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규칙
(서프라이즈 / 귄터반트 / 2010-01-30)
무슨 일이든지 금기가 있습니다. 그것만은 그 누구도 깨지 않으리라 기대하는 그런 마지막 보루 같은 것이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 치고받고 싸워도 해서는 안될 마지막 싸움이 있습니다.
이완용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완용은 우리가 짐작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사람입니다. 서예에 일가견이 있었으며 명문에 능했으며 행동에는 품위가 있었고 또한 절도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절을 아는 사람이었고 평생 죽을 때까지 자신의 부인 이외에는 다른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하지요.
"마사지걸을 고를 때는 못생긴 여자가 좋다."라고 말한 그 누구와는 하늘과 땅 차이이지요. 이완용이 독립협회를 만들 당시에 마음은 제가 이완용 당사자가 아니어서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진심이었다고 짐작하게 됩니다. 그는 뒤늦게서야 대한제국이 모든 기회를 놓치고-스스로 근대화할 시기를 놓치고-타국의 힘에 기대어 조국이 살아날 길을 구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나라는 미국인데요. 그 미국이 대한제국을 살릴 희망이 될 수 없겠구나 생각한 순간 돌변한 것 같습니다.
일전에 이해찬 전 총리가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절망하면 변절한다." 이게 정말 이완용에게 해당하는 말이거든요.
또 하나 더 있지요. 현재 뉴라이트 수장 김진홍 목사. 김진홍 목사는 김수환과는 다릅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예수의 마음 그렇게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지금처럼 된 것이거든요. 역시 절망하면 변절한다 케이스입니다.
박정희는 또 다른 케이스입니다만, 게임의 룰이라는 전체맥락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역시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만약에 어떠한 조직에 몸담았으면, 그 조직의 동지를 파는 행위만큼은 금기 사항인 거지요.
영화 ‘공공의 적’에 보면 강철중 경사(설경구)가 조그만 음식점 삥뜯는 조폭들 다 꿇어 앉혀놓고 하는 말이 있지요. "깍두기는 깍두기 세계에서만 산다. 민간인의 세계에 발들여놓지 않는다."이게 바로 게임의 룰인 겁니다.
민주당에서 현재 정동영 두고 난리인데요. 정동영 또한 마찬가지 인 겁니다.아무도 짐작하지 못한-아니 짐작은 해도 설마 하는 그런 게 있습니다-그런 일을 저지른 거죠.
당비대납, 배제투표, 동원선거, 박스떼기, 명의도용, 기간당원제 유명무실화, 대리접수, 종이당원, 대선상대 역선택……. 정말로 수많은 일들을 거침없이 저질렀는데요.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문제가 안 됩니다. 누구나 이 정도쯤이야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죠.
그리고 철새정치인 말입니다. 정치인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당을 떠날 때가 있습니다. 무조건 처음 소속한 당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떠날 때는 처음에 그 당에 몸담을 때보다 더한 강력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과거 민중당 출신 정치인들, 민주노동당 출신 정치인들이 현재 한나라당에 수두룩 한데요. 그 사람들 현재 박정희처럼 '빨갱이'라는 말밖에 안 하죠. 한때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눈물 흘리며 민중당 활동하던 김문수가 어느 날에 경기도 교육감이 경기도 내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을 하자 입에서 나온 말이 공산당이라는 말이란 거죠.
전여옥도 유명한 사람이죠. 정몽준 밑에서 정치 시작해서(정몽준-김흥국-조영남-전여옥: 축구라인) 노무현 정몽준 단일화 후 노무현에게 아부하다가 박근혜 콜에 중용, 박근혜 밑에 일하다가 막판에 이명박에 가담, 촛불정국 후 다시 정몽준 밑으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죠. 그런데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도 아닌 지역구에서 거뜬히 당선되더란 거죠.
조경태도 마찬가지인데요. 처음에 친노로 분류되다가 통합신당에서 손학규계로 갈아타고서는 퇴임 후 노무현의 인기가 다시 오르자 다시 봉하로 쪼르르 갔다가 손학규 밑에 있었다는 네티즌의 지적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봉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비판 한 사람.
기본적으로 게임의 규칙이 없는 거죠. 이런 행동을 한 사람은 무조건 퇴출이다. 그러한 심리적 경계가 없다는 거죠. 그러한 심리적 경계가 없으니까 "정치는 서바이벌 게임"이 되는 겁니다. 무조건 살아남는 게 장땡인 거죠. 규칙이 없으니까 관중은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유일한 판단근거는 생존!!!
사족: 김영삼의 삼당합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화가 꼭지까지 나서 김대중에게 미치고 발을 동동 구를 지경이지만 다른 식으로 싸워야 했던 거죠. 역시 막장 케이스입니다.
(cL) 귄터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