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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집의 행복

순수한 남자 2010. 2. 14. 18:26

연탄집의 행복
번호 113944  글쓴이 변호사의 아내  조회 673  누리 324 (324-0, 12:43:0)  등록일 2010-2-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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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집의 행복
(서프라이즈 / 변호사의 아내 / 2010-02-13)


우리의 명절 설날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 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어릴 적, 설날이 다가오면 이 노래를 불렀다. 색동저고리 한복을 입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면 복주머니에 세뱃돈을 넣어 주셨다. 윷이 떨어지면 박수와 환호성이 집안에 가득했고 이웃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나누던 따뜻한 기억이 있는 설날이었다.

부모님은 이웃 사람을 만나면 '올해도 장사 잘 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하시며 인사를 나누셨다. 남에게 깍듯이 인사를 드리던 부모님의 모습은 우리가 크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인생의 선생님이셨다.

이웃과 서로 돕고 살아가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더 각박하고 냉담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과학문명이 만들어준 최첨단 통신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더 쉬워졌지만 그런 수단이 없던 때보다 이웃의 정은 더 메말라 가는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친구의 집은 작은 구멍가게를 하면서 연탄도 팔았다. 부모님은 친구의 아버지가 이북사람이라서 성실하다고 하셨다. 이른 아침 등교길에 친구의 집앞을 지나면 리어카에 연탄을 가득 싣고 배달을 가는 부부를 볼 수 있었다. 친구가 6학년 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자 4명의 자녀와 연탄배달은 친구 엄마의 몫이 되었다.

연탄 두 장을 집을 수 있는 집게를 양손에 들고 쉬지도 않고 연탄 창고를 오가시던 친구의 엄마는 내 눈에 장수처럼 보였다. 엄마가 되고 보니 그녀가 얼마나 육체적으로 힘들게 살았으며 남겨진 자녀들을 키우느라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네에서 그녀는 '연탄집' 아줌마였지만 학교에서는 자녀들이 상위층에 있는 우등생 엄마로 불렸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힘든 삶을 헤쳐나갔다.

어느 해, 큰아들이 서울대에 합격을 했다. 등록금이 몇 만 원이 되지 않던 시절, 등록금이 없어서 여기저기 이웃을 찾아다니며 은행융자의 재정보증을 부탁했었다. 친구의 엄마는 양심이 선한 분이시라 돈 떼먹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분이지만 보증 서 줄 이웃들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았다.

우리 집을 찾아온 그녀에게 아버지는 흔쾌히 보증을 서주셨다고 하셨다. 부모님에게는 보증이 아니고 홀로 자녀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의 삶에 대한 응원이었다. 어떤 가정이나 넘기기 버거운 고비가 있는데 친구의 집은 아마 그때가 그 순간이었던 것 같았다.

어떤 가정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가정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려운 고비 때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것은 한 가정을 희망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아버지의 보증은 큰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지만 돈을 대신 갚아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친구 오빠는 회계사가 되었고 동생들의 학업을 뒷바라지했다. 지금은 부자가 되어 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사실 우리가 보증을 서지 않았어도 또 다른 길이 있었을 것이고 어려움 속에서도 친구의 형제들은 공부를 다 마쳤을 것이다. 도움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양심에 꺼리는 일인데 고맙게도 명절 때마다 친구의 엄마 혹은 오빠가 안부 전화를 주곤 한다.

올해도 '연탄집'을 이야기하며 행복해진다.

명절은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소중한 날이기도 하다. 도움받은 것을 잊지 않는 이웃들과 적은 도움에도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이웃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면 살아가는 시간이 행복해 질 것 같다. 힘들 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밑천이다.


행복하고 즐거운 설날 되세요.

 

(cL) 변호사의 아내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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