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섞인 웃음으로 만나는 아, 노무현! |
| ||
중간에 딴나라당을 은근히 까는(떡볶이 먹으러 시장 가자는 참모에게 실제 서민에게는 보여주기가 아니라 정책이 중요하다고 하는 대통령의 대사처럼) 것도 나옵니다. 장진 감독은 논란이 일 것 같아서 특정 대통령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두 분이 보시고 호탕한 웃음을 지으셨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한 번쯤 볼만한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이 되살아날만한 괜찮은 영화라 보여집니다. 아래글은 어느 블로거가 나름 잘 정리한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눈물 섞인 웃음으로 만나는 아, 노무현!
※ 장진 감독의 의중이 무엇이었건 간에 상관없이 장진 감독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는 행복한 회상의 시간을 만들어준 것에 대하여, 어느틈엔가 뽀얗게 먼지 앉아가는 기억을 더듬어 아쉬움과 그리움의 눈물 한방울 흘릴 수 있는 가을을 만들어준 것에 대하여. 특히, 대통령 역할에 장동건을 캐스팅해준 것 까지도. 동화니 우화니, 현실성이 있니 없니, 그런 모든 영화평론들을 뒤로 하고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굿모닝 프레지던트? 아니, 오겐끼데쓰까 노무현.
처음엔 '김대중-노무현-한명숙'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각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들의 느낌도 비슷한데다가, 물론 장동건의 비쥬얼이야 현실에서 닮음꼴이라기 보다는 로망에 가깝고 안타깝고 잃어버린 이에 대한 아쉬움과 헌사를 담고있다손 치더라도, 욕망과 소탈함을 동시에 보여줬던 나이 든 김대중과 인간적인 선택으로 한국 국민들 가장 마음 가까운 곳에 서있었던 노무현, 교수 남편을 두고 올린 머리가 잘 어울리던 한명숙을 모델로 했는가보다 생각했다.
나쁘진 않았지만 뻔하지 싶었다. '그래, 어디 한 번 얼마나 뻔한 얘기를 하는지 들어봐야지'하는 오만함을 품고 극장에 앉았다. 캐릭터 분명한 인물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리액션하는 모습에서 웃음을 주는 장진식 코미디는 전작들과 유사했지만 무언가 전보다 느낌이 많이 아련하고 담백한 맛이 있었다.
그런데, 시종일관 히히덕 거리며 영화를 봤지만 중간부터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났다. 등장하는 세 명의 대통령 모두를 합해 놓으면 노무현이 되는 것 같기도 했고, 세 명 모두가 각각 노무현 같기도 했다. 감독이 마케팅을 전제로 겨냥했을 뻔한 관객이 나였다면, 내가 만난 장진의 영화는 전혀 뻔하지가 않았다. 뒤통수가 아팠다.
장진식, 여유만만하고 유쾌한 상상이 만드는 탁월한 설정
영화를 꿈꿔봤던 관객의 입장에서 장진의 영화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소회를 말하라면 '웃으면서 맛보는 좌절감'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상상력이 오랜신간 현실에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어버린 내게 '퇴임을 앞둔 대통령과 Money'라는 키워드로 상상을 해보라면 어땠을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삼십여년을 살아온 나는, 십중팔구 비자금이나 대선자금 같은 연상을 했을 것이다. 또 코미디로 엮으라면 쓰고 또쓰고 하고도 너무 많이 남은 현금을 어떻게 해야하나 동분서주하는 것을 중심으로 궁리를 했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장진의 상상은 '복권당첨'이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보여준 전혀 다른 스케일의 고작(?) 200여억원의 복권 당첨금..말이다.
돈의 출처로 보나 규모로 보나 소박하기 짝이 없는 고민을 이고지고, 퇴임 후 하고 싶은 것을 적는 이순재를 보는 것은 입가에 맴도는 웃음과 그의 다음 선택에 대한 궁금증 외에도 퇴임후 고향으로 돌아간 행복한 전직대통령의 삶을 꿈꿨던 한 남자를 기억하게 한다. 행복한 상상에 젖은 이순재의 해맑은 웃음에서 한때 고향에서 전직대통령을 방문한 시민들을 만나며 여전히 멋적게 웃음짓던 얼굴을 떠올리며 빙긋 웃게 만들고, 현실과 다른 행복한 엔딩에 현실에서 잃어버린 것을 잠시나마 대리만족하며 미소짓는 동시에 그것을 실감하며 코끝이 시큰했다.
종래에 복권당첨금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이순재의 "전직 대통령들에게 귀감이 되면 좋겠다"는 연설을 통해 스케일 웅장한 잘못을 저질렀어도 아직까지 뉘우치는 기색 같은 것은 느낄 수 없는 전직대통령들을 향한 감독의 냉소까지..장진은 이렇게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국민들의 연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돈'에 대한 이야기를 잽을 날리듯 이렇게 가볍게 터치하고 그리웠던 이의 캐릭터를 가져와서는 실상 자기가 하고싶었던 말까지 툭 던진다. 시비를 걸기가 어렵게...영악하다.
