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국방부 발표에 놀아나는 진보 언론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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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10-04-11)
그제 아침, 한겨레발 보도를 시작으로 백령도 해병대 초병이 '천안함이 솟구쳐 역 브이(^)자로 꺽인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군이 확보했다며 익명의 '군 고위 관계자'를 내세워 전파를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어서 타 언론 매체들이 한겨레 보도를 인용하여 보도하기 시작하였고 '역 브이자 현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순식간에 천안함 침몰의 원인은 어뢰 혹은 기뢰라는 분위기가 확산되었습니다. 더구나, 역전의 용사 해병대 초병들은 역 브이 현상을 목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뭔가 허연 게 하늘로 솟은' 현상까지 발견하는 쾌거를 이룹니다. 그 동안 어뢰의 가능성이 늘 거론되어 왔지만 결정적인 증거(현상)이 없어 망설이던 정부당국에게는 쐐기를 박아 주는 증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겨레 신문에게 묻습니다. 해병대 초병 만나봤습니까? 군 고위관계자 직접 만나서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까? 문제의 군 고위관계자와 해병대 초병의 인적 사항을 밝힐 수 있습니까?
한겨레 신문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 얼마나 중대한 사건인지, 이 사건의 모든 과정에 얼마나 많은 의혹들이 양산되고 있는지, 그 진실을 숨기기 위해 MB정권과 군 당국이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지, 수구 언론들이 어뢰.기뢰로 몰아가기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잇는지 전혀 모른단 말입니까? 너무나 실망입니다.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받아 쓰기의 정도를 넘어서서 '버블제트 현상' 그래픽까지 올려 친절하게 설명하며 마치 이 사건의 원인이 어뢰 혹은 기뢰인 것이 확정적인 것 처럼 인식되도록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참으로 경솔하기 짝이 없습니다.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허점 투성이인 것을 도무지 모른단 말입니까? TOD 초소 초병은 쾅 소리를 듣고 소리나는 방향으로 TOD를 돌렸으나, 녹화버튼을 늦게 누르는 바람에 선체가 평평해진 이후 녹화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마치 미스테리 소설의 한 대목을 읽는 듯한 이런 장면은 물기둥 부분에서도 여지없이 재현됩니다. 또 다른 해안초소의 초병은 쿵 소리가 나서 봤더니 뭔가 허연게 하늘로 솟았는데, 그 초소에는 TOD가 배치되지 않았답니다. 절묘한 조합입니다. 한겨레 신문의 권혁철 기자는 '버블제트 현상이 확인된' 이 하나의 기사만으로도 모자랐는지, 다른 두 명의 기자(손원제, 고나무 기자)들과 함께 똑같은 버블제트 그래픽을 재탕하며 또 하나의 기사를 작성해 올리며 '어뢰.기뢰 가능성'을 타이틀에 겁니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이제 더 이상 천안한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듯, 버블제트 현상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설명하는 친절을 베풉니다 너무 확신에 차다 보니, 버블제트가 길어야 2~4초이내에 일어나는데 짧은 시간에 두 번의 충격이 있었다는 생존자의 증언과 일치한다며 앞서가는 것은 물론, 암초에 부딪쳤을 경우 두 갈래로 나눠져 물 위로 솟구치지 않는다는 오판도 서슴지 않습니다. 나중에 이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난 다음, 한겨레는 반드시 이 부분의 경솔함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올려야 할 것입니다.
좌측의 배는 유조선인데 피로파괴에 의한 중앙부 절단 사례에 대한 샘플 사진입니다. 거의 모든 선박에서 선수와 선미가 무거운 반면 중앙부는 대부분 빈 공간입니다. 화물선의 경우 화물을 싣기 위해 중앙부에 빈 공간이 있고, 함선인 경우 함수.함미에 무거운 장비(무기)등이 배치되므로 전체적인 부력을 얻기 위해 중앙부는 거주구등 빈 격실을 배치합니다. 따라서, 가운데 부분이 부러지면 무조건 '역 브이 현상'이 만들어 집니다. 아무 배나 가져다가 중앙을 부러뜨리며 현상을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뢰.기뢰와 상관없이 선박 중앙부가 부러지면 크든 작든 '역 브이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 크기는 상선보다는 군함이 더 심하며, 해상상태에 따라 매우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해수파동과 부력의 힘에 의해 가운데 부분이 솟구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해병대 초병이 역브이현상을 보았다는 것과 허연 것이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 자체에 대한 신빙성도 희박하지만, 설사 보았다 하더라도 거대한 중량이 반토막 나서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 들어가는데 물이 튀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고 보면, 그 현상으로 어뢰.기뢰가 확인된 것처럼 난리굿을 칠 사안은 아니란 겁니다. 그런데, 다음날 정작 국방부는 이 부분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어 버립니다. 결국 군 고위 관계자의 희망사항을 한겨레가 열심히 대변해 준 꼴이 되고 만 셈이고, 커튼 뒤에서 조중동이 얼마나 웃었을지 안봐도 비됴일 겁니다. 2. 전혀 전문가 답지 않은 전문가들 지난 주 목요일 MBC 백분토론 그리고 토요일 KBS 심야토론에는 모두 '천안함'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물론 밀리터리 분야가 워낙 전문직종에 속하고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특성, 그리고 같은 군이라도 육.