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한나라당의 폭주, 역사가 무섭지 않은가 - 방송법 개악 반대 언론 파업. 민주언론 수호 의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12-26)
정치는 정직해야 되겠지. 바른 말과 바른 행동을 원칙으로 해야 되겠지. 거짓말과 거짓 행동이 정치판을 덮어 버린다면 바른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 사기꾼들이 판치는 야바위꾼의 장터가 되지 않을까. 무서운 일이네.
문자 한 번 써 보겠네. 누구나 아는 문자네.
男兒一言重千金(남아일언중천금)이요. 일구이언이부지자(一口二言二父之子)라. 입에 많이 올리는 말이네.
'남자의 말 한마디는 무게가 천금이요. 한 입으로 두 말을 함은 두 애비의 자식'이라.
세상에 이보다 더 고약한 욕도 없을 것 같군. 말은 그렇게 중요한 것일세.
사람이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하고 특히 정치인들은 더욱더 안 되네. 이유는 정치는 나라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고 주인공은 정치인이며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하면 국민이 정치를 믿지 않네.
대통령 선거전에서 나온 그 많은 공약이나 국회의원 선거 때 공약을 흔히들 빌 공자 공약이라고 하네. 국민들도 당연히 거짓말로 인정하지. 정치 불신이 만연하는 건 당연 한 일이 아니겠나.
그럼 이들이 모두 두 애비의 자식이란 말인가. 딱하게 됐네. 종이에 글은 찢으면 그만이지만 한번 입에서 나온 말은 주어 담을 수가 없어. 한 번 말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란 서양 속담도 있지.
왜 느닷없이 이런 욕이 나오는가. 이유는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서 정치가 파국으로 가기 때문이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한나라당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방송법을 개정한다고 결사반대를 하는데 한나라당의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어. 오히려 방송을 장악해서 여론을 독점하고 집권 연장을 획책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네.
방송의 영향력을 무시할 사람 아무도 없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두 번 진 게 방송 때문이라고 아직도 이를 갈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한나라당은 다수당의 힘으로 방송법을 밀어붙이겠다고 작심을 한 모양인데 야당은 의원직을 걸고 결사항전을 공언했네. 그럼 방송법 개정은 처음부터 한나라당이 작심한 법안이었던가. 아니네. 처음에는 반대를 했어.
방송법 개정안을 만든 한나라당 핵심인 정병국 의원과 법안 발의를 한 나경원, 그리고 주무장관인 유인촌 장관의 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네. 말을 바꿨어. 이들이 말을 바꾼 것은 모두 기록에 남아 있고 동영상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네.
그들은 대견하게도 여론의 독과점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했다네. 말을 고대로 옮긴 것이니까 어색해도 그냥 듣게나. 먼저 정병국 의원의 신통한 말을 들어보지.
"자칫 잘못하다가는 언론이 독과점으로 가서는 저는 안 된다고 보거든요. 지상파 자체도 지금 독과점이라고 해서 많은 규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신문과 같이 겸업을 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얼마나 지당하고 똑똑한 말인가. 그럼 나경원 의원은 뭐라고 했을까. MBC 백분 토론에서 신문에다 케이블의 종합편성 채널을 허용하는 것이지 지상파 방송 참여는 아니라고 밝혔네.
"신문도 방송에 진입하게 함으로써, 뭐 방송에 진입한다고 해서 지상파까지 열겠다, 우리가 그런 입장은 아니지만..."
유인촌 역시 한 달 전만 해도 신문이 지상파 방송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 케이블의 종합편성 채널을 갖는 것조차 곤란하다고 말했네.
"여론을 너무 독과점할 우려가 있다, 이런 부분은 아마 충분히 심사숙고를 해야 하구요. 너무 종합편성하는 이런 것들을 다 준다던가, 지상파 방송까지 할 수 있는 이런 것을 준다던가, 이런 것은 좀 곤란하다고 보구요.."
불과 몇 달 사이에 말을 바꾸었네. 이유가 있겠지. 막말로 처녀가 XX을 해도 할 말이 있다고 했는데 잘 난 정치인들이 말 바꾼 이유를 안 만들어 놨겠나. 먼저 정병국 의원의 말부터 들어보세.
