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영일(一勞永逸)은 不人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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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사회 각계 인사로부터 신년 화두를 추천받아 정범진 전 성균관대 총장이 추천한 '일로영일(一勞永逸)’을 2010년의 신년 화두로 정했다고 한다. 2008년 화두 '시화연풍(時和年豊)'과 2009년의 화두였던 '부위정경(扶危定傾)'에 이어 '일로영일(一勞永逸)'이다. 말인즉 이를 이어보면,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들었었는데, 위기를 맞으니 잘못됨을 바로 잡았으므로, 이제 짧은 노고를 통해 오랜 안락을 누리자"는 말이 된다. 일로영일(一勞永逸)이라는 사자성어의 출처는 1429년(세종 11)에 간행된 우리의 농사직설(農事直說)과 같은 종류의 저서인 중국의 농서 제민요술(齊民要術)이다. 6세기 전반 중국 북위(北魏)의 가사협(賈思?)이 지은 농서(農書)로 오늘날 전하는 농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완본(完本)이라는 제민요술은 화베이(華北)의 농업이론과 농업기술 경험을 총괄한 저작이다. 모두 10권 92편 11만 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곡물류의 재배, 과수의 재배, 가축의 사육, 나아가 술과 된장의 양조법 등 농산물 가공 기술까지 체계적으로 기술하였으며 그중 건조한 대지에서 토양의 수분을 유지시키는 방법에 관한 화베이(華北)의 건조 농법을 전하는 중요한 자료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판본은 일본 다카야마 사[高山寺]에 소장되어 있다. 일로영일은 농서 내의 식목에 관한 부분에서 한번 심으면 오래도록 자라 번거롭게 가꾸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을 일컫는 말인데, 이를 들어 하루의 노고로 오랜 안락이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로 쓰는 게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만, 사자성어의 본래의 뜻을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하자면 "방향을 잘 잡으면 오래도록 국가가 편안할 것이다."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만큼 전환기에서의 국가적 목표 설정은 중요한 것이다. 2010년을 맞아 일시적인 편안함보다는 지금까지 누적된 고질적인 잘못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바로잡아 백년대계를 도모하고 선진국 진입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라고 설명하는 청와대는 이와 함께 올 한해의 성과를 '위기를 넘어 미래로'라고 정의하면서 자체 선정한 15대 정책뉴스와 10대 국정운영 성과를 각각 발표했다고 한다. 15대 정책뉴스로는 경제위기 적극 대응, G20 정상회의 유치, 원전 첫 수출, 친(親)서민 정책,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4대강 살리기 착공, 미디어산업 선진화, 공공부문 선진화, 지방재정 확충, 노사관계 선진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신종플루 선제 대응, 교육개혁의 현장 확산, 그랜드바겐 구상 등이 선정됐고, 10대 국정운영 성과로는 경제위기 적극 대응, 친서민정책 강화, 위기 이후 미래준비, 지방분권 및 지역경제 활성화, 공공부문 선진화 및 규제개혁 가속화, 노사관계 선진화, 교육개혁 현장 확산, 글로벌 리더십 제고 및 한미 전략동맹 심화, 북핵문제 진전 및 국방개혁, 국가브랜드 향상 등을 꼽았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한 "이 정부의 임기 중에는 대운하를 않겠다고 발표했고 물리적 시간적으로도 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4대강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4대강 사업은 정당한 것이고 "내년 1년 다시 힘을 모아서 하게 되면 우리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역설하면서 "그에 따라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는 가운데 예산안 처리를 두고 홍역을 치루고 있는 국회 상황을 답답해했다고 전해진다. 15대 정책 뉴스야 말 그대로 뉴스일 뿐이고, 10대 국정운영 성과라 청와대가 선정한 것들에 동의하는지는 독자의 몫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면서 확신범처럼 '임기 중에는 하지 않는다'고 굳이 언급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해야 할 고사성어는 따로 있을 것 같다. 공자(孔子)는 주역(周易)의 괘를 설명한 글 '계사전(繫辭傳)'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름하여 삼불망(三不忘)으로 세 가지를 잊지 말라는 것인데, 안이불망위(安而不忘危), 존이불망망(存而不忘亡), 치이불망난(治而不忘亂)이 그것이다. 편안하여도 위태로울 것인가를 잊지 않고, 존재하면서도 망하지 않을 것인가를 잊지 않고, 다스려질 때 어지러워짐을 잊지 않는다는 말로 군자(君子)는 모름지기 먼 훗날의 일을 생각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군사를 가지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공융(孔融:153∼208)의 우려에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가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을 들어 답했다는 글귀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라는 뜻이다. 지난 일을 밝게 살피어 장래(將來)의 득을 살핀다는 뜻의 창왕찰래(彰往察來)를 언급하던 삼성 특검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으로 마무리 했다는 사법정의는 형이 확정된 지 4개월여 만에 이명박 대통령의 위대한 영단에 의해 단 한 명에 대한 특별사면으로 나타났으며, 1년을 끌던 용산참사 문제는 법정에 증거 제출을 거부한 검찰의 뻔뻔함을 뒤로 하고 희생자들의 시신이 냉동실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에 일단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그러나 검찰을 지휘할 수 있는 정부가 검찰의 자료 제출 거부에 눈감는 등 진실의 은폐에 동조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고, 재건축 폭리에 눈멀어 서민의 등을 치는 파렴치한 자본의 횡포에 국민은 누울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적은 노력으로 오랫동안 이익을 보거나, 한때 고생하고 오랫동안 안락을 누리려 하거나, 적은 노고로 오랜 이익을 보는 일은 세상에 없을진대, 이 대통령이 술(術)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언행일치의 도(道)를 깨닫지 못하고서는 답(答)이 없다. 그야말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일 뿐이다. 다스려질 때 어지러워짐을 잊지 않는다는 치이불망난(治而不忘亂)은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급히 전해야 할 고사성어인 듯하다. 불신(不信)의 해자는 不人言, "사람의 말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람의 말을 해야 한다!
子曰危者安其位者也(자왈위자안기위자야) 亡者保其存者也(망자보기존자야) 亂者有其治者也(난자유기치자야) 是故君子安而不忘危(시고군자안이불망위) 存而不忘亡(존이불망망) 治而不忘亂(치이불망난) 是以身安而國家可保也(시이신안이국가가보야) 易曰其亡其亡(역왈기망기망) 繫于包桑(계우포상) 공자 왈, 위태하다 하는 것은 그 자리를 편안히 하려는 것이요, 없어진다 하는 것은 그 존재함을 보존하려 한다는 것이오, 어지럽다는 것은 그 다스림을 갖으려 하는 것이라, 이러므로 군자는 편안하여도 위태할 것인가 하는 것을 잊지 않고, 존재하면서도 그 망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것을 잊지 않고, 다스려지면서도 그 어지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을 잊지 않는지라, 이래서 몸을 편안히 함으로써 국가를 보존한다 함인 것이니, 역에 말하기를 망할까 망할까 하여, 그 총총한 뽕나무 가지에 얽어맨다.
(cL) 논가외딴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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