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시민단체에 드리는 호소>
지금은 야4당과 시민단체가
한나라당에 이기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국민참여당은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경선을 각각 50%씩 반영해 야권의 경기도지사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는 제안을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민주당 김진표 후보가 경쟁하면 해보나마다 무조건 김진표 후보가 이기게 돼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여론조사를 해도 유시민 후보가 김진표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동원 경선에서는 김진표 후보가 유시민 후보를 최소 30~40%, 최대 60%포인트 정도 앞설 게 뻔합니다.
이럴 걸 잘 알면서도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을 수용했습니다. 야당이 어떻게든 힘을 합쳐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독재 정권을 심판해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또 협상이 결렬돼 한나라당 김문수씨가 경기도지사가 되는 것보다는 민주당 김진표 후보가 되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습니까. 이런 심정으로 국민참여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안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민주당은 협상 내내 경기도지사와 관련해 “유시민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없는 방식이어야 합의할 수 있다”고 억지를 부렸고, 시민단체는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민주당과는 합리적인 대화가 되지 않으니 국민참여당이 양보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4월 16일에 제안된 50:50안입니다. 어떤 합리적인 판단도 없고, 공정성과 합법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오직 힘의 논리와 무조건 타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문제가 많은 단일화 방식입니다. 그래도 국민참여당은 이를 수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만 여기에 합리성과 공정성, 합법성을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국민참여당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유시민 후보에게 불리한 것을 조금이라도 없애보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어쩌면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야권 전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드린 충정이라고 해야 더 맞을 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이런 식으로 경쟁을 하면 김진표 후보가 야권의 경기도지사 단일 후보가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결과가 뻔하다보니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떨어지고, 감동도 없는 경선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칫 불법, 탈법적인 동원 행태가 빚어지면 김진표 후보는 물론 야권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경기도지사 뿐만 아니라 서울시장까지 한나라당에 내주고, 지방선거 전체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자기 당내에서 실시한 각종 경선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불법 논란과 경선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이런 식의 경선에서 김진표 후보가 이긴다고 해도 야권 지지층의 결집과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무조건 단일 후보만 되면 된다는 생각은 맞지 않습니다. 지금은 경선을 성공시켜 야권 지지층을 넓히고 힘을 하나로 모아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지지율을 역전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높이고, 감동을 줄 수 있을까를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야4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국민참여당의 제안을 숙고하고 수용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여당은 경기도지사 경선 방식 중 여론조사 문항을 개선하자는 의견을 드렸습니다. 19일 협상에서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이를 수용해 주십시오. 그래야 야당이 이길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 가상대결 방식을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해야 유시민 후보와 김진표 후보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상대결 방식이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대 야당 연합 김진표 후보 중 누구를 지지 하느냐’ 그리고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대 야당 연합 유시민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각각 묻고, 이 두 문항의 지지율 격차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조사로는 야권 후보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따로따로 물으면 야당 지지자 중에는 유시민도 지지하고, 김진표도 지지한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야권 단일후보라면 그게 누가되든 지지하겠다는 유권자들이 많아 유시민, 김진표 후보 간에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가상대결 방식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만만한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지지한다고 응답하는 역선택의 우려가 높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도 ‘이회창 후보에 맞서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 중 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던 것입니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 맞서 김진표, 유시민 중 누가 야권의 단일 후보가 돼야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렇게 물어야 야당 지지자들이 야권 단일후보로 누구를 더 지지하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응답자는 유시민, 김진표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 문항은 한나라당(자유선진당 포함) 지지자들을 제외하고 묻는 게 가능하고, 이렇게 해야 진보개혁적인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인물을 반한나라당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출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시민단체가 수용한 가상대결 조사 방식으로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개입을 막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가상대결 조사는 본질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을 포함해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참여당은 이런 이유로 가상대결 방식이 아니라 적합도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제안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이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혹시나 이렇게 바꾸면 여론조사에서 유시민 후보가 김진표 후보를 앞설까봐 거부된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경선 50%라는 민주당 승리 보증수표가 있는데 뭐가 걱정입니다. 이런 비율로 경선을 하면서 적합도 방식의 여론조사마저 피하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흔 아홉 개 가진 사람이 하나 가진 사람 것마저 빼앗았다’, ‘경기도지사 경선은 하나마나 김진표가 이긴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결국 민주당 김진표 후보 손해일 것입니다.
어차피 민주당이 이길 것인데 양보하는 시늉이라도 내서 모양새를 갖추고, 이렇게 해서 더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왜 이것을 거부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적합도 방식의 여론조사가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유시민 후보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씀드리면 유 후보가 아니라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에게 유리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게 유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비쳐지는 것이 거꾸로 경선 전체를 더욱 민주당 김진표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든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단일 후보 경선에서 작은 이익까지 챙기려다 본선 경쟁력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4월 16일 제안에 대해 민주당은 시민단체 중재안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민주당의 억지를 그대로 수용한 것에 가깝습니다. 그 내용 중에 서울과 경기도 등의 기초단체장 단일 후보 선정 방식은 모두 100% 여론조사입니다. 그것도 가상대결 방식이 아니라 적합도 방식입니다. 민주당도 이런 방식이 더 현실적이고 바람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기도지사 경선 방식에만 유독 자기 당에서도 하지 않는 선거인단 경선을 50% 포함시켰고, 여론조사도 적합도가 아닌 가상대결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만약 국민들이 이런 내용을 자세히 알게 돼 “왜 그렇게 했느냐”고 야4당과 시민단체에게 물으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일관성도 합리성도 없는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에게 적당한 설명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원칙과 상식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여론조사와 경선 방식을 빨리 합리적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국민참여당의 이런 제안을 끝내 거부하는 이유가 ‘그렇게 하면 유시민 지지율이 높게 나오기 때문에 안 된다’, ‘민주당이 어차피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포기해라’ 식이 되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습니다.
지금은 99%의 가능성을 100%로 만들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외면할 때가 아닙니다. 국민참여당이 50:50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미 야권 경기도지사 후보가 결정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야권 단일 후보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지혜를 모으고, 협상 과정에서부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을 갖추는 게 절실합니다. 국민참여당은 당의 이익보다 국민과 야당 전체의 승리를 위해 최대한 양보했습니다. 여론조사 문항을 바꾸자고, 선거인단 경선에서 불법, 탈법적 요소를 최대한 예방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진심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이런 제안에는 유시민 후보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1%만이라도 열어 달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후보는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패배를 자인하고,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는 순간 야권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바라며 참여하고, 열정을 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 힘을 모아야 후보가 누가 되든 야당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참여당의 이런 간절한 제안을 더 이상 거부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미 내용은 그렇게 됐더라도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경선’, ‘김진표 맞춤형 경선’으로 낙인찍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야당이 패배하는 길로 가서는 안 됩니다.
2010년 4월 20일
국민참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