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순수한 남자 2008. 12. 24. 19:12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번호 188413  글쓴이 이기명 (kmlee)  조회 422  누리 285 (285/0)  등록일 2008-12-24 17:43 대문 23 추천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저렇게 우는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12-24)


'우리나라 대한나라 독립을 위해
여든 평생 한결같이 몸바쳐 오신

고마우신 리 대통령 우리 대통령
그 이름 기리 기리 빛나오리다.'

이승만 대통령 찬가라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독재자일세. 해외에서 한 평생 독립운동을 했다고 해도 그는 독재자네. 독재자란 오명이 애국자의 명예를 지워 버렸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아무리 국민의 단결을 외쳤어도 그는 독재자요 분열주의자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이 노래를 잘도 불렀지.

'이렇게 고마우신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이 터졌을 때 자신은 일찌감치 대전으로 줄행랑을 쳤고 서울시민에겐 안심하고 있으라는 녹음방송을 잘도 틀어댔지. 그 말 믿고 피난 안 갔다가 죽은 국민들 엄청 많다네.

'고마우신 국부 이승만 대통령'은 종신 대통령을 하기 위해 사사오입 개헌을 하고 부정선거는 밥 먹듯이 했네. 정적을 박해하고 조봉암은 사형을 당했네.

'여든 평생 한결같이 몸바쳐 오신 이승만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쫓겨나 하와이에서 객사했네. 독재자의 말로지.

이승만의 독재를 종식시킨 4.19 혁명이지만 지금은 그냥 데모 정도로 깎아내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네. 논란이 일자 교과부 장관이 사과를 했다던가. 그런 짓을 왜 하나. 참 할 일도 없는 사람들이야.

4.19혁명 덕분에 민주주의가 찾아왔지. 부정선거 없이 민주정부가 탄생했는데 박정희라는 육군소장이 쿠데타를 일으켜 엎어 버렸어. 중요공약을 한 번 볼까.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고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한 다음 양심적인 정치인에게 정권을 이양한다.

다른 공약도 있지만 무슨 의미가 있나.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가 아닌가. 실패했으면 총살감이지. 성공하면 왕이고 실패하면 역적이란 말이 맞네. 박정희 역시 독재자로 진면목을 원도 없이 한도 과시했고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었어.

유신헌법이라는 거 자네도 기억하지. 비상조치법도 잘 알고. 벙어리로 살았네. 청렴을 내세우던 군사독재는 4대 의혹으로 불리는 부정부패로 자기 배를 불리는데 애 많이 썼다네.

군 본연의 임무로 복귀한다던 공약을 완전히 사기였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지금은 국정원이지만 중앙정보부라고 김종필이 만들었는데 정치 감시기구였고 참 무서웠어. 언론사에 상주하던 중정의 조정관은 언론사 사장도 저리가라였지. 기자고 PD고 찍소리 못했네. 그들 눈에 들려고 아양 떨던 언론사 간부들 지금 국회의원 많이 있어.

한마디로 '독재의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박정희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지. 그 얘기는 자세히 할 것 없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은 독재자의 말로는 반드시 비극으로 끝난다는 사실이네.

박정희 사망 후 다시 민주주의가 찾아온 줄 알았네. 그러나 우리의 민주주의는 왜 이다지도 팔자가 기구한가. 육군소장과 쿠데타가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이번에는 전두환이네. 12.12쿠데타. 5.18 광주 대학살. 그 후 다시 전두환의 독재. 민주주의는 숨도 못 쉬었지. 그렇게 우리의 민주주의는 기구한 운명의 길을 걸어왔네.

노태우 김영삼은 빼 버리세. 지금 한나라당이 외쳐대는 '잃어버린 10년'의 김대중 노무현 시대가 우리에게는 공포 없는 시대였네. 어느 정권이든 공과야 있겠지만 적어도 전쟁의 공포는 없었고 감시의 공포도 없었고 강부자 고소영을 위한 2%의 정치도 없었네.

이제 질풍노도와 같은 이명박의 시대네. 어렸을 때 경마장 구경을 갔는데 말들이 앞만 보고 달리도록 눈 옆을 가리개로 가렸어. 달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지 말라는 얘기지. 멧돼지가 달려들면 절벽까지 유인해서 살짝 몸을 피한다든가. 그럼 제동력을 상실한 멧돼지는 절벽 밑으로 떨어진다고 하네. 본 적도 없고 경험도 없지만 일리가 있네. 마치 독재자의 운명 같군.

독재시대의 국민은 입을 닫는다네. 박정희 때 정부 욕 한마디 했다가 목이 잘린 KBS 엔지니어의 사례는 유신독재의 전설로 방송사에 남아 있지. 말을 못 하면 국민이 속병 들고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가 된다네. 말 못하고 죽은 귀신은 땅에 묻히지도 못한다지 않던가.

'미디어 악법'이라는 것이 뭔가. 여기서 논리로 따질 것도 없네. 말 잘하는 인간들은 사람 패 죽여 놓고도 그럴 듯하게 논리를 세우지 않던가. 그런 법을 왜 만들려고 하는지 진짜 속셈이 중요한 데 모르겠나. 알겠지.

