며 신라시대 관창도 전쟁에서 죽었고 반굴도 전장에서 죽었네.
'오블리스 노블리제'는 고귀한 신분에 따른 윤리적 의무라고 하던가.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회의원 장관들이 모두 해당되겠지. 우리는 어떤가. 17대 국회의원의 299명 중 군대 안 간 사람이 63명이고 18대에서는 47명이라는군. 물론 몸이 변변히 못 해 그렇겠지만 국민들이 믿어 줄는지. 하도 이분들이 거짓말은 잘해서 말이네.
죄진 값으로 거액의 재산을 사회에 내 놓겠다던 대단히 고귀한 재벌총수들의 중증건망증은 '오블리스 노블리제'가 무슨 말인지 까먹은 모양이네. 이들을 치유불능의 불치병 환자로 취급하면 혹시 백성들 맘이 편할까. 그들이 국민의 기억도 자기들 건망증 같은 줄 아는 모양이네만 천만에. 왜냐면 그들의 소행은 착한 국민들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파렴치하니까.
지구 상에서 한반도는 늘 불씨네. 자칫 바람이라도 잘못 불면 확 하고 타오를 수가 있지. 애들 싸움도 하찮은 일로 시작되고 전쟁도 마찬가지네만 결과는 참혹하지. 자네나 나나 6.25를 직접 겪지 않았나. 지금 국회의원이나 남북관계 강경파들이 전쟁을 알기나 하는지, 동족 간의 죽이고 죽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안다면 함부로 말을 못하네.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모든 것이 끝이네. 세계 경제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리라는 예상은 고사하고 대한민국이 망가져 버리네. 아니라고 할 것인가. 1년 전만 해도 전쟁의 공포만은 몰랐지. 그런데 왜 이 지경인가. 요즘 불안하다네.
경제는 세계 속에서 독불장군이 없겠지만 적어도 이 땅의 평화만은 우리 민족끼리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지 않았나. MB 정권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던 시절에 적어도 국민들은 전쟁 공포에는 떨지 않고 살았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입주. 남북왕래 등 그래도 통일이라는 희망을 간직한 채 살지 않았겠나. 그러던 우리가 왜 이제 남북관계에서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지내야 한단 말인가. 세계 경제대국의 꿈도 남북통일의 꿈도 모두 접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것 같네.
남북 간 첨예한 진장의 원인이 된 금강산 관광객 사망사건도 꼭 이렇게까지 악화되어야 했을까. 사건 발생 직후 서로 "미안하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 서로 조심하고 각별히 신경을 쓰자" 이렇게 서로 한 발자국씩 물러나 포용했으면 지금 같은 남북 간의 긴장악화는 오지 않았겠지.
머리 좋은 정부 관리들이 잘 연구 했겠지만 연구 결과가 이것이라면 그 사람들 머리 국민들이 믿지 못하네. 비핵 3000이니 개성공단이 어쩌고 하면서 마치 시혜나 베푸는 것처럼 하다가 북에서 딱 버티니 속으로 끙끙 앓는 모습, 국민이 보기에 안쓰럽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북특사를 보내 북미관계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인데 MB는 여전히 강경 일변도네. 그는 '자기는 결코 강경파가 아니다'라고 우기지만 더 이상 어떻게 더 강경파가 된단 말인가. '기다리는 전략'을 구사하니까 강경파가 아니라는 것인가.
북에서 예고한 12월 1일, 만의 하나 남북 간에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면 어쩔 것인지 불안하네. 개성공단 기업의 89%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중소기업들이 턱턱 쓰러지고 달러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젊은이들 일자리가 없어 백수가 되고 자랑하던 무역은 주저앉았네.
그래도 MB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이 4%는 될 거라고 큰 소리 치는데 외국의 경제전문가들과 기관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견하니 7% 고성장을 장담하던 MB가 4%로 하향조정을 한 근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맞으면 다행이지. 문제는 신뢰네. MB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요즘도 있나. 조중동도 들을 돌리다더군.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대통령이 했으니 믿어야 착한 백성이겠지만 그게 안 되니 비극이 아닌가. 신뢰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믿음이 쌓여서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네. 갈팡질팡 이랬다저랬다 도무지 어지러워 견딜 수 없는 정부의 정책을 믿지 않는다고 나무란다면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는가.
MB 정부가 출범을 하면서부터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해괴한 말들이 나돌고 이제는 이게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네. 그냥 픽 웃어버리고 끝날 문제라면 얼마나 속 편하겠나.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지.
종부세 위헌판결은 2%를 위한 판결이라고들 하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위헌판결을 내린 재판관님들이 종부세 해당자라서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양인데 그럼 못쓰네. 헌재 재판관님들이 얼마나 화가 나시고 야속하시겠나.
평생을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살아오셨고 행정수도 이전 판결에는 저 위대한 관습법까지 끌어낸 분들인데 이분들에게 무례를 범하면 불경죄지. 국민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니 국민들 교육 좀 받아야 하네.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길 행주산성에서 부녀자들까지 조국을 위해 치마에 돌을 날라 왜적을 물리쳤다고 했네. 대단한 애국심이야. 헌데 어느 삐딱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네.
부녀자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장군이 명령을 하니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네. 강제라는 거야. 전쟁 통에 인력이 모자라 여자 힘이라도 빌리고 싶은 게 장군의 생각이고 그래서 부녀자가 동원됐다는 것이지. 역사 왜곡인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우리 여성들에게 몸빼 입혀서 강제동원 했네. 6·25 때는 길거리에서 의용군 뽑아 갔고 우리 국군도 농민들을 지게로 포탄 져 나르는 '지게부대'로 강제로 끌고 갔네.
만약에 말일세. 만약이네.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국민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설까. '아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하면서 전쟁터로 달려갈까. 여론조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대학생들한테 물어봤더니 날 빤히 쳐다보더군. 눈빛이 심상치 않았네.
그러나 난 자신이 있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도망을 쳐도 적어도 국민의 2%만은 목숨을 바쳐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이라고. 그들이 누굴까.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강부자 고소영'이라고 굳게 믿네. 대한민국의 지극한 배려가 없었다면 어떻게 2%라는 특수층으로 안락하게 살 수 있었겠나.
더구나 이들은 가진 재산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밖에 되지 않는 종부세를 안 내기 위해 결사적(?)인 항쟁을 벌리지 않았겠나. 나라가 망하면 종부세고 고급 아파트고 투기로 마련한 땅이고 모두 사라지는 데 이들이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지킬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나.
그들이 '오블리스 노블리제' 같은 품위 있는 단어를 알 리도 만무지만 그저 단세포적인 유치한 사고로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만은 목숨을 바쳐 싸우리라고 생각하네. 그들에게 재산 이외에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나.
지금 MB 정부는 조롱의 대상이네. 내 경험으로는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가 이렇게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본 적이 없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냥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는 것이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국민들이 얼마나 웃었을까. 집안의 대들보가 내려앉는데 어느 세월에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내년에 IMF가 온다고 걱정들인데 속 편하게 '기다림의 전략'을 구사한다면 국민들은 이 정부를 '배짱 있는 정부'라고 칭찬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한심한 정부'라고 또 조롱을 할 것인가 궁금하군.
그러나 한 가지만은 믿어보세. 나라에 무슨 일이 나도 '강부자 고소영'을 비롯한 2%의 특수층만은 목숨보다 더 귀한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생명 다하도록' 대한민국을 사수할 것이라는 믿음 말일세.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지.
ⓒ 이기명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