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은…
(서프라이즈 / 강남 아줌마 / 2010-01-01)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까?
당신의 소중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에 매운 고추 몇 조각을 넣으면서,
리어카에 쌓여 있는 털모자 앞에서 지갑을 열면서
소포상자에 초콜릿, 과자 등을 차곡차곡 담으면서,
뜨거운 찌개로 얼어붙은 속을 푸는 모습,
털모자를 쓴 채 거울 앞을 쉬이 떠나지 못하는 모습,
기대에 찬 눈으로 소포 상자를 뜯어보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행복한 당신에게 그들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소중한 사람이란….
그 사람이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까지 행복해지는 사람입니다.
패륜이 아닌 이상 가족은 누구에게든 소중한 사람입니다.
유기농을 시험하고 경작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합니다.
삼복더위에서, 혹한 속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단식을 하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은
나라와 자연, 사람, 모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소중한 사람이 있기에 힘든 일에도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행복해 할 누군가를 떠올릴 수 없는 사람에겐 일상이 삭막한 전쟁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대통령 선거 전에
부인이신 이희호 여사님을 생각하면 소신을 굽힐 수가 없었다는 의미의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분에겐 이희호 여사가 가장 소중한 분이셨습니다.
아침방송, 여성잡지 등에서 부인에 대해 갖은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어느 후보자들보다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겐
자신을 도와준 주변 사람들, 국민들…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실망시킬까 봐 몸을 던졌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어버립니다.
자기에겐 잃을 게 없으니까 자기가 강해진 걸로 착각하는 겁니다.
잃을 게 없으면 갖고 싶은 것도 없으니
자기가 여유 있는 인간이라고 착각하고
뭔가를 잃거나 욕심내거나 일희일비하는 인간을
바보 취급하는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들이 바보라 생각하는 인간들이 잃을까 봐 두려워하거나 욕심내는 것은
사람의 도리, 명예이고,
그들이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욕심내는 것은 권력과 돈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자손들이 누구의 자식이라 욕 먹을 것을 겁내지 않고,
멀쩡한 국토도 그들의 욕심 앞에선 모두 돈으로 환산되어 보입니다.
국민은 그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아닌데,
그들은 국민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국민이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고,
국민이 행복하면 자신의 것을 빼앗긴 기분이 듭니다.
국민이 소중하지 않으니, 배신은 어렵지 않습니다.
노동자도, 농민도, 철거민도… 그들에게 취할 것은 선거 때 표밖에 없습니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 오는 싸구려 커피를 마셔도,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져도’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만 확실하면 행복합니다.
고물 유모차에 종일 허리 굽혀 모은 폐휴지로 겨우 1,300원을 벌어도,
생일날 미역국에 소고기 대신 누런 멸치 몇 마리만 넣어도,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만 알 수 있다면 행복합니다.
나는 당신들의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보낸 후원금에 행복해하는 당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에 박수를 치고,
내 칭찬에 행복한 당신을 상상하며 행복하고 싶습니다.
제발 나의 소중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가장 간절한 것을 새해 첫날에 소망합니다.
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행복한 당신 때문에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은 나의 소중한 사람입니다.
행복해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행복한 당신에게
나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소중한 분들...
행복한 새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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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미궁 식구 여러분께도 여기에서 인사드립니다.
게시판에서, 전화로, 문자로 축하해주신 것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L) 강남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