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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의 희망

순수한 남자 2010. 1. 5. 09:05

제목: '0'년의 희망
이름: 손오공


등록일: 2010-01-05 07:11
조회수: 2


해가 솟는다. 어제도 솟았고 내일도 또한 떠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라고 한다. 사랑하며 용서하며 그리고 복수하며, 내일을 위하여 지난 것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새 희망의 염원이 있기에 똑같은 해일망정 '새해'라고 부르는 이유인 것이다.

하루 중에서 가장 어두운 때는 태양이 솟아오르기 바로 전인 여명 때라고 한다. 2010년 희망의 태양도 가장 어두웠던 여명을 지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솟아올랐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이 지나고 있다. 이 순간이 지나면 가장 밝은 희망의 역사는 이어질 것이다.

근현대사에서 묘한 불가사의가 ‘0’으로 끝나는 10년 단위로 역사의 전환이 이루어진 큰일들이 일어났었다. 1910년, 5000년 민족사에 가장 부끄러운 날로 꼽히는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역사 경술국치. 1920년, 3.1운동에 이은 농민대저항. 1930년, 공산당 영향력 확산의 계기가 된 간도농민폭동. 1940년, 내선일체에 광분하던 일제의 앞잡이들 친일파들의 득세시기. 1950년, 6.25 한국전쟁. 1960년, 4.19. 1970년, 전태일 분신.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민중항쟁. 1990년, 악의 씨 한나라당(민자당) 창당. 2000년,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2010년, ‘0’년의 희망이 밝았다. 태양이 최고로 작아졌다가 서서히 커지듯이 이미 씨앗은 잉태되었고 국민들의 의식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노총각 M이 친구들 몰래 결혼을 한다. 의사인 ‘나’는 M이 총각 때의 무절제한 방탕한 성생활로 각종 성병을 앓아 생식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느 날, 갓난아기를 안고 M이 찾아온다. 아기가 기관지염을 앓아 치료차 왔다지만, 사실은 그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것을 나에게 보장받으려는 것이다. M은 그 아이가 자신이 본 적도 없는 자신의 증조부를 닮았다면서 자기를 닮은 데도 있다고 말한다. 가운데 발가락이 제일 긴 것이 자신을 닮았다는 것이다.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면서도 애써 그것을 삭혀보려는 M의 심정이 눈물겹게 그려진 우리가 잘 아는 단편작 ‘발가락이 닮았다’의 줄거리이다.

세상에 이런 억지는 없다. 이미 M자신은 생식능력이 없음에도 마누라가 저지른 불륜의 씨앗을 자신의 아이로 보장 받으려 친구인 ‘나’를 찾아 온 것이고, 그런 M의 억지에 가련한 연민의 정을 억제 하지 못하고 ‘나’는 발가락뿐만 아니라 얼굴까지도 닮았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만다. 오죽 닮은 곳이 없었으면 발가락을 찾았을까? 불쌍하다.

이소연씨가 우주인이 되던 날, 마치 이명박의 은총으로 이루어진 것 같이 모든 언론들은 명박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김연아 선수를 키운 것은 고려대입니다.’ 라고 광고 할 때는 완전 어이 상실이다. 하기사 왜 우리 젊은이들을 죽음의 전쟁터로 보내느냐고 하니 지원하지 않으면 되니 걱정하지 말랜다. 눈이 와서 도시가 마비되는 지경인데도 지하철타면 되고, 실업률을 이야기 하면 눈높이 낮추면 된단다. 나라 경제가 꼬라박고 있다고 하니 주식을 사 놓을 기회란다.

대통령 이름을 걸고 발표한 새해 사자성어가 일로영일이란다. 쉽게 말해 한 탕해서 죽을 때까지 놀고먹자는 말이다. 어쩜 그리도 명박스럽게도 잘 어울리는 것을 골랐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뻔뻔한 건지 무식한 건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주변 참모들의 조언도 없었을까? 궁금하다. 우공이산이라던 전직 대통령이 새삼 그립게 다가온다.

어묵처묵쑈가 최고의 업적이고 시장통 목도리쑈가 서민을 위한 정책의 전부인데 무엇을 가지고 지지율 50%를 만들까? 오호라 원전 수출이 이루어진단다. 일단 뱅기타고 현장에 가고 보자. 이제는 모든 공은 독차지다. 어제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차세대 최고의 업적을 남긴 인공태양 과학자들의 모가지를 알 수 없는 이유로 잘라냈던 대통령이 수출역군의 영웅으로 그려진다. 200억 달러의 수주가 두 배가 부풀려져 400억 달러가 되고 안정성 문제를 비롯한 계약의 내용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그들에게는 그나마 비슷하게 닮은 발가락이 필요할 뿐이었다. 오죽 찾을 꺼리가 없었으면 원전 수출 하나로 경상도 지지율은 70%를 넘어 섰단다. 세상에 이런 억지가 있을까? 사실을 왜곡하는 조중동의 70% 지지율을 넘긴 대통령이 불쌍함을 넘어 안타깝다. 그래, 발가락이 닮았구나.

후보자 시절에 전국을 돌며 외친 그분의 말씀이다. “저를 쥐쥐해 주시겠습니까?” 그래서 국민들은 그를 그분의 소원대로 “쥐”라고 불러주고 있다. 중국의 호랑이는 음흉하고 일본의 호랑이는 사납다. 우리의 호랑이는 친근하게 그려진다.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은 곰을 선택하였고 사람으로 화한 곰은 땅의 지배자가 되었고 호랑이는 산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런 한국민과 호랑이의 정서를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일제는 산까지 지배하려 들었고 친일로 이어지는 권력자들의 혹독한 착취는 지금까지도 진행형인가운데 호랑이들은 사라져갔다. 용산의 진실은 선동적이 되고 상식은 급진적인 것처럼 그들은 만들어가고자 하나 진실은 진실일 뿐이고 상식은 상식일 따름이다. 사라졌던 호랑이가 돌아오고 있다. 반응하고 분노하고 행동하고 참여하는 시민 없이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외치는 호랑이가 돌아오고 있다. 가장 사나운 백호랑이가 되어서. 용산에서,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촛불 속에서, 입에 쥐 한 마리 물고...

2010년. ‘0’년의 희망을 바래본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파쑈들의 특징은 자기 임기 내에 꼭 광장을 조성하였었고 그 광장에서 쫓겨나는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하뻥크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나, 지금 떨고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