왜 재벌에게 방송을 허용하겠다는 것인가. 왜 조중동에게 방송을 주겠다고 하는가. 사이버 입법이라는 것은 또 뭔가. 왜 마스크만 해도 잡아간다는 것인가. 인터넷 댓글도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으로 처벌을 가능하다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나치시대에 이런 법이 있었던가.

요즘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민주주의 압살'이니 '야만의 시대로의 회귀' '역사를 이삼십 년 전으로 돌려놨다.'고들 하지만 가장 비참한 것은 남대문이 불타 무너지듯 이 땅에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사실이네.

군사독재 시절에 자행하던 고문만 제외하고는 모든 비민주적 작태가 그대로 살아나는 느낌은 받는 것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죄빨'만의 생각일까.

4대 강에다 실업자들을 쓸어 넣어 삽질 곡괭이질을 하면 실업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믿는가. 14조 원의 돈은 누구 손에 들어가는가. 홍수가 강에서 많이 발생하는가. 소하천에서 많이 나는가. 중소기업이 떼죽음을 당하는데 경제가 재벌기업만으로 지탱되는가. 미분양 아파트는 겹겹이 쌓이는데 집 없는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네.

무엇 보다고 두려운 것은 국민들의 생각이네. MB 정부가 강부자 고소영과 2%를 위한 정부라는 인식을 국민이 바꾸지 않는 한 정부정책은 실패하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책이 어떻게 성공한단 말인가.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제도라고 배웠지. 교과서에 그렇게 되어 있고 선생들도 그렇게 가르쳤네. 그럼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 된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왜 대답이 없지. 아니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한국은 민주국가가 아니지.

7대 악법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법이네. 그러니까 이따위 법이 존재하면 민주국가가 아니지. 이런 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무너진다는 것일세. 7대 악법의 통과 여부를 국민과 함께 눈 크게 뜨고 지켜보세.

오늘의 미디어는 인간의 정신까지 지배하지. 세뇌라는 것이 무엇인가. 백을 흑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네. 방송과 신문을 장악하고 끊임없이 국민을 세뇌하면 정권은 영원히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이 누굴까. 언론을 장악하는 법을 만들려는 자들이겠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여론이 지금 야당보다 많이 나온다 해도 그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한나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강부자 고소영과 2%를 위한 정책이 정권이 바뀌면 남가일몽이 된다는 사실을 누가 제일 잘 알겠나. 한나라당과 MB네.

무슨 일이 있어도 영구집권을 해야겠다는 집념은 재벌이나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이나 똑같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겠다는 의지와 행동이 삼각동맹을 맺게 한 것이지.

가히 혈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죽어도 못 고치는 병이 하나 있네. '국민무시병'이지. '국민은 밟으면 끽소리도 못하고 조용해진다.'라는 어리석은 믿음. 그러다가 대통령이 4.19로 쫓겨나 객사를 했고 시해를 당했고 교도소 신세도 졌네. 비극을 생생하게 목격하고도 교훈으로 삼지 못한다면 그게 바로 어리석음의 극치가 아니겠나.

국민의 힘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인내의 한계를 넘으면 그땐 아무리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다네. 우습게 보다가 혼나지. 처음에는 무력하게 보이지. 얻어터져 피가 나도 그저 '날 잡아 잡수' 고분고분하지만 임계점에 도달하면 터지네.

민주주의는 소통의 정치라고 하지.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향 통행을 말하네. 일방통행은 독재네. 국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가. 4대 강을 파헤치고 7대 악법을 통과시키고 다시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대의 악몽을 되살리는 정치를 어느 국민이 소통의 정치라고 하겠나.

'내가 하는 일에는 토를 달지 말고 따라와!' 한마디로 모든 게 종결되는 정치라면 국회는 왜 필요하고 정당은 왜 필요하며 민주주의는 왜 필요한가.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사회는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네.

요즘 부쩍 언론악법과 관련해 5적이니 7적이니 하는 말들이 나돌고 있네. 을사 5적이니 생각이 나는군.

'언론장악 7대 악법'의 총사령관이라고 부르는 정병국. '7대 악법' 중에 악법인 '방송법 개정안'과 '사이버모욕죄'를 발의한 나경원, 해당 상임위원장으로 재벌과 족벌신문사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고흥길, 설명하기도 창피한 진성호, '입법전쟁'을 입에 올리며 'MB 악법'의 날치기를 지휘하는 홍준표.

바로 이들을 언론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악법을 만드는 주역으로 지목하고 반언론, 반의회, 반민주적 핵심 행동대원으로 규정했네.

오늘의 경제위기를 모르는 국민들이 어디 있겠나.

모진 놈 곁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말이 있지만 미국발 세계경제위기가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실신상태에 이르게 한 것도 부인하지 않네. 그러나 그것만인가. 아니지. 인수위 시절부터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행태는 일일이 꼽을 수도 없네. 계속된 인사난맥은 MB 정권에 앞날을 어둡게 하고 국민의 지지로부터 멀게 했네. 거기다가 강만수가 고환율 정책을 쓴다면서 불과 몇 달 사이에 130억 달러를 날려버리는 재주를 부렸네. 남의 얘기도 들을 것은 들어야지. MB와 쌍벽을 이루는 고집불통 벽창호로 강만수를 지목하는 것도 당연하지. 그러나 문제는 나라가 망가진다는 사실이네.

