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은 아무나 연설하는 곳이 아니다.

순수한 남자 2010. 5. 24. 21:37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은 아무나 연설하는 곳이 아니다.
번호 152249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3570  누리 1043 (1043-0, 33:156:0)  등록일 2010-5-24 15:10
대문 76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은 아무나 연설하는 곳이 아니다
분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후안무치 정권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5-24)


예고한 대로 대통령이 무대에 등장했다.

무대는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이다. 이곳은 호국영령들의 넋이라도 조국을 지켜 달라는 염원으로 국민들이 봉헌한 신성한 곳이다. 천안함에서 목숨을 잃은 46위 영령들도 이곳에 있다. 조국의 이름으로 목숨을 바친 군인들의 영원한 안식처.

이명박 대통령의 표정은 근엄했고 엄숙했고 비장했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는 호국추모실에는 누가 있었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머리가 복잡해진다. 혼란이 일어난다. 사람의 염치란 무엇인가. 판단은 무엇인가. 가치관이란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는 주위에는 영령들의 조각상이 있다. 대통령은 호국영령들이 지켜주는 가운데 담화를 발표했다.

왜 이 장소를 선택했을까. 청와대도 있다. 청와대에서 대국민 발표를 하는 것이 익숙해 있다. 왜 호국추모관을 선택했을까.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맞다. 분명히 있다. 조국을 지킨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어떤 경우에도 조국을 지켜 낸다는 결의를 영령들과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호국영령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발표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정말 가슴 절절히 전달되어 오는 감동을 느꼈을까. 혹시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각하! 군대만 갔다 오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마 담화 발표장에는 고위 참모들도 참석했을 것이다. 국무총리도 있었을 것이고 비서실장도 있었을 것이고 그 밖에 다른 고위인사들이 있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국정원장은 병역 면제자라는 안타까운 과거가 있음을 알고 있다. 이들이 대통령의 담화를 들으며 느끼는 소회는 어떨까. 이럴 줄 알았으면 무슨 방법으로든지 군대를 갔다 왔을걸 하는 후회가 아니었을까.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군대만 다녀왔으면 얼마나 당당하고 그리고 국민들도 얼마나 감동적으로 박수를 쳤을까.

그래서 지적하는 것이다. 장소를 잘못 선택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발표한다고 진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아니라고 하면 할 말 없다. 다만, 참모들은 매사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통령에게 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격침됐다고 했다. 이미 국민에게 알려진 내용이다. 발표 내용에 대해서 이러고저러고 토를 달면 유언비언 유포죄로 다스릴지 모르니 겁이 난다.

정부가 그렇다고 했으면 알아들을 일이지 무슨 말이 많으냐는 의미인 것 같은데 사람이 어디 그런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판단기준도 다르고 판단능력도 다르지 않은가. 설사 정부의 발표를 100% 믿지 않는다고 해도 유언비어니 하는 협박성 겁주기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국민은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믿는다. 이게 민주주의 아닌가.

얼마나 아쉬움이 많은가. 세계 최강의 미군이 작전훈련을 하고 하늘에는 인공위성의 감시, 이지스함이 떠 있고 미국 잠수함도 훈련에 참가했다. 그 사이를 뚫고 북한의 연어가 아니 연어급 잠수정이 숨어들어와 어뢰를 발사해 초계함정 천안함이 침몰했다. 친환경녹색 어뢰라는 이름이 붙었다. 100미터 높이의 물기둥이 솟는 폭발인데 생선 한 마리의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붙여진 어뢰 이름이다.

그런 거야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조사관들이 발표한 것이니까 믿어야 한다고 하지만 도대체 미국의 체면은 뭔가. 이래서야 어떻게 미국을 믿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가.

좌우간 북한은 대박이 났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군사인공위성의 감시도, 이지스함의 날카로운 눈길도 피하고 귀신같이 숨어들어 천안함의 어뢰를 발사해 두 동강이를 내고 역시 귀신도 모르게 사라진 북한의 잠수정과 가공할 무기발전. 전 세계가 입이 딱 벌어졌다.

