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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영웅'을 팔아먹는 자들

순수한 남자 2010. 4. 27. 11:09

천안함 '영웅'을 팔아먹는 자들
번호 138441  글쓴이 초모룽마  조회 1387  누리 558 (558-0, 21:83:0)  등록일 2010-4-26 23:18
대문 36


천안함 ‘영웅’을 팔아먹는 자들
(서프라이즈 / 초모룽마 / 2010-04-26)


부시가 예전에 이라크전 종전 선언한답시고 전투기타고 항모에 사뿐히 내려앉은 장관을 연출한 거, 다들 기억하시는가?

“부시 미 대통령이 전투기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 착륙한다. 조종사 차림의 그가 이제 막 치열한 전투를 끝내고 온 승자인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군 관계자들의 환호성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이라크전쟁 종전 선언….”

직접 전투기 몬 것이 아니라 뒷좌석에 탔었고, 이라크 앞바다가 아닌 미 본토 가까운 바다에 떠있던 항모에 내려앉은 게 좀 모냥은 빠졌지만, 여하튼 이벤트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캬~ 얼마나 멋져부렀으면, 부시에 비판적이기로 유명한 뉴욕타임스마저도 “어느 대통령도 꿈꾸지 못했던 일”이라며 읊어댔을까?

항모에 전투기 내려앉을 때의 위험 정도는 까짓 감수한 것이니, 부시가 이 쇼에 얼마나 목맸는지 알만하다. 실제로 이 이벤트는 백악관 공보팀이 치밀하게 꾸민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히어로는 미합중국 대통령이시다.

이 드라마틱한 연출에, 정론지라고 하는 뉴욕타임스마저 침을 꼴깍했으니 나머지 무지렁이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부시가 미 대통령직을 담보로 멋진 쇼를 연출하자 다들 입을 헤~하고 벌리고 있는 사이, 부시는 재선됐다! 이 영웅놀이에 미국사람들은 낚였고 들끓던 여론은 금세 식었으며 이라크전의 모순은 잊혀졌고, 이후 4년간 또다시 전 세계가 신음하게 된 사이… 텍사스 카우보이 일당들만은 두둑하게 한 몫 챙겼었다.

부시의 쇼에 뉴욕타임스만 침을 꼴깍했던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 가카도 부시와 거의 같은 경로, 복장 그리고 포쓰를 머금고 천안함 사고 현장엘 짠~ 하니 나타나셨다. 카키색의 멋진 장교용 점퍼와 별이 오롯이 달린 모자를 쓰시고 전투기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헬기를 타고 오셨던 것이다.

만약 뉴욕타임스가 이 현장에 있었다면, 부시의 쇼와는 다른 수준의 감동을 써냈을 거다. 부시야 자기 앞바다에 내려앉았지만, 가카께서는 준 전시상태의 현장,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신출귀몰한 잠수함과 최신 녹색어뢰가 득실댄다는 바다 위의 현장에 댕겨오셨기 때문이다.

속초함의 함포는 북을 향해 일제히 불을 뿜었고, 국방장관은 “북의 소행이라고 판단”했으며, 정론찌라시들이 북에게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떠들 때, 가카께서는 그 위험천만한 현장에 나타나신 거다. 캬~ 여기서 감동 먹은 자, 꽤 많았을 거다. 스스로도 감동 먹었다. “이러한 위기 시에 최전방을 찾은 것은 국가원수로는 아마 내가 처음일 것이다”… 해석하면, 영웅적 행동이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부시-가카들은 영웅놀이에 능하다. 스스로도 영웅을 잘도 흉내 내며 영웅을 만들어내는데도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아프간에서 전사한 팻 틸먼도 그런 영웅이다. ‘제시카 일병 구하기’의 주인공 제시카 린치는 더 유명하다. 미 국방부는 2004.4월 틸먼이 “다른 부대를 구출하려고 수색대를 이끌다 적탄을 맞았다”고 했으며, 린치는 2003.3월 이라크에서 “총탄이 떨어질 때까지 적과 싸우다 잡혀 고문을 당하던 중 구출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열광했다.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틸먼은 동료의 오인사격으로 죽었고 린치는 이라크군과 싸운 적도 없고 오히려 이라크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부시와 군부는 이 가짜 영웅들 덕분에 각종 인권유린 행위를 은근슬쩍 덮을 수 있었고 전쟁은 탄력을 받았었다. 미디어는 전쟁과 영웅을 팔아 떼돈 벌었다. 틸먼과 린치는 영웅이라는 상품이 되어 팔렸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이들은 지금도 팔리고 있을 거다. 죽은 틸먼은 그렇다 치고 “국방부가 왜 나를 람보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절규한 린치는 지금 제대로 사회생활 하고 있을까? 자기가 영웅장사의 소모품('GI')에 불과했다는 것을 지금쯤 깨달았을까?

