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래도 꿈과 희망이 있어 우리는 산다.

순수한 남자 2010. 2. 25. 20:46

-그래도 꿈과 희망이 있어 우리는 산다.
번호 116087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620  누리 226 (226-0, 9:32:0)  등록일 2010-2-25 13:12
대문추천 11


그래도 꿈과 희망이 있어 우리는 산다
이광재 출판기념회 단상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2-25)


그리움에 관련된 시는 참 많다.
읽으면 애절하고 가슴이 시리다. 눈물이 난다.

‘천만리 머나먼 길의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시냇가에 앉았더니

  저 물도 내 맘 같아야
  울며 밤을 예난다.’

영월 땅에 유배된 어린 군주 단종을 그리워하며
왕방연이 쓴 시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단종은 숙부 수양대군(세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애절한 시도 있다.

  (두 행 생략)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꿈속 내 영혼이 자취를 남긴다면
  님의 문 앞 자갈길은
  절반이 모래가 되었을 것을...’

이조 중기, 불우한 인생을 산 여류시인 이옥봉의
시 ‘꿈속의 넋’이다.

바다에 몸을 던져 생을 마쳤다고 전한다.

대학시절 ‘무애 양주동’ 교수님이 두 눈 지그시 감고 읊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너무 좋아 외웠는데 아직도 잊지 않는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루지 못한 꿈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들이 꿈을 이루는 곳이 한 곳 있다. 꿈속이다.

악몽이라는 것도 있다.
자유당 독재 시절, 군대생활은 엄청 고생이었다.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어 농가에 숨어 들어가
밥을 훔쳐 먹기까지 했다. 전설 같은 얘기다.
그런 군대생활을 다시 한다. 꿈속이다.

지지리도 공부를 못하던 친구는
지금도 시험 치는 꿈을 꾼다고 한다. 그런 게 바로 악몽이다.

나도 꿈을 꾼다. 자주 꾼다.
2009년 5월 23일의 꿈이다.
죽어야 안 꿀 악몽이다.
아니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도 꾸지 말아야 할 꿈이다.

2010년 2월 24일.
강원도 원주에서 이광재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후원회장이기에 당연히 참석했다.
후원회장이어서라기보다 그리운 얼굴들이 보고 싶어서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하다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고
그 후 이광재의 후원회장을 했다.
20여 년을 함께 한 자식 같기도 하고 동지 같기도 한 이광재.

안희정과 함께 혈육으로 생각하는 이 땅의 장래지도자들이다.

단상에는 한명숙 전 총리와 강금원 회장, 안희정, 서갑원, 백원우.
면면을 살펴보면 만감이 서린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가슴 속에서 눈물이 흐른다.

대통령의 얼굴이 보인다.
마치 꿈속인 듯 수줍게 웃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그러나 그는 지금 봉하마을에 누워 있다.

작년 5월 23일 이후, 수도 없이 꾸었던 꿈.

함께 다니며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걱정하고
민주주의를 걱정하고 그러면서도 희망을 말하던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밤새 악몽에 시달리며 이를 악물어
새벽에 꿈이 깨면 어금니가 아파 음식을 씹지 못했다.
수십 배로 갚아 주리라 몇 번씩 다짐을 해도
평소에 남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당부하던
대통령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그처럼 바르고 곧게 살았던 대통령은 없고
이제 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존재다.

이광재가 눈물을 흘린다.
노무현을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강금원, 한명숙, 안희정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움이 사무친 눈물이다.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도 가슴은 벅차다. 흐뭇했다.
더불어서 함께 한다는 것이 이처럼 기분 좋은 것인가.

편을 가르려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무조건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내 편도 있고 니 편도 있다.

의견이 다른 경우는 당연히 있다. 그래야 ‘사람사는 세상’이다.
의견이 달라야 소통이 필요하고 화합이 중요하고 결과에 승복한다.

출판기념회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이광재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강원도를 찾았다.
후원회장으로 참 기분 좋은 날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진심으로 축하를 한다.
작년 5월 23일 이후 만난 사람들은 내 손을 꼭 잡고
눈에 가득 눈물이 고인다. 참고 있던 눈물이 흐른다.

울지 말자고 거듭거듭 다짐을 하면서도
위로를 받으면 눈물이 난다. 이래서 내 편이 좋은가 보다.

모두들 2009년 5월 23일을 기억하자고 다짐한다.
모두들 2010년 6월 2일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왜일까. 복수를 하자는 것인가. 원수를 갚자는 것인가.
아니다.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꿈을 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이광재 출판기념식을 보면서 느끼는 감회는 무척 다양하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꿈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지만
살아 있는 날까지 나에게는 희망이고 꿈이다.

오늘이 이명박 정권 취임 2주년이란다.
이제 3년 남았다. 꿈을 키우자. 희망을 키우자.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자.


2010년 2월 25일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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