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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줄 나도 안다. 그래도 난 한나라당을 찍을란다"

순수한 남자 2010. 3. 17. 19:00

"나쁜 줄 나도 안다. 그래도 난 한나라당을 찍을란다"
번호 121661  글쓴이 워낭소리  조회 403  누리 123 (123-0, 6:16:0)  등록일 2010-3-17 18:04
대문추천 7

1.

'물(水)을 통하여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에 관하여 강의를 하던 중이었다. 물은, 자기 자신을 더럽혀서 남을 깨끗하게 하므로 아름다운 것이며 그것이 곧 물의 덕(德)이다, 라는 결론에 이를 즈음이었다. 학생 하나가 질문이 있다면서 손을 번쩍 들었다.

"4대강은 지금도 충분히 맑고 아름다운데 왜 명박이는 삽질을 하는 겁니까?"
"명박이가 보는 미의 기준은 우리와 다르다. 명박이는 개발이란 관점에서 강을 보는 반면, 우리는 자연이란 관점에서 강을 본다는 차이다."
"관점의 차이는 왜 나는 겁니까?"
"가치관의 차이에서 온다. 명박이의 가치관과 우리의 가치관 가운데 어느 것이 옳으냐 하는 것은, 어느 쪽이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한가에 달려 있다."

그러면서 칸트의 맨첫번째 정언명령을 말해주었다.

"네 의지의 격률(格律)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하라!"


2.


두 시간 연강 가운데 한 시간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다른 학생 하나가 작년보다 배로 늘어난 학습량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그것이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 때문인 줄 알고, 명박이를 탄핵할 수 없는지에 관하여 내게 물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가 먼저 있어야 하고, 그러고 나서 다시 재적의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헌데 국민들은 탄핵을 할 수 있는 야당을 개떡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럼 명박이를 쫓아낼 방도가 전혀 없는 겁니까?"
"있다."
"?"
"합법적 수단 하나, 비합법적 수단 하나가 있지. 합법적 수단이라 함은 곧 다가올 유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압승을 거두는 것이고, 비합법적 수단으로는 혁명이라는 게 있다."

아울러, 비합법적인 수단을 썼다고 해서 혁명을 나쁘게 보면 안 된다. 혁명이 비합법적인 수단을 썼다면 면에서는 군사쿠데타와 같지만, 국민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역사가 4.19를 혁명으로, 5.16을 군사쿠데타로 기술한 이유는 이것이다, 라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다.


3.

쉬는 시간이 끝나고 두 번째 강의로 들어갔다. 노자의 '소국과민'과 공자의 '대동사회' 그리고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묻는 제시문을 독해할 무렵, 맨처음 명박이가 4대강을 삽질하는 이유를 물은 학생이 또 묻는다.

"선생님은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 것으로 봅니까?"
"글쎄... 그보다 내가 먼저 네게 물어봐야 할 게 있다."
"?"
"언젠가 내가 그랬었지. 집에 가거든 부모님에게, 사실이 이러고 저러한데도 계속 한나라당을 찍을 겁니까, 라고 물어보라고 말이다. 물어보았냐?"
"네."
"그랬더니 뭐래?"
"한나라당에 문제 있다는 거 안다. 그래도 난 한나라당 찍을 거다 하던데요."

그리곤 하하하, 학생들도 웃고 나도 크게 웃었다.

"그래, 바로 그거다. 가치관이 망가지면 아무리 진실을 말해줘도 듣지 않는다. 가치관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나쁜 줄 뻔히 알면서, 그런데도 굳이 찍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한, 선거의 결과를 예상한다는 자체가 이미 비정상적인 것이다."


4.

강의를 마치고 근처 강변을 거닐며,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목청껏 노래 한 곡 불러보았다. 해마다 봄이 되면 습관적으로 부르는 노래, <봄날은 간다>를!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