여론조사를 들지 않더라도 지금 MB 정부에 희망을 거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쌍룡자동차는 직원들 월급을 못 준다네. GM 자동차와 르노삼성도 조업 중단을 한다니 이들 직원들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사람들은 손가락 빨고 산단 말인가.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국민통합이네. 내 맘대로 한다는 똥고집을 접고 국민을 위로해야지. 가락시장 간다고 되나. 목도리 풀러 준다고 되나. 야당은 국회에서 사생결단으로 악법제정을 막는데 막무가내로 '속도전'만 외치면 국민박수 받을까. 국민의 소망을 들어야 하네. 그게 국민통합일세.

MB 정권 탄생에 한몫을 한 이른바 보수 원로 3명이 한마디씩 했는데 들어 보겠나.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안병직)
"진보세력에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인명진)
"햇볕정책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은 민족사적 에러를 범할 수 있다." (김진홍)

바로 MB의 국민통합 노력 부재를 비판한 것이지. 이 말을 어떻게 들을까. 지켜볼 일이네.

여론조사가 아무리 엉터리라 해도 국민이 대운하를 반대하는 것은 틀림이 없고 MB도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몇 번씩 약속을 했는데도 국민은 여전히 믿지를 않고 있네.

이번 4대 강 정비 사업인지 뭔지 한다면서 14조 원을 쏟아 붓겠다는데 이 역시 운하의 위장작업이라고 믿는 국민이 태반이네.

왜 그렇게 MB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야.

MB만 해도 그렇지 특별기자 회견이라도 하면서 절대로 대운하 만들지 않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하고 꼭 운하를 해야 할 사태가 발생하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맹세를 하면 믿지 않겠나. 왜 그걸 못하고 우물우물하는가.

정종택도 방송에 나와서 사회자가 4대 강 정비사업을 하면 대운하는 끝난 것이냐고 물으니 역시 우물우물이야. 왜 딱 불어지게 말을 못하나. 그러니까 국민들이 MB를 못 믿는다는 것이네.

MB가 하겠다는 4대 강 정비 사업은 2006년에 이미 97.3%를 달성한 '하천 정비사업'으로 끝이 난 것이라네. 이걸 다시 하겠다며 14조 원을 쓰겠다는데 이걸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정말 큰일 난 국민이 되네. 이 돈을 교육이나 복지향상을 위해 쓴다면 칭찬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야말로 길을 두고 산으로 가는 MB 정책이네.

그 많던 달러 강만수의 말 한마디로 뭉텅 털어먹고 이제 IMF 환란 걱정하게 생겼네. 외국에서는 한국이 이미 IMF 사태에 돌입했다고 한다는군. 이를 어쩌나. 다 망한 다음에 MB와 강만수한테 책임 물어봐야 죽은 자식 뭐 만지기 아닌가. 그래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겠나.

위기를 알고도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게 진짜 위기네. 97년 외환위기 때는 관민이 바짝 긴장해 선제 대응에 임했네. 지금 환자가 죽어 가는데 의료진은 낙관론만 늘어놓고 긴장이 없네. 정작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악법제정 같은 국민감정만 해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네. 할 짓이 아니지. 지금 외환위기 닥치면 자넨 손주새끼 금반지 들고 나오겠나.

독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자네는 알지. 국민이 뭐라고 하던 내 말만이 지고지선이고 민주주의도 내 말을 따를 때만이 허용된다는 발상은 바로 민주주의를 죽이는 병균이네. 내가 하면 된다는 자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건설사의 CEO를 했다는 자부심이 무한질주와 직결되는 것일까.

MB의 과신과 집착은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나타났네. 747을 띄운다는 공약은 나르지도 못하고 주저앉았지. 자신의 공약이 모두 실패한다 해도 한가지만은 건드리면 안 되네. 그건 민주주의에 대한 원칙이네. 민주주의는 기본은 원칙과 상식이며 화합이며 소통이네. 이 원칙을 파괴하면 이 나라는 다시 독재시대가 오네.

민주주의는 개인의 욕망으로 파괴할 대상이 아니네.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라고 믿네. 개인의 도박은 집안이 망하지만 정부가 도박을 하면 국민이 희생되네. 그것은 정부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흥망성쇠와 직결되는 것이지. 국민들은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네.

법치를 앞세운 공권력 행사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수단일 뿐이지. 통합의 요체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보호, 비정규직 해소, 노사정 대타협, 사교육비 절반 감액과 같은 대선 공약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네.

대신 역사교과서를 직권으로 수정하고 사이버모욕죄라는 전대미문의 악법을 추진하고 방송장악을 기도하며 과거사위원회를 통폐합한다는 움직임 등은 오로지 정권 안보를 위한 정책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하네. 실제상황이네.

성탄절이 왔는데 축복은 어디에 있지. 누구를 위하여 교회의 종은 저렇게 울리고 있지.


2008년 12월 24일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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