앞으로 있을 세계 무기 박람회에서는 북한의 ‘연어잠수정’에 대한 수입제의가 봇물을 이루고 프리미엄까지 붙을 것이 아닌가. 더구나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같은 군사대국에서도 북한의 ‘연어잠수정’을 한 척이라도 더 수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 분명하니 전화위복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아니 어쩌면 북한은 이런 것을 모두 예견하고 천안함을 노린 것은 아닌가. 심지어 잠수정 설계자와 제조기술자를 납치하려는 공작까지 할지 모른다는 설이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다 보니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다. 우선 약을 좀 먹고 진정을 시켜야겠다. 그래 약을 먹자. 병은 고쳐야지. 과대망상도 정신병이 아닌가.

(약 먹고 30분 후)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무섭다. 유언비어 유포죄가 무섭다. 이미 전 청와대 NSC 박선원 비서관과 민주당추천 민간조사관인 서프라이즈 신상철 대표가 고소당하지 않았는가. 무섭다.

23일 봉하에 다녀왔다. 낯익은 정치인의 얼굴 참 많이 보인다. 쥐나 개나 다 모였다. 후단도 모이고 탄핵 주동자도 모였다. 한나라당 김무성도 보인다.

아아, 그러나 한명숙 이해찬 유시민 그리고 안희정 이광재, 정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강금원 회장. 그들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절대로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아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의 피눈물이다. 억수로 퍼붓는 빗줄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드는 10만 추모의 발길.

사진출처 - Weekend

그들의 가슴 속에 민주주의가 있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깊은 애정이 있고 반민주세력을 응징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문성근 명계남이 토해내는 절규는 국민의 절규다.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의 입 꽉 다문 오열은 국민의 통곡이다.

부산에 모인 5만의 민주시민. 서울시청 광장을 꽉 메운 2만 서울시민의 노호. 부산과 서울이 함께 부르고 대답하는 민주주의는 어떠한 반민주 세력도 거부하지 못한다.

한명숙이 거리에 눕는다. 민주주의가 거리에 눕는다.
겁이 나는가. 그래서 대국민담화인가.

이명박 정부 운명을 결정한다는 6월2일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쟁’을 입에 올린다. 한나라당을 심판하면 북풍도 끝이다. 선거용 북풍이라는 사실은 61%의 국민이 인정한다. 천안함에 영향을 받지 않고 투표한다는 국민은 왜 이리도 많은가.

천안함 침몰은 정부 발표를 믿는다면 경계가 뚫려 저항도 못하고 멀거니 당한 개망신이다. 국민한테 뭐라고 하는가. 46명의 장병이 희생된 참사로서 안보실패를 한 정권 책임이 분명한데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은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대응은 무엇인가. 전쟁이다. 우리 땅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전쟁을 아는가.
대통령은 전쟁을 아는가.
국무총리는 전쟁을 아는가.
영화에서 보는 전쟁인 줄 아는가.
휴머니티가 팍팍 풍기는 영화인 줄 아는가.

직접 6.25를 겼었다. 어린 자식 시체를 묻지도 못하고 길거리에 버리고 떠난다. 병든 늙은 부모는 빈집에 두고 떠난다. 처자식이 포탄에 맞아 고기 떡이 된다. 이게 전쟁이다. 아는가. 보았는가.

군대를 안 간 사람들이 어찌 전쟁을 아는가. 화생방 교육장에서 가스 냄새라도 한번 맡아 봐야지. 방아쇠라도 한 번 당겨 봐야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예비군 교육장에서 실탄 사격이라도 해 보기 바란다. 그래야 호신용 권총이라도 쏠 것이 아닌가.  

멀쩡하게 눈 뜨고 당한 군 수뇌부들, 국방장관 합참의장 해군사령관 함대사령관 함장은 즉각 파면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을 찾아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 아무나 거기 갈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2010년 5월 24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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