해.공군 모두 그 전문성이 강하기 때문에 각계 각층의 분들이 모여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문제였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질문도 코끼리 장님 만지는 식이고, 답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럴 경우 그에 대해 가장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누군가가 적어도 일반 대중이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만큼의 설명을 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MBC, KBS 두 번의 토론 모두 그러한 친절한 설명은 어쩌면 별 둘을 어깨에 달고 나온 해군제독에게 주어졌던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낯이 뜨거웠습니다. 제가 해군출신이었다는 것에 대해 그토록 부끄러움을 느낀 적은 평생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짝대기를 달고 나온 것도 아니고, 별을 하나도 아닌 두 개씩이나 걸고 나온 양반이 해군의 기초법규 뿐만 아니라 일반 상식에도 반하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것을 보며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물론 사실이 아닌 것들을 사실로 합리화하는 가운데 혀가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 탓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실수를 연방 터뜨리며 어떻게 전국 방송을 두 번씩이나 나올 수 있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합니다. 다시 거론하는 것도 쪽팔리지만, 순간적으로 전원이 차단된 부분에 대한 논의 중, "물 속에서는 전파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잘 아시죠?"라며 다른 패널에게 묻는 부분에서는 순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 속에서도 전파 잘 전달됩니다. 음파는 더 잘 전달되구요. 그게 안되면 잠수함은 뭘로 교신합니까? 돌고래가 편지 날라 준답니까? 그리고 함선이 물 속에 빠지면 자동으로 구난 신호를 보내는 장치. 사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이 문제 하나만으로도 해군에는 목이 날아갈 사람이 수십명은 되어야 할 겁니다. 이번 사건 후 수색을 도왔다가 실종된 어선 '금양호'가 캄보디어 선박과 충돌후 침몰되어 자동 구난 신호가 울렸으나 해경과 선박회사의 실수로 2시간 늦게 출동한 안타까운 사실 다들 아실겁니다. 참 안타깝고, 원시적인 사건인 것이 해경은 그 구난신호를 받는 즉시 출동해야 하는 겁니다. 그 구난신호기는 수심이 어느 정도에 달하면 자동으로 터지면서 작동되게 되어 있으므로, 전화해서 확인해보고 어쩌고는 말이 안되는 겁니다. 금양호 인근 선박에 물어봤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뜻입니다. 선박은 바다에서 언제나 혼자이거든요. 문제는, 어선에서도 수심 몇 미터에 들어가면 수압에 의해 자동으로 터지면서 구난신호를 보내는 장치가 있다는 점이지요. 전문용어로 EPIRB(Emergency position indicating Radio beacon. 비상 위치 지시용 무선표지)라고 부르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는 없어서 안타까워해야 할 장비가 아니라, 선박이라면 없어서는 안될 법적 기본 항목중 최우선 순위에 해당하는 항목이라는 점입니다. 선박 건조시 필수 체크 항목임은 물론, 모든 선박 검사에서 당연히 체크되고 정비되고 유지되어야 할 법적비치품목인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부표를 달지 않았던 원시적인 과실에 이어, EPIRB가 작동하지 않아 함선(함수.함미)의 위치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느라 이틀을 보냈던 것은 해군이 해군이기를 포기한 상징적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문가답지 않은 전문가의 또 다른 유형은, 언론 매체에서 군사전문기자라는 분의 전혀 전문적이지 못한 접근 방법과 안이한 취재 그리고 원인분석등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필요한 부분에서 두리뭉술 백화점식 나열 등입니다. 발로 뛰지 않고 보도자료와 전화에 의존한 기사쓰기의 폐단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끝으로 MBC 방송국에 대해 매우 깊이 우려합니다. 이미 저들에게 장악이 된 것일까요. 천안함 사태에 있어서 MBC 9시 뉴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발굴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KBS가 그 점에 있어서 더욱 심도있는 취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MBC에 대한 실망이 큽니다. 파업때문인가요? 'MBC'에 권고합니다. 천안함 사태만큼은 기자 수를 두 배 늘여서라도 집중취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령도 사고 현장에 붙박이 기자들을 투입하시기 바랍니다. 엄청난 의혹과 베일이 진실을 가리고 있는 것에 MBC가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비극입니다. 'MBC'는 제발 받아쓰기 그만하시기 바랍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되든, 2010년 최대의 격변을 예고하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격변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겨우 빙산의 일각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독고탁 (예비역 해군 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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