장동건이 연기한 젊은 대통령이 겪는 박해일 관련 에피소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봉중인 영화의 스포일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박해일 에피소드'라고 해두기로 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진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국민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하는 대통령이 없다는 실망감' 말이다. 그리고 이 어려운 주제를 푸는 키워드로 '몸'을 선택하고 그에 대해 뜻밖의 설정을 하고, 빈틈없이 잘생긴 대통령이 뻘짓을 하게 만들고, 그 뻘짓을 한층 민망하도록 비평도 하고 정치적 이용도 보여 주지만, 종래에 국민에게 '몸' 바쳐 일하는 대통령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와 영화밖 세상을 동시에 연상하며 조소와 실소를 섞어 웃음짓게 하다가 뭉클하게 마무리하는 장진의 화려한 테크닉은,정신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저 상황이라면 저런 선택을 했을 것 같은 한 전직대통령을 떠올리고야 말게한다.
영화가 갖는 오해의 소지나 아쉬운 구현의 부분이 있다손 치더라도- 가령 한국 최초의 대통령인 고두심이 가진 딜레마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앞의 두 대통령과 관련된 메인 에피소드와 달리 비유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직설적이다-이런 장진의 능력은 '절필'을 고민하게 될 정도로 감탄스럽고, 고맙다고 메일이라도 보내고 싶을 정도로 고마왔다.
낯익은 슬픈 영상, 장진의 노무현에 대한 오마쥬
이렇게 빨리 '극장'에서 다시 보게 될 줄 몰랐다. 젊은 날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도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인생이었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나 퇴임 후의 모습도 여느 대통령들과 달랐고, 마지막까지도 너무나 극적인 그였기에, 언젠가는 드라마로 또 영화로 재가공된 컨텐츠를 만나게 될 것이란 것은 짐작했지만, 이렇게 빨리는...몰랐다. (물론 이 작품이 노무현에 대한 오마쥬라는 소회는 감독의 공식적인 변이 아니라 영화를 본 관객으로써의 사견이다.)
퇴임을 꿈꾸고 퇴임 후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낚시를 하는 나이 든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 촛불이 무섭다는 젊은 현직 대통령의 모습이, 머리아픈 외교 문제로 회의를 하면서 미간을 잡고 고개 숙인 모습이, 북한과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을 막는 것이라는 원칙의 천명이, 또 강대국 수장과 당당히 대면하는 모습이(그것이 내용적인 것이 아니라 비록 외피적인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낯설지 않았다. 지난 5월 영화 같은 일을 겪으며 뉴스로 인터넷으로 보고 또 보던 사진첩과 묘하게 겹쳤다.
사랑하는 것을 보여주고 사랑스럽게 구현하는 능력, 감독이 부러웠다.
관객이 보여주는 관객이 보고싶어하는 꿈, 「굿모닝 프레지던트」
어쨋거나 장진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비현실적인 환타지임에는 분명하다. 동화나 우화라는 어느 영화평론가의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것은 현실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를 그리고 있고, 부재하는 이가 보여준 과거와 꿈꿨으나 이루지 못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그런 면에서「A.I.」의 할리 오스먼트의 꿈 같은, 감독이 보여주는 관객이 보고싶어하는 꿈이다.
얼마되지 않는 숫자의 방문객을 갖는 블로그나 토론게시판 하나에도 현직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글을 너무 잘써서 올리면 감시와 통제를 당하는거 아닌가 소시민 주제에도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불안정한 마음을 갖는 시대를 살면서, 나는 '촛불이 무섭다'는 대통령이 너무 목말랐다. 잘생겨서? 아니...그의 상식 때문에. 3년 후에는 사람들이 켜든 촛불에 물대포와 방패, 재판과 벌금으로 응수하는 대통령 말고, 국민이 든 촛불이 말없이 이야기하는 바를 경청하고 두려워할 줄 아는 그런 대통령을, 그런 국회를 갖고 싶다. 그것만큼은 꿈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말이다. 출처 : http://blog.hani.co.kr/pjasmine/24215
언론악법무효
|
'서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유배자 유시민의 소박하지만 결연한 귀환 (0) | 2009.11.11 |
---|---|
[아고라펌] 법조기자가 밝히는 '검찰총장 돈봉투 사건' 원인 (0) | 2009.11.09 |
6족이 멸할 때까지… (0) | 2009.11.03 |
시민주권 창립대회 참가 (사진) (0) | 2009.10.18 |
깨어있는 시민을 조직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 (0) | 2009.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