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원의 백의종군, 믿는 사람 손들어
약속은 파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2-16)
약속은 파기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 할 필요도 없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한다.
정동영 의원이 또 약속을 파기했다.
그의 약속파기는 다시 거론하는 것조차 짜증이 난다.
정동영 의원이 복당을 하면서 백의종군 약속을 했을 때
차라리 아무 약속도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파기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약속이 화근이다.
다급하니 무슨 약속인들 못 하랴 했을지 모르지만
소탐대실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모른단 말인가.
잠시 생각만 해 봐도 자신의 약속파기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날 것이다.
일일이 지적하기도 역겹다.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짜증 내면 전두환이다.
적어도 정동영 의원은 스스로 지도자라고 자처할 것이다.
그는 복당을 하면서 국민과 당원에게 약속을 했다.
백의종군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을 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했다.
정치인들은 백의종군이 좋은 말인 줄은 아는지 쥐나 개나 백의종군이다.
이러다가 흰 옷감이 동이 날 판이다.
백의종군이 무슨 뜻인 줄 알고나 지껄이는가.
그냥 흰옷 입고 군대 가는 것인 줄 아는가.
옛날엔 가장 낮은 계급의 병사들이 흰 옷을 입었다. 말단이라는 의미다.
백의종군은 모든 것 버리고 가장 얕은 곳으로 내려가
몸 바쳐 나라 위해 희생한다는 뜻이다.
정당으로 말하면 평당원으로서 당을 위해 자기 몸 던진다는 의미다.
말이 필요 없다. 말 안 한다. 묵묵히 할 일만 하는 것이다.
정동영 의원의 백의종군은 어떤가. 입만 살아있는 백의종군이다.
백의종군 파기가 시작됐다.
정동영 의원은 엄기영 MBC 전 사장 영입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면서 약속파기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엄 사장은 정치를 안 하실 분"
"자기 소신이 분명한 분이고 엄 사장 거취와 관련
설왕설래하는 게 그분께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장 사퇴한 날도 위로 전화를 드렸지만 그건 억측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가. 엄기영 사장이 정치를 하든 말든 그의 판단이다.
혹시 같은 방송앵커 출신의 애정표현인가.
엄기영 앵커의 국민적 인기가 왠지 마음에 걸리는 것인가.
아무나 정치하는 게 아니라는 경고성 발언이라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그럴 줄 알았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다.
정세균 당 대표는 뭘 하시는가. 경고 한마디는 해야 한다.
엄기영 사장을 영입하면 당에 이익인데 왜 쐐기를 박는 발언을 하냐.
그것이 백의종군인가. 한마디는 해야 한다.
그래야 당 대표의 체면이 선다. 그러니 당 대표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물태우 처럼 물세균이란 별명이 붙을 것 같다...
서울시장 후보를 단일화하는데 몇백 명이 모여서 누군가로 뽑아낸다면
감동과 파괴력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파괴력은 사람이다. 패거리로 짜고 후보 뽑으면 감동은 0점이다.
왜 시민배심공천제를 반대하는가. 뭐가 무서운가.
국민경선제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자파이득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는 당이야 어떻게 되던 당명을 거역해
전주ㆍ덕진 출마를 하면서 탈당까지 한 사람이다.
이득을 챙기는 데 탁월한 사람이다.
정동영 의원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식구들을 구해 내야 할
절체절명의 절박한 처지다. 유일한 해결책이 국민경선제란 말이 파다하다.
복당을 강력 신속하게 서두른 이유도 거기 있다는 것이다.
복당으로 몰고 간 패거리들이 누구인지 국민들은 다 안다.
양형일도 거들었다.
정동영 의원은 복당을 통해서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나아가는 길을
더욱 활짝 열었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민주개혁세력 대통합과
연대의 문이 함께 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광역단체장 출마가 급하고 정동영 의원의 도움이 간절하긴 해도
정말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하는 게 참 딱하다.
이런 소리를 하고 싶으면 벽에나 대고 할 것이지.
정동영 의원의 복당은 탈당 후 1년이 지나야 신청을 할 수 있게
당헌 당규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니까 규정 위반까지 하며 서둘렀다.
"정동영 의원이 당에 이런저런 상처를 주었다는 점과 함께
당이 정한 최소한의 약속인 당의 규정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점에서
그는 더 이상 우리 민주진영의 지도자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
백원우 의원이 성명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정동영 의원은 '친노'와의 갈등을 "시간을 갖고 풀겠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섭섭한 소리 속에 맞는 이야기도 있다"
섭섭한 소리는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비판인가.
그는 성북 출마를 거부하고 독일로 갔다. 외로웠을 것이다.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앞마당을 가로지른 옛 동·서독분단선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보면서 느낀 게 컸다"
당연하다. 통일부장관을 한 정동영 의원이 아닌가.
불신의 아픔과 분단의 고통을 겪은 사람이다.
북한 당국자와 만나면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도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다.
지금 정동영 의원은 자신의 문제를 풀어 갈 해법을 알 것이다.
그가 당을 위해 해야 할 가장 좋은 일은 침묵하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해도 아직은 국민들이 믿지를 않는다.
스스로 견디고 해결해야 할 업보다.
정동영 의원과 그를 따르는 추종세력들은 이제 정치를 다시 배워야 한다.
세력만 키우면 된다는 재래식 정치는 국민이 허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고향의 아들’이라고 해도 한 번뿐이다.
혀를 깨물고서라도 이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제 명절도 쇠고 조상님께 차례도 올렸을 것이다.
민심도 알았을 것이다. 조상님께 무슨 약속을 했을까.
이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은 안 했나.
너 나 할 것 없이 정치인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잃어버린 신뢰가 그로 하여금
얼마나 힘든 정치를 하게 만드는지 옆에서 잘 보았을 것이다.
뻔히 보이는 과오를 고치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
자신들의 파멸은 개인이지만 고통 받는 국민은 어쩔 것인가.
모든 재야민주세력들은 손을 맞잡고 국민 앞에 약속을 해라.
반민주 한나라당 정권이 막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맹세를 해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버려라.
오직 하나. 민주세력이 승리하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라.
당선만 된다면 개가 되어도 좋다는 정치꾼을 정가에서 추방시키자.
약속을 어기는 사기꾼은 정치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통 같은 감시망을 구축하자.
거물이라는 인물을 떨어트린 빛나는 전과가 있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이 아주 적절한 비유를 했다. ‘강도론’이다.
집에 강도가 들면 식구들이 힘을 합쳐 강도를 잡거나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미증유의 실업과 물가, 외채 지역 간, 계층 간의 갈등이라는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잡아야 한다. 국민이 원한다.
왜 딴 짓을 하는가. 세종시가 강도를 잡는가. 4대강이 강도를 쫓는가.
강도를 불러들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 결자해지다.
국민은 다 안다. 기억하고 있다. 누가 강도인지 안다.
약속파기는 정동영 의원뿐이 아니다.
민주당은 패거리 정치를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유일한 집권경험과 수권 가능 정당이라는 민주당이
자파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반민주세력 축출에 실패한다면
국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다.
절대 용서해서도 안 된다.
2010년 2월 15일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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