미국이 진짜로 잘 나갈 때는 틸먼이나 린치, 람보 같은 영웅은 굳이 없어도 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국은 이제, 비록 그것이 만들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눈속임용 영웅들을 필요로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미합중국 대통령께서 자처해서 영웅 노릇을 해야 할 만큼 부시들은 사정이 급해졌다. 잘 나가고 떳떳한 집안은 그런 짓 안 해도 만사가 잘 된다.

천안함은 단순 해난사고다. 백번 양보하여 국방부가 발표하고 찌라시들이 복창하는 대로 북한의 녹색스텔스 어뢰 - 고놈, 참 능력 좋네 - 에 의한 사건이라고 치자. 전자라면 쪽팔려 해야 할 일이고, 후자라면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할 사항이다. 두 경우 모두 군법회의감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천안함 침몰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데 책임지는 놈 하나 없다. 오히려 대응이 잘됐단다. 무공훈장 얘기가 남발된다. 급기야 과장 심한 북한에서도 웬만하면 듣기 어려운 소리인 “영웅” 칭호가 쏟아져 나온다. 앞서봤듯, 가카들마저 영웅놀이에 한몫한다. 왜 그렇겠는가. 뭔가 떳떳지 못하고, 구린내 감추려는 거다. 부시마냥 뭔가 사정이 무척 급한 모양이다.

아무리 레토릭이라지만 영웅이란 말은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게 아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어보지 않더라도 천안함과 영웅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니, 그때 그 공포의 순간에 진짜 영웅적 행동을 한 하사관 내지 수병이 있었는지 모른다. 자기 집처럼 정든 함선을 구하기 위해, 동료를 구해내기 위해 누군가, 아니 거의 모든 수병들이 분명 영웅적 행위를 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때의 상황이 철저히 비밀에 붙여지는 바람에, 그 개연성이 높은 영웅적 행위들마저 함께 묻혀 버렸다. 군사기밀이라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는다.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는 데, 영웅?

진짜 영웅을 원한다면, 그때의 상황을 낱낱이 공개하여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밝혀진 영웅은 진짜 영웅으로 대접받을 가치가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 외에는 다 영웅 장사일 뿐이다. 이런 장삿속에서는, 저 틸먼이나 린치의 경우처럼, 엄한 놈만 배를 불리게 된다.

훈장? 영웅? 다 좋다. 그걸로 만족할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것을 날름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으로 한 몫 두둑하게 챙기는 사람은 따로 있고 또 진실 밝히기는 영 글렀다는 사실만큼은 알아야 한다. 떳떳하게 붙여진 영웅이 아니라면, 그런 칭호나 명예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가짜를 차버리고 진짜 명예를 얻으라는 얘기다. 진실이 밝혀지고, 또 그때 천암함에서 행해진 영웅적 행위들이 밝혀지면, 그때야말로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영웅으로 대접받을 거다. 지금은 그저 진실로 귀환하는 게 필요하다. 사고원인, 사고처리 과정을 분명히 밝혀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만이 진짜 명예를 얻는 길이다. 훈장과 영웅칭호는 그 후에 받아도 늦지 않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가가 명백히 밝혀지기 전에 영웅칭호와 무공훈장을 받아들인다면, 진실은 가려질 것이다. 진실이 가려지면, 한 몫 챙기는 자들만 좋아라 할 뿐이다. 누구? 바로 영웅칭호를 함부로 갖다 붙여 팔아먹는 자들 말이다.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라. 아니… 이거 어찌된겨… 가관이네… 책임져야 할 똥별들과 그 윗대가리들은 자기들은 상관없는 양, 모르는 일인 양, 누구야 대체, 이 짓 한 게? 저쪽 아녀? 하며 도망칠 궁리나 하는 주제에… 권위 있는 전문가 행세하며 대접받고… 조사한답시고 교신, 영상, 항해일지, 절단면 다 감추고 지들끼리만 쑥덕거리고… 얼굴 희번덕거리면서 돌아 댕기면서 영웅들을 애도하시오, 를 입에 달고 댕기고… 반성의 기미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애먼 어뢰나 버블제트로 물리학계를 깜짝 놀래킬 이론을 일궈내면서까지 물타기에… 여차하면 영구미제 시킬 거야 하며 자빠져 있고…주객전도, 적반하장에…

눈을 부릅뜨고 보라. 이러면서 천안함으로 두둑하게 챙기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cL) 초모룽마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38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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