"여론 독과점을 유도하거나 전횡을 할 것 아니냐 하는 얘기가 있는데 대기업이 들어온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장악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채널 수가 400개,500개 무한정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12월19일)
IPTV의 출현, 이거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돼 있던 건데 무슨 궁색한 변명인가. 이런 걸 이부지자(二父之子)라고 하면 해당이 안 되나.
정말 국민이 혼란스러워. 말 바꾸기가 고장 난 교통신호 같으니 사고 나기 딱 좋지 않겠나. 해당위원회의 한나라당 의원들도 잘 모른다고 하고 다만 이상득만이 "시대정신이 반영된 법"이라고 했다니 이거 유행하는 형님 법안은 아닌지.
# 마침내 방송사들 파업.
방송사가 파업에 돌입했네. 국회본회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점거를 했네. 여의도는 방송노조원들의 함성으로 뜨겁네. 찬 바람이 몰아치는 영하의 날씨가 야속하군.
1999년 7월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며 방송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이후 9년5개월 만이야. 참다못해, 견디다 못해 파업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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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7대 언론법안 처리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진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뒤 한나라당사를 기습 항의방문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노컷뉴스 | 파업이 얼마나 고통스럽다는 것을 왜 모르겠나. 특히 MBC의 경우 줄줄이 구속된 기억이 있네. 그러나 파업을 해서라도 방송법 개악을 막지 않으면 방송이 재벌의 손에 놀아나고 거대 신문이 방송을 장악해서 한나라당과 손잡고 장기집권의 토대로 삼는다고 믿기에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아야 된다고 생각한 것이네.
"한나라당이 통과시키려는 7개 언론관계법의 핵심은 재벌과 조중동에 방송 뉴스를 넘겨주고 언론계를 재벌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방송사는 없어지거나 재벌 또는 조중동 산하로 통폐합될 것이다. 여론이 특정 세력과 자본에 통제되고 장악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절박감에서 파업을 선택했다. 야당과 방송사 경영진이 막아야 하는데 희망이 보이지 않아 고육지책으로 파업에 나선 것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의 비장한 선언일세. 동참 호소문은 더욱 절절하지.
"언론은 일체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전파는 결코 특정세력의 이익을 위해 쓰여져서는 안 된다. 이것은 우리가 언론노동자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가치다."
"우리가 흘리는 한 줌의 피가 수천수만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는 각오로 힘차게 전진하자."
"동지 여러분, 우리의 파업은 합법적이고 정당하다, 힘차게 여의도로 진군하자."
한나라당은 여론을 듣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는가. 절차를 무시하면 심야의 담 넘는 도둑과 무엇이 다른가. 민주언론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쿠데타적 악법을 숫자로 밀어붙인다면 막는 방법은 몸을 던지는 것밖에 무엇이 있겠나.
언론장악 야욕을 막겠다고 방송인이 파업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 정치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여론조사도 방송장악은 안 된다는 여론이 60%가 넘네. 목줄을 겨누고 내려오는 민주언론 말살의 칼날을 보면서 방송인들이 느낄 모멸감을 상상해 보게나.
언론자유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것은 언론종사자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네. 때문에 언론이 국민들에게 대접도 받고 욕도 먹는 게 아닌가.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 등 모두가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를 분쇄하는 대열에 속속 참가하고 있네.
민주언론을 압살하는 7대 악법과 민주주의는 결코 한 자리에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지 않은가.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법이 통과될 수도 있겠지. 그것으로 끝이 나는가. 한나라당이 얻는 것은 개정된 방송법이지만 잃는 것은 소중한 민심이네. 민생경제를 살리라고 당선시켰더니 권력기반 구축 같은 짓만 하는 정권을 용납할 국민은 없네.
한나라당 안에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소리가 있는 모양이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네. 그러나 한나라당이 기억해야 될 것이 있지. 국민들의 분노와 응징이네. 1996년 노동법 날치기로 야기된 국민의 분노를 기억하고 노무현 탄핵의 대가로 천막당사에서 눈물짓던 신세를 기억해야 하네.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네. 국민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이명박 후보의 약속을 생생히 기억하네. 그러나 하는 짓은 무엇인가. 국민과 소통하고 통합을 위한 혼신의 노력을 해도 모자랄 시간에 국민을 적으로 삼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한나라당이 아무리 말을 바꿔도 국민은 믿지 않네. 그렇게도 머리 돌아가는 사람이 없단 말인가. 역사가 두렵지 않은가.
2008년 12월 26일 이기명 / 칼럼니스트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88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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